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무'로 스크린 데뷔 박유천 "연기와 노래는 깊이가 달라..명량과 윈윈했으면"

박은경 기자 2014. 8. 12.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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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사람들은 파도와 기계소리 때문에 크게 말하는 게 습관화돼있죠. 동식이가 처음 홍매를 기관실에 데려갔을 때 부러 목소리를 높였어요. 뱃사람들의 습성을 표현하고 싶었거든요."

그룹 JYJ 멤버 겸 배우 박유천(28)은 첫 영화 <해무>에서 순박한 막내 선원 동식을 맡았다. 흔들리는 배 위에서 선원을 연기하기가 쉽지 않았을 테지만 그는 "얼굴은 더 까맣게 분장하고 싶었는데 신입 뱃사람이라 하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해무>는 2001년 일어난 제7태창호 사건을 모티프로 한 연극 <해무>가 원작이다. 전남 여수로 밀입국을 시도하던 중국인과 조선족이 배에서 질식사하자 선장과 선원들이 시체를 바다에 유기한 사건이다. 박유천이 맡은 동식은 밀입국하려는 조선족 처녀 홍매를 구하면서 애틋한 마음을 품는다. 순진했던 동식은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홍매와 자신을 구하기 위해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해무> 덕분에 흡사 뱃사람이 다 된 것 같아 보이는 박유천과 만났다.

- 심성보 감독은 극한 상황에서 인간의 본성을 보여주고 싶다고 연출의 변을 밝혔는데, 동식이 가지고 있는 선과 악은 무엇인가.

"동식이 가지고 있는 굉장한 순수함에서 선과 악이 나온다. 보통은 내가 어떤 행동을 하면 주변에서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해 걱정하는데 동식은 옳다고 판단하면 바로 실천한다. 그만큼 때묻지 않았다. 그는 옳다고 해서 하는 행동이지만, 다른 사람 입장에선 악이 될 수도 있다. 동식이 홍매에게 순수한 사랑의 감정은 느끼고 그 감정 덕분에 살 수 있겠다는 용기를 품는다. 몇 개월 넘게 이어지는 사건이었으면 감정을 담는 게 힘들었겠지만, 며칠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벌어져 연기하는 입장에선 다행이었다."

- 홍매와 단둘이 있을 때 허세를 부리는 듯하다가도 수줍어하는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어떻게 감정을 잡아냈나.

"홍매와 단둘이 있는 기관실에 있을 땐 홍매만 봤다. 남자들은 호감 가는 여자가 있으면 배경은 보이지 않고 그 여자만 보인다. 뱃사람으로서 프라이드가 있기 때문에 거기 나오는 허세도 있다고 봤다. 또 홍매는 내가 구한 여자라는 데서 오는 자신감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

- IMF가 휩쓸고 간 1998년 여수가 배경인데, 어린 시절이라 이해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1998년에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그 때 기억이 선명하다. 1998년부터 1999년까지 우울증에 많이 시달렸다. 이민이긴 하지만 우리집도 IMF 때문에 어려워져 도주한 거나 마찬가지다. 내가 가장은 아니었지만 내 기억을 비춰보면 생계를 위해 밀항하는 사람들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밀항자 중 한명이 '가족들 벌어 먹이려고 온 거 아니겠오'라는 말을 할 때 무척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는데, 그 땐 정말 동식으로서, 또 개인으로서 모두 공감이 갔다."

- 홍매와의 베드신이 화제가 됐는데, 어떻게 이해하고 연기했나.

"시나리오를 접했을 때 노출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 오히려 감정선이 힘들더라. 그 순간에 그런 행위를 할 수 있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살인을 목격하는) 그런 경험은 하려야 할 수도 없으니까 의문이 더 컸다. 찍기 전에는 고민이 많았는데, 현장에서 아제(문성근)가 돌아가시는 순간 모든 게 납득이 됐다. 살아있다는 걸 느끼려는 두 남녀의 감정이 이해됐다."

- 첫 영화인데, 드라마와 영화 현장의 다른 점이 있나.

"영화는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는 가에 따라서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는 것 같다. 촬영 시간이 여유가 있으니 감독님이나 선배 배우들과 대화할 기회가 많다. 굳이 연기 얘기가 아니더라고 그분들과 대화를 통해 선원이 되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시간 활용만 잘한다면 연기력도 많이 향상될 것 같다."

- 배우로서 어떤 연기가 좋은 연기라고 생각하나.

"(한참 생각) 영화를 보는 관객 입장에서, 할아버지가 말없이 지팡이 짚고 걸어가거나 꼬마가 자전거 타고 가는 표정 같은 게 어떤 명대사보다 더 기억에 남곤 한다. 뚜렷한 사건도 없고 대단한 배경음악이 없어도 관객들의 감정을 끌어내는 연기가 좋다. 마치 영화 속 사람이 실제 살아있었다면 저렇게 했겠지 하는 연기를 좋아하고 추구한다."

- 가수로서는 얻지 못하는 연기의 즐거움이 있다면.

"연기는 뭔가 한꺼번에 뜨겁게 안았다가 배출시키는 것 같다. 노래도 감정을 담지만 연기는 꽤 긴 시간동안 만드니까 깊이감이 있다. 여러 가지 감정을 안았다 뱉는 게 즐겁기고 하고 힘들기도 하지만, 그러면서 내 나름대로 정리해가는 부분이 있다. 캐릭터를 받아들이면서 흔들렸던 가치관을 바로 잡기도 한다. 연기는 감독과 작가의 의도도 있지만 배우인 내가 같이 녹여서 만드는 부분이라고 본다. 같이 녹여서 하다보니 제 나름의 새로운 모습을 찾을 수 있고, 거기서 뭔가를 해소하기도 한다."

- 앞서 개봉한 <명량> 등이 크게 흥행하고 있는데 흥행에 대한 부담은 없나.

"<명량>은 시사회에 가서 봤다. 포스터 한 장만으로도 보고 싶은 영화였다. 똑같이 바다를 배경으로 하니까 얼마나 힘들게 찍었을 지 보이더라. 뱃사람들은 정말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든다. 경쟁보다는 서로 윈윈하고 싶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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