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우현, '불후2' 1승이 우승보다 값진 이유

정석희 2011. 10. 3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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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우현 "퍼포먼스로 승부, 홍경민 닮고 싶다" [인터뷰]

[엔터미디어=정석희의 지금 만나러 갑니다] 일정을 모두 마친 자정을 넘겨서야 '인피니트'의 보컬 남우현 군과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피곤을 감출 수 없는 얼굴이기에 '늦은 시간, 미안하다' 했더니 나직하니 상냥한 어조로 답한다. "괜찮습니다. 젊은데요 뭐!" 젊기보다 차라리 어리다는 편이 백번 옳을, 아직은 소년처럼 풋풋한 기운의 청년이다. 다섯 번의 도전 만에 드디어 시청자와의 약속대로 KBS2 < 불후의 명곡 2-전설을 노래하다 > (이하 < 불후2 > )에서 1승을 거두기까지, 그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을지 짐작만으로도 안쓰럽다. 신인으로서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존재인 MC들은 물론 출연자들 또한 동료라 하기엔 너무 큰 그릇들이 아닌가. 매주 월요일 경연장을 향하는 발걸음이 아마 천근만근이지 싶다. 91년생, 한창 세상 구경도 실컷 하고 싶고 여자 친구도 만들고 싶을 나이가 아닐지. 벌써부터 꿈을 위해, 미래를 위해, 참고 누르고 자신을 다지며 달려가는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웃으면 반달이 뜨는 눈매의, 외유내강의 이 청년은 무엇을 위해, 왜 달려가고 있는 것일까?(인터뷰. 정석희 칼럼니스트)

Q : 이번 주 드디어 1승을 거두었는데요. 웬 수선이냐 할지도 모르지만 우현 군에게는 큰 의미가 있죠?A : 저에게 이번 1승은 우승과 다름없어요. 쟁쟁한 선배님들 사이에서 1승을 거두었다는 것이 저에겐 큰 성과였어요.

Q : 경력이 상당한 출연자들 사이에서 마음고생이 많았겠다 싶어요.A : 처음 마음은, '인피니트'하면 떠오르는 퍼포먼스 위주의 무대와는 차별되는, 보컬로서의 남우현을 보여주고 싶었던 거예요. 그래서 퍼포먼스를 배제한 발라드 곡을 주로 불렀는데, 아시다시피 냉정한 반응이었죠. 역시 익숙한 걸 해야겠구나 싶어 퍼포먼스를 준비해서 나왔더니 다행히 1승이에요. 어쩌면 한동안 댄스 무대를 볼 수 없었기 때문일 수도 있어요. 저는 댄스가수이고 선배님들은 노래가 주 종목이니까 그 차이를 인정하고 그 안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보여주면 그보다 더 값진 경험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 : 지금 '인피니트'가 활동 중이라서 음악 방송하랴 행사 다니랴, 바쁜 나날일 텐데요. 집중적으로 연습 할 시간이 부족해서 아무래도 버겁죠? 그룹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해야 하니까 애로가 많을 것 같아요.A : 상당히 많죠, 무엇보다 밤에도 멤버들과 함께 춤 연습을 해야 하는데 저만 빠져야 할 경우가 생겨요. 그럴 때 많이 미안해요.

Q : 춤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우현 군은 춤사위가 격렬해지면 주로 뒤로 빠지지 않나요? 전면은 호야 군이나 동우 군이 맡던데요. (웃음) 아, 맞다. 데뷔했을 즈음일 거예요. 우연히 우현 군의 솔로를 라디오에서 들은 적이 있는데 귀를 기울여 듣게 되더군요.A : 아니에요! 저도 앞쪽으로 많이 나옵니다. 이번 '파라다이스' 안무 한번 자세히 봐주세요. (웃음) 라디오라...... 제대로 잘 부른 적이 없었을 텐데요. 사실은 제가 라디오 울렁증이 심한 편이라서 긴장을 많이 하거든요. 한때 성대 결절이 심해서 목소리 내는 것조차 힘들었어요. 그래서 음 이탈이 날까봐 겁이 났던 것 같아요. 처음엔 극도의 패닉상태였죠. 다시는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 것인가 초조한 마음이 들었어요. 그 전에는 그래도 노래만큼은 자신이 있었거든요. 치료를 받으면서 활동을 해왔는데 < 불후2 > 에 출연하면서 연습을 하면 할수록 신기하게도 제 목소리에 대한 확신이 생기는 거예요. 처음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는 부담감이 많았지만 결국 다시금 저를 일깨우는 계기가 된 거죠. 여러모로 고맙게 생각합니다.

Q : 그렇다면 출연자 중에 닮고 싶은 선배가 있나요?A : 다들 대단한 실력을 갖고 계시지만 특히 홍경민 선배님에게서 엄청난 자극을 받게 됩니다. 노래는 말할 것도 없고 일렉트로닉 기타, 통 기타는 물론이고 하모니카까지, 못 다루는 악기가 없으시잖아요. 선배님의 무대는 늘 눈을 때지 못할 감동을 주죠. 본받고 싶은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에요. 친하게 지내고 싶어요. (웃음)

Q : 저는 홍경민 씨의 승리에 집착하지 않는 자세가 귀감이 된다는 생각이에요. 아, 이번 우현 군의 1승을 대기실에서도 모두가 자기 일처럼 기뻐하는 분위기였죠? 문희준 씨나 김구라 씨조차 환성을 울리며 좋아들 하시더라고요.A : 네 맞아요. 제가 막내이다 보니 다들 절 많이 챙겨 주세요. 다들 힘을 주려고 애써주셔서 고맙죠, 늘. 제가 맘고생 하는 게 느껴지셨나 봐요.

Q : 감정 조절을 상당히 잘 하는 편이던데요. 탈락하고 대기실로 돌아와도 절대 기죽은 모습도, 눈물을 보이는 법도 없이.A : 제가 한 번 무너지면 끝없이 무너지는 편이어서요. 자제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죠. 잘 웃고 잘 맞춰가면서. 시청자들께서 보시기에는 실력 차로 져놓고 슬퍼하는 모습 자체가 어이없으실 것 같고요, 눈물을 흘리면 나중에 성장을 못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요. 여기서 제가 무너지면 더 이상 남는 게 없잖아요? 갈고 닦아서 이겨나가야죠.

Q : 그런데 < 불후2 > 출연자들이 이기기 쉬운 상대는 아니지 않나요? 그동안 최고의 보컬리스트들과 경연을 했어요. 알리 그리고 신용재, 강민경. 그러니 떨어졌다고 해도 사실 속상해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룹 멤버로서가 아닌 혼자서 노래한, 겨우 네 번째의 무대였던 거니까요. 방송을 보면 관객 중에 우현 씨를 응원하는 팬들이 많던데요?A : 놀라울 정도에요. 어떻게든 저에게 용기를 주고자 격려의 눈빛을 보내주시는 게 몸과 마음으로 느껴져요. 그런 마음들이 너무 예쁜 거예요. 게다가 주말도 아닌 월요일 저녁인데 귀중한 시간을 내서 와주시는 거잖아요. 그 고마움, 평생 잊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더 하트 날려드리고 싶고, 더 안아주고 싶고, 지더라도 무대에서 내려가기 싫고 그래요. 제가 져서 내려가는 순간 팬 분들은 속상하시겠지만 떳떳하게 공연을 보여드렸으니 그걸로 만족하고 싶어요.

Q : 언제부터 노래할 마음을 먹었어요?A : 유치원 다닐 때 장기자랑에서 동요 세곡을 연달아 부르고 일등을 했어요. 생생히 기억이 나요. 내가 노래 잘하나? 싶었던 첫 기억이네요. 그리고 고등학교 때 본격적으로 뮤지션이 되고 싶단 생각이 들었죠. 음악에 대한 지식을 쌓으려는 노력이 시작된 시기이고요. 그러다가 오디션을 보게 됐는데 운 좋게 붙은 거예요. 그런데 사장님께서 저를 뽑고 나서 갑자기 아이돌로 준비시키겠다고 하셨어요. 당시 저희 회사에 뮤지션들만 소속되어 있었거든요. 그래서 아이돌을 하라고 하셨을 때 사실 조금 실망을 하긴 했죠. 멤버들이 한 명씩 들어올 때 마다 '아, 정말 아이돌로 가는 거구나' '나도 춤을 춰야하는 거구나' 했어요.

Q : '에픽하이'며 '넬'이 있는 소속사에서 아이돌이 나온다는 소식에 좀 의아했습니다. 한편으론 기대가 되기도 했고요.A: 제가 완전 몸치였거든요. 이 꽉 깨물고 춤 연습을 해보고, '어떤 식으로든 나는 성공할거야' 다짐하며, '내 미래에는 이런 모습이 되어있겠구나' 그림을 그려놓고 가수의 길을 걸어온 것 같아요.

Q : 스티비 원더를 좋아한다고 들었는데 내한공연에 가봤나요?A : 다시 생각해도 아쉬워요. 그 날 스케줄이 있어서 가지 못했어요. 사장님 원망을 많이 했습니다. (웃음) 그 전에는 '에픽하이' 선배님들 콘서트에 갔고요.

Q : 그거야 같은 소속사였으니 당연한 일이고요, 아직 어리니까 많이 보고 듣는 게 중요할 텐데 그나마 우현 군은 < 불후2 > 에서 많은 걸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어 다행입니다.A : 경험치가 높아지고 있는 셈이어서 나중에 단독 콘서트를 해도 자신감을 갖고 하게 될 것 같아요. 어떤 무대를 보여드릴지 고를 여유도 이젠 생기기 시작했고요.

Q : 동료들의 반응은 어때요? 리더 성규 씨는 똑 같이 노래 부르는 입장이라 나름 마음이 언짢지 않았을까요?A : 아니에요, 용기를 많이 줍니다. 역시 리더라는 생각을 하게 되요. 늘 "난 정말 최고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해라."라고 격려해주죠.

Q : 아, 이런. 너무 아이돌스런 정답인데요? 실망이에요. (웃음)A : (손사래를 치며) 아니에요! 진짜 성규 형이 그렇게 얘기해줬어요. (웃음) 항상 모니터를 해줍니다. "이 부분은 괜찮은데? 아, 여긴 좀 아쉽다." 제가 떨어져서 돌아오면 같이 마음 아파해주고 아쉬워 해주기도 하고요. 멤버들이 없었다면 정말 더 힘들었겠죠.

Q : 계속 떨어진다 해도 경연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자체가 좋은 기회잖아요.A : 그럼요. 불이 계속 꺼진다고 해서 절망에 빠지기 보다는 오늘 또 값진 경험을 했다, 오늘 정말 즐거웠다 생각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해요.

Q : 불이 꺼졌을 때, 어떤 기분인가요?A : 아, 말로 표현 못 하겠어요. 방안에 혼자 있는 기분이랄까요? 나조차도 세상에 없는 텅 빈 느낌? 근데 항상 인터뷰가 이어지잖아요. 정말 가혹해요. 무대에서 내려가는 즉시 심경을 털어 놓아야 하거든요. 그래서 솔직한 말들이 나오는지도 모르죠. 집에 돌아가는 길은 마치 학교 야자 끝나고 늦게 집에 돌아가는 길의 쓸쓸함, 바로 그런 기분이에요. 집에 가면 아무도 없이 혼자 있는 기분도 들고. 어머니가 보고 싶어지기도 하죠. 부모님께도 너무 죄송하고요. 매주 토요일마다 제가 지는 모습을 보신 거니까요. 걱정 안 한다고 항상 말씀을 하시지만, 자식이 지고 들어오는데 어느 부모님이 좋아하시겠어요.

Q : 이번에 부모님이 많이 기뻐하셨죠?A : 네. 사실 제가 패하고 나서 인터뷰 하는 거 보면서 어머님께서 우셨대요. 그러나 저에게 있어서 이 프로그램은 성장통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보기보다 지는 걸 진짜 싫어하는데요. 아무리 아이돌이라 해도, 그래도 나도 가순데, 같은 음악을 하고 있는데 이대로 물러날 순 없다고 생각했어요. 이번에 포기를 하면 언젠가 큰 일이 닥쳤을 때 이겨나가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죠. 네 번째 탈락하던 날 3주 안에 꼭 1승을 이루겠다는 포부를 밝혔는데 바로 다음 주에 거짓말처럼 1승을 하게 돼서 자신감을 얻었어요.

Q : 방송을 보니 제작진들 또한 자기 일처럼 기뻐하던데요. 사랑받는 비결이 뭘까요? 하트를 마구 날리나요?A : 다들 잘 챙겨주시긴 하지만 하트는 어려워서 차마 못 날리죠.

Q : 앞으로 어떤 노래를 해보고 싶다는 각오가 있을 것 같은데요.A : 만약 첫 번째 무대에서 지고 낙담해서 프로그램에서 빠졌으면 저는 이 자리에 없겠죠? 아, 우현이한테 이런 색깔도 있고 저런 색깔도 있구나, 그런 저의 다양한 색깔을 보여줄 생각이에요.

Q : '인피니트'의 일본 반응도 좋다고 들었어요.A : 아직 몸으로 실감하진 못하지만 쇼케이스 때 가득한 관객석을 보며 저희도 K-POP에 동참한 거구나, 느꼈어요. 선배님들이 길을 다져주셨으니 우리도 열심히 해야죠. 11월에 정식으로 데뷔를 합니다.

Q : '인피니트'는 안무가 타 그룹들과는 차별화된 느낌인데요. 누가 만드나요?A : 저희는 회사가 작아서 안무 맡으신 분 한 분이거든요. 김동민 선생님이신데 '어메이징 댄서'라는 별명을 갖고 계세요. 항상 안무를 짤 때 저희와 의견을 나누고 함께 고민해주세요. "얘들아 이 건 어때 ? 너희는 어떻게 생각해?"라고 저희에게 먼저 오픈마인드로 다가와주십니다. 참 감사하죠.

Q :' 인피니트'만의 남다른 무언가가 있어서 수많은 아이돌 가운데 살아남았던 것 같아요. 게다가 데뷔 당시와 비교하면 실력도 참 많이 늘었어요. 특히 호야 군의 경우, 본래 잘 하는 친구이긴 했지만 정말 일취월장했더라고요.A : 네. 처음에 저희가 데뷔했을 땐 하나로 보이기 위한 활동이었어요. 그런데 이렇게만 가면 색깔이 굳어져 신선하지 않을 수 있어서 매 앨범마다 달라지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노력했어요. 그래서 각자의 개성과 다른 춤 스타일을 많이 담게 되었죠.

Q : 만약 팀이 활동 중이 아닐 때 경연에 참가했더라면 더 잘 할 수 있었을 텐데 싶어 아쉬워요. 사람의 능력이란 아무래도 한계가 있는 거니까요. 그래도 이제 대망의 1승도 거두었으니 순서를 잘 뽑으면 우승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아, 그러나 우승이 너무나 어렵죠? 허각 씨도 이번에서야 우승을 차지했으니까요.A : 순서만 좋으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있으니까요. 저는 우승하면 정말 눈물 날 것 같아요.

인터뷰를 마치고 서둘러 돌아갔지만 자고나면 새로 맞을 경연에 대한 부담감으로 편히 잠들지 못할 것 같아 안쓰러웠다. 데뷔 때에 비해 많이 여윈 걸 보면 힘에 부치는 모양인데, 그래도 기회를 얻은 것에 고마워하고 있는 우현군은 성실과 노력만이 살 길이라는 자세로 바쁜 스케줄과 부담감을 극복해 나가고 있었다. 연예인은 실력이 우선이겠지만 호감이 가는 인물인지 아닌지, 그 점도 소홀히 여길 수 없다. 이미 팬들은 물론 제작진이며 MC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바, 호감이 가는 존재라는 점에서는 토를 달 사람이 없어 보인다. 따라서 절정의 기술 하나는 장착한 셈, 설령 지금의 희망 < 불후2 > 에서의 우승을 이루지 못할지라도 언젠가는 더 알차고 빛나는 미래가 오지 않을까?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entermedia.co.kr

정리=유리나사진=전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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