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든 김민준과 카메라 든 기자..누가 더 무서울까

2014. 6. 28.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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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이선필 기자]

배우 김민준.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

요 근래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사건을 복기해보자. 유명 래퍼 최자의 지갑이 대중에게 공개되며 에프엑스 설리와의 교제설이 불거졌다는 점, 소녀시대 멤버이자 리더인 태연이 엑소의 백현과 교제한다는 사실을 인정했다는 점까지 말이다.

그리고 이번엔 배우 김민준의 손가락 욕 사진이 등장하며 도마 위에 올랐다. 중국으로 개인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인천공항을 향했다가 카메라 세례를 받고 여기에 우발적으로 분노를 표출한 것이다.

앞서 언급한 두 사례는 젊은 층에게 절대적 지지를 얻고 있는 아이돌 스타가 관련됐다는 점에서 김민준과는 달라 보이지만 본질은 같다. 바로 본인이 원치 않게 대중 매체를 통해 대중에게 알려졌다는 사실이다. 이유야 어찌됐든 김민준 측은 즉시 사과를 했고,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일견 씁쓸한 감을 지울 수는 없을 것 같다.

김민준이 갑자기 들이닥친 취재진을 향해 날린 분노는 어쩌면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연예인과 대중 매체를 향해 갖고 있는 양가감정을 상징하는지도 모른다. 연예인의 속살까지 알고 싶으면서도 그걸 까발리는 매체를 향한 피로감과 원망 말이다.

태연과 백현의 사례와 김민준의 사례는 전형적인 '파파라치 방식'의 취재에서 나온 결과물로 볼 수 있다. '파리처럼 웽웽거리는 이들'이라는 단어의 의미처럼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 몰래 혹은 공개적으로 카메라를 들고 다가오는 이들은 여간 피하고 싶은 게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취재를 해서 생산한 콘텐츠가 과연 뉴스인가라는 질문은 논외로 치더라도 여전히 논란의 소지가 많은 게 이런 취재 방식이다. 우리네 매체 환경에서는 이런 보도가 과도한 경쟁과 베끼기 등으로 이어진다는 건 분명 긍정적인 일은 아니다.

분별없는 보도 행태 어디까지 용인돼야 하나

교제설에 휩싸인 다이나믹듀오의 최자와 f(x) 설리

ⓒ 아메바컬쳐/이정민

당장 28일 당일 만 해도 김민준 관련 기사는 수 없이 쏟아졌다. 검색어로 뜨자마자 이미 기사를 썼던 매체에서도 기자의 이름을 뺀 재탕, 삼탕 기사가 반복됐고 일부 매체는 누리꾼들 반응을 대변하는듯하며 김민준의 행동에 싸늘한 시선을 보내기도 했고, 과거 사례까지 언급하며 김민준에 대한 낙인 효과를 강화시키기도 했다.

저널리즘이 사라진 요즘이다. 특히 연예 매체에서는 더욱 심하다. 기사는 존재하지만 기자는 없는 기현상이 반복되고 있고,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사라져가고 있다. 일단 걸리면 찍고 쓰고 본다. 같은 날 출국장을 나섰던 2PM, 빅스 등이 중국 광저우 공식행사로 향하는 길이었고 현장 취재에 대한 일정 부분 동의가 있었다면 김민준은 다르다. 취재진의 존재 사실을 몰랐고, (취재진들은 못 들었다고 했지만) 사진 취재에 대해 거부의사를 보였다.

대중에게 무엇을 알려야 할까. 공익과 관련한 사건도 아니었고 그는 그저 자신의 개인 일정을 위해 나가던 것뿐이었다. 알권리를 운운할 수도 있지만 과연 누구를 위한 알권리인가. 물론 얼굴이 알려진 연예인으로서 김민준이 더 세련된 방식으로 취재진을 대할 수도 있었지만 그도 사람이다. 어쩌면 연예 기사의 질과 수준을 떨어뜨리는 건 이런 '저인망식' 취재와 '아님 말고' 식의 행태 아닐까. '기자'라 불리고 그걸 업으로 삼고 있다면 저널리즘의 개념과 기본적인 보도 윤리부터 되새겨야 하겠다.

손가락을 든 김민준과 카메라를 든 기자 중 누가 더 무서운 존재였을까. 아무리 그 의미가 넓다지만 분명한 건 저널리즘이 한 개인의 사생활까지 무분별하게 보도하는 걸 뜻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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