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 이건명 "눈물 마르길 원해 더 많이 울었다" [인터뷰]

박진영 기자 입력 2014. 4. 24. 11:10 수정 2014. 4. 25.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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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박진영 기자] "눈물이 쉴 새 없이 흐른다" "등까지 아프다" 올해로 마흔 셋이 된, 뮤지컬 경력 20여년에 빛나는 배우 이건명은 공연 개막 전 연습 단계부터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연출 왕용범)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공연인지를 거듭 피력하곤 했다. 함께 출연중인 유준상과 박은태 등도 연기 인생 최고로 힘든 작품이라고 말했다. 물론 모든 대작 뮤지컬들은 연습 단계에서든 공연 중이든 고통스럽다 싶은 지점이 하나쯤은 자리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프랑켄슈타인' 또한 그런 작품들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개막 후 눈과 귀로 접한 '프랑켄슈타인'과 배우들의 열연은 상상을 초월했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영국의 천재 여성작가 메리 셸리(Mary Shelley)의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으로, 신이 되려 했던 인간, 인간을 동경했던 피조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건명은 '프랑켄슈타인'에서 철학, 과학, 의학을 아우르는 천재지만 강한 트라우마를 지닌 빅터 프랑켄슈타인과 피비린내 나는 격투장의 주인이자 냉혹하고 부정직하며 욕심 많은 자크 역을 맡아 1인 2역을 소화하고 있다.

이 작품은 고음으로 치닫는 넘버가 많고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극한의 감정까지 모두 짜내야 하는 연기를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배우들의 체력 소모는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극을 지켜보는 관객들마저 "기가 빨린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이건명 또한 "많이 힘들어요. 컨디션이 안 좋아도 그냥 흘러갈 수 있는 공연이 있는 반면 이 작품은 조금이라도 컨디션이 안 좋으면 곧바로 영향이 생기기 때문에 체력 관리를 엄청 하고 있어요. 아침에 일어날 때 코감기 느낌이 오면 바로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고 몸에 부황 자국도 장난이 아니에요. 그렇지만 힘들기 때문에 감동이 더 있지 않나 생각해요"라고 말하며 힘들지만 매력적일 수밖에 없는 '프랑켄슈타인'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사실 이건명을 가장 힘들게 만들었던 건 '넘쳐나는 눈물'이었다. 그는 자신이 트위터에 남겼던 "얼마나 더 울어야 이 눈물이 마를까"라는 말처럼 연습실에서 주체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울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정말 눈물이 마르길 바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연습할 때 매일 슬프고 가슴이 아팠어요. 그런데 제가 아픈 가슴을 안고 무대에 오르면 객관적일 수가 없어요. 이 슬픔에서 한 걸음 빠져 나와 있어야 정확하게 노래하고 대사를 하면서 하고자 하는 바를 표현할 수 있어요. 배우가 자기감정에 너무 빠져서 연기를 하면 오히려 관객들은 절대 느낄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46세 유준상, 44세 류정한, 43세 이건명 세 사람 모두 연습하면서 매일 엉엉 울었어요. 이렇게 울어둬야 더 냉철하고 객관적으로 연기할 수 있거든요."

심할 때는 어린 빅터가 책을 보다가 "단백질은 유기질의 결합"이라고 말하는 장면에서도 펑펑 울었다던 이건명은 "밥 먹다가도 울다 보니 아내가 왜 그러냐고 할 정도였어요. 그렇게 울었던 결과 이제는 조금 냉철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내 슬픔을 추스르기 바빴는데 이제는 무대에서 표현하는 게 편해지고 여유도 생겼어요. 그래서 프리뷰 때 공연을 보셨던 분들은 최근 좋아졌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시는데, 그건 아마 제 스스로 냉철할 수 있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라고 처음과는 달라진 자신의 연기를 언급했다.

"실제 생활에서도 영향을 정말 많이 받아요. 사람 참 이상해져요. 은태나 지상이도 샤워하다가 울었다고 하더라고요. 실생활이 피해를 받을 정도로 많이 힘들어요. 펑펑 울고 그것이 씻기려면 긴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제가 '미스 사이공' 세 시즌을 하는 동안 진짜 너무 우울했어요. 늘 울었어요. 그래서 차기작으로 '캐치미 이프 유 캔'을 선택했어요. 웃고 떠들고 놀고 싶었거든요. 브로드웨이 자료 화면과 대본 한 번 본 뒤 바로 한다고 사인을 했었죠. 이번에도 마찬가지에요. '프랑켄슈타인' 연습을 하는 동안 '삼총사' 공연을 했는데 그 때마다 힐링을 받았어요. 남자 넷이서 까불고 웃고 하는데 진짜 좋았어요. 아마 준상 형도 그랬을 거예요."

그러면서 그는 충무아트홀 10주년 공연 후 커튼콜에서 울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아 말을 제대로 못했던 상황을 회상했다. 말을 하기 위해 입을 벌리는 순간 우는 소리가 나올 것 같았다는 것. 그 때 괴물 역의 박은태가 툭툭 두드려줘서 겨우 말문을 틔울 수 있었다고 한다.

이건명은 빅터의 어린 시절에 가장 큰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빅터는 눈앞에서 죽은 엄마의 시체를 닦던 아이이며, 아빠가 자신을 구하겠다고 불 속에 뛰어들었다가 죽는 것을 본 아이다. 그렇게 소중한 사람들을 잃는다는 것은 정신병이 걸리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는, 상상 그 이상의 충격이라는 것. 그렇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생명창조에 대한 꿈을 가지고 한 평생을 살아왔고, 이를 통해 더러운 운명을 부정하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쟁터에서 생명을 만들겠다고 시체를 가지고 실험을 하던 중에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의 논문을 읽게 됐죠. '나 같은 병신이 또 있었어. 이 사람과 힘을 합치면 내 저주 받은 운명을 씻어낼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생각을 하고는 앙리를 찾아가 그를 만나는 것으로 이 작품이 시작돼요. 그리고 앙리가 나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반드시 이 생명 창조를 성공시킬 거라는 욕망으로 괴물을 만들어내요. 저는 빅터의 트라우마와 정신병적인 상처가 조금 더 강렬하게 보이길 바라고 있어요."

그리고 이건명은 "빅터에게 앙리는 세상에 나 같은 놈이 있다는 경이로움이죠. 반가움이나 우정을 넘어선 애정, 포괄적인 사랑이라고 할 수 있어요. 게다가 연구를 위해 목숨까지 내놓으니 그것에 대한 소중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겠죠. 반대로 괴물은 절망의 끝이죠. 신이 되고 싶었지만 악마가 되고, 인간이 신을 뛰어넘으려 했던 것이 실수라고 울부짖는 것처럼 말이죠. 물론 처음 괴물이 탄생하고, 또 나에게 다가왔을 때는 앙리였을 거예요. 하지만 룽게를 죽이고 숙부, 누나를 다 죽이고 난 뒤에는 더 이상 앙리가 아니에요. 빅터에겐 빨리 마무리 지어야 할 용서 받지 못할 실수인거죠"라고 앙리와 괴물을 구분지어 설명했다.

또 그는 앙리가 빅터를 위해 목숨을 버리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일반적인 시선으로 보면 그럴 수 있겠지만, 이들이 처해 있는 상황을 생각해본다면 가능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미스 사이공'의 킴과 크리스가 나눈 절절한 사랑을 언급했다.

"두 사람은 전쟁 중 짧은 시간동안 사랑을 나누고 생이별을 해요. 그리고 킴의 목숨을 건 사랑 찾기 대작전이 펼쳐지는데, 킴이 크리스에게 집착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들 했어요. 그런데 그건 이 둘 사이에 전쟁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 생각해요. 평범하게 얘기를 나누고 있던 중에 폭탄이 떨어져서 상대가 눈앞에서 죽는 것. 이게 전쟁이에요. 그 속에서 피어난 사랑이라면 절실하지 않을까요? 'The last night of the world'라는 넘버가 나오는데 킴과 크리스는 이 밤을 세상 마지막 밤이라고 생각해요. 언제 죽을지 모르기 때문에 세상 무엇보다 소중할 수 있어요. 빅터와 앙리도 마찬가지에요. 빅터가 신체접합술의 새로운 방법론을 창안하고 사체 재활용 이론으로 생명과학계의 파문을 일으킨 문제아인 앙리를 알게 됐을 땐 얼마나 큰 동질감을 느꼈을까요. 또 늘 이단아 취급을 받았던 앙리 또한 제 1사단 무기연구소에서 생명 창조를 하고 있던 빅터를 얼마나 만나고 싶었을까요. 평생 생명 창조를 하려 했던 빅터와 적군의 다리를 접합하려 한 앙리가 만났다면 목숨을 버리고서라도 자신들의 이상을 실현하려 하지 않았을까요. 물론 한 번 보면 대사도 어렵고 해서 조금은 이질감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연기를 하는 저희는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앙리와 괴물 역을 맡고 있는 박은태와 한지상은 비교 불가의 막강한 노래 실력을 갖춘 실력파 뮤지컬 배우다. 각자가 가진 에너지가 다르기 때문에 연기 스타일 또한 다르고, 이 때문에 관객들은 골라보는 재미를 느끼거나 회전문을 돌면서(여러 번 같은 작품을 보는 것) 극찬을 전하고 있다.

이에 이건명에게 "연기를 할 때 두 배우의 다른 점에 영향을 받는가"라고 질문했다. 그러자 이건명은 긍정하며 "이것이 더블, 트리플 캐스트의 묘미죠"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지는 얘기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지상이랑 프리뷰 때 공연을 하고 거의 일주일 넘어서 다시 만났어요. 하지만 라이브하게 가고 싶은 마음에 맞춰보지 말자고 했죠. 공연을 길게 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정해진 액팅을 하고 대사를 읊을 때가 있어요. 그걸 매너리즘이라고들 하는데, 그렇게 되면 그날 공연은 배우에게 '꽝'이에요. 그건 연기가 아니라 낭독일 뿐이죠. 그런데 상대에게 조금 더 신경을 세우고 연기를 하다 보면 새로운 에너지가 들어와요. 그게 진짜 좋아요. 그 에너지만으로도 살아 있는 연기를 할 수 있어요."

"은태와 지상이는 살아온 인생만큼 연기도 다르기 때문에 다른 점을 꼬집어서 말하긴 힘든 것 같아요"라고 덧붙인 이건명은 "2막에서 괴물에게 옷을 입혀주고 목을 조르는데 그건 두 사람의 합이 맞아야 해요. 그런데 일주일 간 다른 두 빅터와 합이 맞았다면 저와는 조금 안 맞을 수도 있겠죠. 예전 같으면 목을 조를 시간인데 안 그러다 보니, 계획에 없던 대사를 뱉는 경우도 생겨요. 그 때 빅터에 빙의되어 말이 나오면 아주 큰 장점이 되고, 계산을 해서 말을 하게 되면 단점이 되겠죠. 동전의 양면인 것 같아요. 다행인 건 다들 무대에서 연기를 오래 한 배우들이라 장점인 케이스가 많다는 것이겠죠"라고 무대에서 연기를 할 때 생기는 묘한 재미를 언급했다.

앞서 말했듯 이건명은 빅터 외에 자크를 연기하고 있다. 자크는 익살스럽지만 냉혹한 인물로 괴물이 복수심에 불타게 만드는 계기를 제공하는 중요한 역이다. 인간의 잔인함과 가장 밑바닥을 볼 수 있는 2막 격투장에서 등장한다. 과장된 분장과 의상은 물론 조금은 우스꽝스러운 말투와 춤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혹여 웃음이 나오지는 않을까 싶어 질문을 꺼내자 이건명은 예상 외로 "힘들다"는 말부터 했다.

"우리 셋 모두 빅터로 고민할 시간도 없는데 자크로 고민해야 하는 시간이 너무 길다고 할 정도였어요. 1인 2역을 하는 이유는 괴물이 빅터에게 복수를 하게 만드는 인간을 보여주기 위함이거든요. 단순히 웃긴다거나 다른 인물로만 보이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괴물이 분노를 느낄 수 있는 자극을 줘야 하는 배역이라 정말 힘들어요. 그래서 어떤 방식으로 표현을 해야 하는지 세 명이서 의견 교류도 많이 했어요. 그 결과 저는 웃음을 주는 것보다는 관객이 단 한순간도 풀어지지 않도록 끝까지 괴물의 인간에 대한 분노 자극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그리고 이건명은 작품이 너무 '강강강'으로 치닫기 때문에 숨 쉴 곳이 없다는 평에 대해서도 "사람이 죽어나가고 괴물이 만들어지는 작품에서 어디다 호흡을 쉴 수 있는 템포를 줘야 하나요?"라고 반문하고는 "색깔이 분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색깔이 분명하지 않으면 빅터의 감정이 표현되지 않아요. 괴물의 격투신에서 은태와 지상이는 괴로워하면서 노래를 해요. 연습실에서 그 노래 끝난 뒤 몇 번이나 연습을 멈췄는지 몰라요. 애들이 너무 울어서 쉬었다 하자고 했죠. 그렇게 노래를 하는데 약 혹은 중으로 부르라는 건 말이 안 되는 얘기에요. 무조건 강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해요."

이어 그는 "아까 말했듯 연습 때부터 엉엉 울어야 나중에 냉철할 수 있기 때문에 리딩 할 때부터 120%를 쏟아 부었어요. 그러지 않으면 나중에 감당이 안 될 거라는 게 눈에 보여서 난리도 아니었어요. 형들도 보고 왜 이렇게 하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한 번 해보라고 했죠. 형들도 나중엔 똑같이 콧물 눈물 다 흘리면서 리딩을 했다니깐요. 우리가 처음부터 살살했다면 이성준 음악감독이 음악을 좀 바꿨을 텐데, 우리가 그렇게 하면 답이 안 나오는 것을 알아서 꽉 채워서 했더니 '잘하시네'라고 하더라고요"라고 말하고는 "나쁜놈"이라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그렇게 하다 보니까 이것이 '프랑켄슈타인'만의 차별화라고 생각해요. 더 절절한 사랑이라던가, 약과 중이 있었다면 이렇게 큰 사랑을 받지는 못했을 것 같아요."

앞으로도 계속 '프랑켄슈타인'에 출연하고 싶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한 이건명은 "보시고 다들 무거운 마음으로 돌아가시는데 인간의 신에 대한 도전기라고만 생각지 말아주셨으면 해요"라고 관객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진짜 괴물은 누구인가'를 생각하다보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라는 삶의 방향성이 생기실 거예요. 가슴 아픈 건 관람 당일 하루만 느끼시고 조금만 틀어서 '나는 이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생각하시면 조금 더 진취적으로 작품에 다가갈 수 있지 않나 싶어요."

이건명을 비롯해 유준상 류정한 박은태 한지상 서지영 안유진 리사 안시하 김대종 등이 출연하고 있는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오는 5월 18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티브이데일리 박진영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충무아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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