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 주연 김남길 "척추뼈 금 갈 정도로 힘들었다"

이혜인 기자 2014. 7. 31.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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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남길(33)의 이름을 들은 사람들은 십중팔구 이렇게 말한다. "비담?" 김남길은 2009년 MBC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비극적인 운명을 타고난 차가운 남자 비담 역을 맡았다. 뛰어난 검술과 수려한 외모를 겸비한 비담은 사람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그런 그가 영화 <해적:바다로 간 산적>(이하 <해적>)에서 다소 방정맞은 검객으로 돌아왔다. 코믹 액션극인 <해적>에서 그는 고래를 찾아 바다로 떠나는 산적무리들의 두목 장사정 역을 맡았다. 김남길의 수려한 외모는 여전하지만 관객을 무장해제시키는 약간 모자란 미소와 어수룩한 행동이 눈에 띈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배우 김남길을 만났다.

- 그동안 무게감있는 역할을 하다가 이번 작품에서는 밝은 역할을 맡았다.

"사람들이 굉장히 의외라고 말하더라. 나는 오히려 그런 반응이 의외였다. 정극을 주로 했어도 촬영현장에서 나의 모습은 그렇지 않았다. 현장에서는 늘 농담을 하고 심각한 장면을 찍을 때도 재밌는 분위기를 유지했다. 나는 나의 이런 모습을 사람들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가 않더라."

- <해적>의 장사정은 농담도 잘하고 가벼운 캐릭터다. 실제 장사정의 모습과 얼마나 일치하나.

"말투와 행동이 나와 좀 비슷한 부분이 있다. 감독님도 '최대한 편안하게 네 스타일대로 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영화에서 손예진씨가 '좀도둑이 나를 희롱하는구나'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내가 '내 앞으로 걸린 현상금이 너의 두 배가 넘는다'라고 받아치는 부분처럼 장난스러운 느낌이 나와 좀 닮은 부분이 있다. 또 지기 싫어하는 것과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다고 명확하게 이야기하는 부분이 나와 닮았다. 나는 아니면 아닌 거라 말하고 궁금하면 궁금하다고 물어본다."

- 헐리우드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의 주인공 잭스패로우(조니 뎁)와 비슷하다는 평이 있더라. 그런 말을 들으면 어떤가.

"유쾌한 부분이 닮았다고 하는 것은 아닐까. 장사정과 산적 무리들은 웃기려고 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바다에 대해 잘 몰라서 웃음을 준다. 예를 들면 상어를 고래라고 생각하는 장면 같은 거다. 모르니까 용감하고 그런 면이 보는 사람들에게 재미를 준다. 감독님이 촬영하면서 '캐리비안의 해적'의 잭 스패로우 역에 대해서는 잊어버리라고 말했다. 헐리우드에서 먹히는 웃음코드를 아시아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단순하게 말할 수도 없다. 잭 스패로우와 장사정은 유쾌하다는 면에서는 닮았을 수 있다. 하지만 장사정은 기본적으로 의협심이 있다. 목숨을 바쳐서 형제와 나라를 지키려고 하는 점 같은 거다."

- 장사정의 캐릭터나 영화 스토리 구성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제안한 부분이 있나.

"옷이다. 산적하면 굉장히 크고 가죽을 등에 업고 있고 이런 이미지를 떠올리지 않나. 원래 장사정도 덩치가 굉장히 큰 느낌으로 갔는데 나는 일반적으로 보이는 산적과는 다르게 날렵한 것을 원했다. 그래서 손에 토시를 끼고 문신도 하면서 스타일리시하게 해보자고 제안했다. 감독님은 정통 사극의 산적을 원했지만 저는 판타지 같은 느낌을 원했다. 손예진씨를 비롯해 다른 배우들도 자기 캐릭터 분장에 대해서 의견을 내서 캐릭터를 만들었다."

- 영화 찍으면서 어떤 부분에서 가장 크게 고생을 했나. 액션신이 많았다.

"엄청나게 고생했다. 전체적으로 다 힘들었지만 영화 앞부분에 김태우씨와 칼을 휘두르며 대결하는 부분이 있다. 물이 고여있는 웅덩이가 많았다. 칼싸움을 하다가 물 웅덩이에 훅 빠지는 느낌을 리얼하게 보여주면 싸움의 디테일이 더 잘 사니 감독님이 웅덩이를 많이 파놨다. 또 비도 많이 내렸다. 원래 액션신을 즐기는 편인데 비가 와서 칼이 미끄러지고 웅덩이도 있어 움직임이 편하지 않으니 그런 데서 육체적인 두려움이 오더라. '내가 좋아하는 액션신을 하는데 왜 이렇게 힘들고 버겁지?'하는 생각이 들더라. 말을 탔다가 요추 2,3번이 골절되기도 했다. 천둥 번개가 치면서 말이 예민한 상태였다. 말이 물에 들어가는 걸 싫어하는 상태에서 억지로 물에 끌고왔는데, 마부가 고삐를 놓자마자 마구 날뛰더라. 말에 탄 상태에서 말을 붙잡고 그대로 뒤로 넘어져서 말 밑에 깔렸다. 지금은 괜찮다."

- 제대 후 드라마 <상어>로 복귀했지만 작품이 잘 되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어떤가.

"나는 시청률이 안 좋았다고 해서 나쁜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선덕여왕>에서 40~50% 시청률을 겪어본 후 앞으로 그렇게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를 해볼 수 있겠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시청률과 상관없이 <상어>에서는 개인적인 문제가 있었다. 군 제대 후 오랜만에 작품을 하다보니 강박증이 있었다. 뭔가를 더 잘 표현해내야겠다는 생각이 있어서 연기가 억지스럽고 과장스러웠다. 내가 스스로 그렇다는 것을 알아챘을 때는 이미 늦었었다. 끝나고 나서 작품을 보니 개인적으로 연기가 만족스럽지 않은 부분이 많았다. 본연의 내 모습같지 않았다. 혼자 숙소에서 침대에 앉아서 '연기가 나와 잘 안 맞는 건가, 그만 둬야 하나' 같은 생각을 많이 했다.

<해적>을 하면서도 그런 걱정이 있었는데 함께 하는 형들이 많이 도와줬다. <해적>을 하면서 내 본연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는 것 같다. 지금은 연기에 힘을 빼는 데 집중하고 있다. 나는 좋은 흐름은 내가 가져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이 나에게 약이 되는 상황이라 생각한다. 지금보다 힘이 더 빠지면 나중에 짐 캐리처럼 정통 코미디나 로맨틱 코미디를 한 번 해보고 싶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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