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100억 드라마 '한반도'..캐스팅 난항부터 조기종영까지

입력 2012. 3. 21. 08:00 수정 2012. 3. 23.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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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연예] 드라마 '한반도'는 무려 100억 원이 넘게 투입된 블록버스터 드라마였다. 그러나 캐스팅부터 편성까지 난항이 거듭되다 결국 쓰디쓴 조기종영으로 막을 내리게 됐다.

'한반도'는 기존의 24부작에서 6회분이 빠진 18회로 막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TV조선과 제작사 래몽래인 측은 조기종영에 대해 즉각적인 답은 피하고 있지만, 이미 방송 관계자와 연기자들 사이에서는 기정사실로 된 사안이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었던 것일까. 기획 초기 단계부터 배우 캐스팅 번복 및 지상파 편성 실패 그리고 결국 낮은 시청률로 조기 종영이라는 지속적인 수순을 밟게 된 '한반도'는 앞으로도 종종 회자될 만한 비운의 작품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종편 드라마들이 저조한 시청률로 인해 시간대를 옮기거나 조기종영하는 경우가 늘고 있지만 '한반도'가 유난히 주목을 받는 까닭은 국내 드라마 사상 가장 파격적인 제작비로 제작 초기부터 화제가 됐었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파란만장한 시작과 끝을 되짚어 보자.

◇ 남북 소재 다룬 영화 같은 드라마…그러나 편성은

'한반도'는 남남북녀의 로맨스와 함께 남북 합작 대체에너지 개발과 통일 논의가 가속화 되는 미래의 가상 한반도를 배경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세계 각국의 정세를 그려냈다. 가상의 이야기이지만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점에서 흥미로운 소재였고 신선한 아이템이었다.

제작사인 래몽래인은 한국 드라마 역사에 길이 남을 드라마를 만들겠다는 각오로 3년 넘게 드라마의 사전 준비에 공을 들이며 통일된 한반도를 배경으로 대한민국의 자원을 놓고 벌어지는 열강들의 암투와 화려한 액션, 이념을 초월한 로맨스를 그려냈다.

'불멸의 이순신'과 '황진이' '대왕세종' 등 굵직한 작품으로 호평을 받아온 윤선주 작가가 집필을 맡았고 '미안하다 사랑한다' '나쁜 남자' 등을 선보인 이형민 감독이 연출했다.

하지만 제작 초기, 편성 난항과 법정 공방에 휩싸이며 평탄치 않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애초에 SBS에 편성을 계획했지만 조건과 방향이 맞지 않아 TV조선에 안착해야 했고, 2011년 5월에는 제작사 올리브나인과 윤선주 작가의 법정 공방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지상파 편성에 실패한 드라마들은 우여곡절 끝에 케이블이나 종편에 안착하지만 실패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한 방송 관계자는 "이미 지상파에서 최종적으로 편성을 포기한 작품이라는 것은, 결과적으로 시나리오가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과 같다"라며 "지상파에서 포기한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상품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채널을 바꾼다고 해서 기존의 결점들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라며 실패 원인을 꼽았다.

◇ 우여곡절 끝에 캐스팅…배우들은 왜 거절했나

극중 황정민은 굴지의 과학자에서 대통령으로 선출돼 한반도의 통일을 이끌어내는 서명준 역을 맡았고, 김정은은 북한의 과학자이자 서명준의 아내로 후일 통일된 한반도의 영부인이 되는 림진재 역을 연기했다.

그러나'한반도'는 제작 초반 잇따른 캐스팅 실패로 위기를 겪었다. 수백억 원 대의 제작비와 해외 올 로케이션 촬영 등 블록버스터급 드라마로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지만 장동건과 김명민, 권상우, 박신양 등이 출연을 고사하며 예상치 못한 난항에 부딪혔다.

배우들이 출연을 꺼려한 것은 지난해 안방극장에서 대작 드라마로 기대를 모았던 '아테나:전쟁의 여신' '도망자 플랜비' 등이 모두 부진한 시청률을 올리는 등 대작 드라마의 잇따른 흥행 실패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혔다.

또한 한반도 대통령이라는 가상의 캐릭터 또한, 뛰어난 연기력과 카리스마를 보여야 한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부담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캐릭터 및 상황 설정에 대한 이해와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요소가 쉽게 와닿지 않았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 종편의 한계 드러낸 시청률…해답이 없나

사실 들여다보면 종편 프로그램 중에서는 그나마 드라마가 비교적 높은 시청률을 올리고 있는 편이다. 드라마는 1%대를 크게 넘지 못하는 수치지만, 평균 0%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종편 프로그램 중에서는 그나마 체면치레할 수 있는 위치다.

지난 달 6일 첫 방송된 '한반도'는 첫 회에서 1.649%의 시청률을 기록, 역대 종편채널 첫 방송 시청률 중 최고를 기록했다. jtbc의 '빠담빠담…그와 그녀의 심장박동소리'가 기록했던 첫 회 시청률 1.601%보다 더 높은 수치며 이는 TV조선 전체 프로그램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이기도 했다. '국민 남동생' 유승호가 주연으로 나선 TV조선의 드라마 '프로포즈 대작전'도 '한반도'와 비슷한 시기에 첫 방송했지만 0.449%의 시청률에 머무르는 수준에 그쳤다.

이렇듯 '한반도'는 방영 초반, 대작 드라마의 자존심을 세우는 듯 했지만, 갈수록 시청률은 하향 곡선을 그렸다. 지난 19일 방송된 13회분은 시청률 0.798%를 올리는데 그쳤다. 드라마는 다른 교양 및 예능 프로그램과 달리 제작비가 유독 많이 드는 분야다. '한반도'가 조기종영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내린 것은, 드라마의 퀄리티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절반 이상으로 뚝뚝 떨어지는 시청률로 인한 경제적 위험부담을 덜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분석이 가장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종편의 화려하고 야심찼던 출발은 곧 암담한 현실로 다가왔다. 개국 초반 방송 기술 사고와 시청률 올리기 위한 자극적인 보도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며 시청자로부터 신뢰를 잃은 것도 한몫했다. '웰메이드 드라마'를 표방하며 작품성으로 승부를 건 시도는 좋았으나, 결국 물리적 한계를 지닌 열악한 환경과 염려했던 태생적 문제점이 그대로 수면으로 드러나며 결국 시청자들의 시선까지는 끌어오는 데에는 실패한 셈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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