광주에서 보는 '反 문재인 정서'의 본질은 무엇일까?
광주 8석, 전남 10석, 전북 10석 등 호남지역 28석 가운데 전남 1곳과 전북 2곳 등 고작 3석을 차지하는데 그침으로써 더민주가 영원할 것 같았던 호남 맹주자리를 창당한 지 석달도 채 되지 않은 국민의당에 빼앗긴 것은 매우 놀라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사실 더민주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내년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서는 수권정당의 면모를 갖춘 더민주를 선택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싸늘해진 호남 민심을 되돌려보려 했지만 전혀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이에따라 선거전 막판까지도 호남에서는 최소한 반타작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던 더민주 측은 급기야 당 안팎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전대표의 호남방문을 추진했다.
총선 직전 문 전대표는 두차례나 호남을 방문해 '광주시민께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호소문을 낭독하며, 미워도 다시 한 번을 외쳤다.
낮은 자세로 엎드려 호남 홀대론에 대한 해명 및 사과와 더불어 "호남이 지지를 거두면 대권에 출마하지 않고, 정계도 은퇴하겠다"며 배수진까지 쳤지만 얼어붙은 호남 유권자들은 등을 돌렸다.
그 결과 호남에서 고작 3석을 얻는데 그친 것은 물론 정당투표(비례대표)에서도 국민의당이 47.73%, 더민주는 30.15%로 국민의당에 대패하고 말았다.
'호남이 없으면 대권도 없다'는 문 전 대표의 눈물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초라하다 못해 비참한 성적표를 받아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어디 있을까.
'그동안 더민주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을 위해서 뭘 해줬는가'라는 호남 유권자들의 극도의 실망감과 분노가 우선 떠오르는 이유로 꼽힌다.
그러나 그 보다 더 큰 이유는 '안철수 의원을 비롯한 현역 의원들이 줄줄이 당을 박차고 나가는 상황에서도 당권을 놓지 않고 야권 분열의 단초를 제공한 원죄를 심판해야 한다'는 이른바 반문(反文) 정서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반문 정서'라는게 단순히 국민의당에서 선거 승리를 위해 만들어 낸 실체 없는 말일 뿐이다"는 주장을 제기하는 것도 사실이다.
'호남 유권자들이 국민의당에 몰표를 준 것은 안철수 대표에 대한 전폭적인 신뢰를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전혀 아니라는 것'이다.
단지 '더민주 내에 뿌리깊게 자리한 친노 패권주의에 대한 극도의 거부감의 표현일 뿐 문재인 개인에 대한 반감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사실 호남 유권자들은 안철수도 결국 호남사람은 아니며, 그가 차기 대권주자로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고 기대하거냐 예상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총선 결과로 드러난 반문정서의 실체를 100% 부정할 수 있을까.
호남민심은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가 선거전 막판 두차례 호남 방문을 통해 거듭 밝혔던 '호남이 지지해주지 않을 경우 대선에 불출마하고, 정계도 은퇴하겠다'던 약속을 과연 지킬 것인지 지켜보고 있다.
[광주 CBS 김의양 기자] key61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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