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1970', 마음이 무거운 건 폭력 때문이 아니다

2015. 1. 15.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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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두 남자 통해 바라본 서울, 사람들의 농밀한 욕망 담았다

[오마이뉴스 이선필 기자]

영화 <강남1970>의 한 장면.

ⓒ 모베라픽쳐스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

여전히 대한민국은 땅에 울고 땅에 웃는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 기본 요건 중 하나인 주택과 땅이 재산 증식 수단이 돼 사람들의 욕망을 자극하고 있다.

오는 21일 개봉을 앞둔 영화 <강남1970>은 바로 그 땅에 대한 욕망의 근원을 쫓았다. 40년 전 그러니까 강북에서 강남으로 서울을 확장하는 '영동토지구획정리사업'을 소재로 우리들의 삐뚤어진 욕심을 직시했다.

인구를 고르게 분배하고 발전을 도모한다던 이 계획의 뒤엔 정권을 노리는 정치세력과 돈을 노린 건달 세력이 있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거친 폭력, 그리고 낭자하는 피는 그래서 필연적으로 보인다. 135분의 짧지 않은 러닝타임을 대부분 채우는 게 남자들의 거친 폭력과 협잡이라는 점에 불편함을 느낄 여지는 있지만, 유하 감독이 스스로 밝혔듯 피해갈 수 없었던 시대적 비극임은 분명하다.

<강남1970>은 유하 감독의 '거리3부작', 즉 <말죽거리 잔혹사> <비열한 거리>를 잇는 마지막 작품이다. 그 피날레를 이민호와 김래원이 장식했다. 청춘스타로 주목받다가 최근 들어 드라마 <펀치>, 영화 <마이 리틀 히어로>로 또 다른 변신을 시도한 김래원은 욕망과 우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청년 백용기 역을 맡았다. 여기에 이민호가 첫 주연으로 이야기를 이끄는 김종대를 연기했다.

고아 출신의 두 남자가 건달이 되고, 자신들의 출구 없는 인생을 깨뜨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게 영화의 큰 줄거리다. 집 없이 넝마주이로 전전했던 과거를 벗어나 다리 뻗고 잘 수 있는 집 하나를 갖고 싶다는 게 이들의 유일한 소망. 하지만 세상과 사람들은 이들을 가만히 두지 않고, 이들 역시 개발의 광풍 속으로 순순히 걸어 들어가며 운명의 장난을 받아들인다.

분명 무겁고 잔인하다. 여기서 짚어야 할 건 영화의 폭력성 때문이 아니라는 것. 오히려 암묵적으로 인정하면서도 쉽게 드러내지 않았던 우리의 욕망을 날 것으로 보였다는 점에서 잔인하고 무겁다. "학교를 떠나 넝마주이를 했던 고등학교 친구들, 그리고 우연히 읽은 <서울도시계획> 이야기를 함께 하고 싶었다"던 유하 감독의 말을 생각해본다. <쌍화점> <하울링> 등으로 영화적 변신을 시도했지만 큰 재미를 보지 못했던 유하 감독이 사실 가장 잘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선보인 셈이다.

이게 바로 <강남1970>이 단순한 조폭 영화에 그치지 않는 이유다. 다소 느리고 차분한 호흡으로 남자들의 시선을 쫓다 보면 어느새 우리는 2015년 천민자본주의의 노예가 된 대한민국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이 기사를 응원하는 방법!☞ 자발적 유료 구독 [ 10만인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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