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뉴스] '영화 어벤져스2' 왜 서울에서 촬영했을까?

2015. 4. 30.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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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브랜드가치 2조 상승? 직접 관광홍보효과 4천억원?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영화 '어벤져스 2'가 개봉 1주일만에 4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는 천만 관객을 돌파한 외국영화들의 기록을 갈아치우는 것이다.

'어벤져스 2'가 돌풍을 일으키는 이유는 뚜렷한 경쟁작이 없는데다 스크린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서울에서 제작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영화에 나오는 서울시내 장면은 서울의 특징도 잘 드러나지 않는데다 많지 않은 분량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오늘 [Why뉴스]에서는 "영화 어벤져스2 왜 서울에서 촬영했을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개봉 1주일만에 400만 관객 돌파했다는 건 대단 한 것 아닌가?

= 그렇다. 개봉 일주일만에 400만 관객을 돌파했다. 29일까지 4,319,633 명의 관객이 관람한 것으로 집계됐다.

1000만 관객을 달성한 외국 영화 중 인터스텔라가 400만 관객을 돌파하는데 10일, 아바타가 11일 겨울왕국이 15일 걸린 것에 비교하면 엄청만 속도라고 할 수 있다.

2009년 개봉한 아바타는 누적관객 13,302,637 명으로 명량과 국제시장에 이어 역대 3위를 기록 중이고 겨울왕국이 10,296,101명으로 역대 11위 인터스텔라가 10,275,484 명으로 역대 12위를 기록 중이다.

▶ 서울시내가 배경이라는 점도 작용한 것이냐?

= 그런 영향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영화에서 나오는 서울시내 장면은 한강과 마포대교, 청담대교 그리고 세빛둥둥섬과 여의도 63빌딩, 상암동 MBC 신사옥, 문래동과 의왕 계원예대 앞 등이다. '블랙 위도우'가 오토바이를 타고 강남대로를 질주하는 장면 뒤로 한글간판이 지나가고 지하철에서의 캡틴아메리카와 울트론의 전투장면도 나온다.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서 서울시내가 자연스럽게 나온다는 건 글로벌시대의 서울의 위상을 나타내는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지난해 영화 촬영때부터 화제가 됐었다. 실제 개봉도 한국이 빨랐으니 마케팅 차원에서는 성공한 셈이다.

▶ 마케팅만 성공했다는 얘기냐? 국가브랜드 가치가 상승하고 직접홍보효과도 수천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하지 않았나?

= 영화 마케팅을 위한 홍보효과는 성공적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이 영화로 인해서 국가브랜드 가치가 상승한거나 관광홍보효과가 엄청날 것이라는 예측과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한글간판 몇 개와 우리말 대사가 나온다는 것, 그리고 서울시내 곳곳이 세계적인 영화에 등장한다는 건 대단한 것이겠지만 엄청난 효과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많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해 3월 마블스튜디오와 '어벤져스2' 촬영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한국 촬영을 통해 4,000억원의 직접 홍보 효과 및 2조원의 국가 브랜드 가치 상승효과가 기대된다"고 홍보했다. 서울이 '어벤져스2'의 배경으로 사용되면서 매력적인 관광지로 부각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영화를 보면 한글간판 몇 개 우리말 대사 몇 컷 그리고 한강과 여의도 등 서울시내의 몇 장면이 나오지만 서울 도심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액션 장면들이 워낙 속도감 있게 흘러가면서 잘 보이지도 않는다.

서울시내 장면이 20분여분이지만 7분간의 강력한 액션신에 묻히는 것이다. 정덕현 영화영화평론가는 "짧은 로케이션 시간, 서울의 특징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공간, 현란하고 속도감 넘치는 CG로 덮여져 빠르게 흘러가기만 하는 장면들은 서울 로케이션이라는 말을 무색하게 만든다"면서 "전체적으로 이 영화에서 서울이라는 공간이 부각된 것은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 서울에서 찍은 이유가 무엇인가?

= 사실 영화를 보면서 든 의문이기도 하다.

서울시내 장면을 홍콩이나 싱가폴 같은 도시에서 찍었더러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장면이었다. 꼭 서울이어야 할 이유는 없었다는 얘기다.

당초 '어벤져스2'가 보여주려 한 서울의 이미지는 최첨단 과학기술도시라는 점이었다.

조스 웨던 감독은 서울 로케이션을 택한 이유를 "최첨단 과학기술 연구가 진행되고, 유전공학으로 주목받는 곳"이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새빛 둥둥섬이 유전공학 연구소로 잠깐 등장하는 것 외에는 문래동이나 계원대 근처의 좁고 긴 골목들은 추격장면이나 액션 장면에는 어울리는 지 몰라도 최첨단 과학도시라는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고 이 장면이 관광 효과를 가져올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영화니까 즐겁게 보면 그뿐이겠지만 이 영화 촬영을 위해 지난해 3월 30일 마포대교를 11시간 반 동안 전면통제했고 서울시 버스 노선을 조정하면서까지 한강다리 촬영을 도왔다.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지하철 2호선 강남역 등 촬영지 인근 지하철역의 출입구를 폐쇄하고, 전동차를 무정차 통과시키기까지 했다.

국내 영화촬영에 이 정도의 전폭적인 지원을 해준 전례가 없다. 여기에다 '외국 영상물 로케이션 인센티브 지원 제도'에 따라 국내에서 사용한 제작비의 30%에 해당하는 30억 원을 환급해주기도 했다.

이 정도의 화면을 보기위해서 이런 전폭적인 지원을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오히려 마블스튜디오가 마케팅 전략을 위해 서울에서 촬영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어벤져스2는 북미보다 한국에서 먼저 개봉했다. 그만큼 할리우드가 국제 시장에서 한국을 중요한 시장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 관객이 몰리는 이유가 스크린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라는데 어느 정도냐?

= 지난주말 극장을 갔다가 깜짝 놀랐다. 영화 상영을 안내하는 안내판에 어벤져스만 보였다. 고장이 난것이가? 하고 봤더니 장수상회나 다른 영화 1, 2개가 겨우 보이는 지경이었다.

실제로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자료를 보니 역대 최고치였다. 스크린을 싹쓸이 하고 있다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것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어벤져스2는 전국 1,623개 스크린에서 8,133회 상영됐다. 입장권 수입만 371억 원에 이른다. 스크린 쏠림 현상은 주말에 더욱 심했다. 지난 주말 25일(토)과 26일(일)에 각각 1,843곳, 1,826곳 스크린에서 어벤져스2를 걸었다.

영진위의 '2014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전체 상영관은 2,281개

인데 전체 스크린의 80%가량을 어벤져스2 한 편이 싹쓸이한 셈이다. 3대 멀티플렉스인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가 전체 상영관의 92%인 2,098개를 점유하고 있으니, 이는 멀티플렉스의 스크린 몰아주기로 봐도 무방하다.

영화 평론가 오동진 씨는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전체 스크린 2,200여 개 가운데 1800여 개를 거는 나라는 없다"며 "정부의 말대로 한국 촬영에 따른 경제유발 효과를 극대화하더라도 스크린 독과점 탓에 경상비를 제외한 극장 수익을 고스란히 할리우드가 가져가니 적게 벌고 많이 쓰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 대기업 배급영화에 대한 스크린점유율을 제한하기로 하지 않았나?

=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12월 CJ CGV와 롯데시네마에 대해 5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당시 보도자료에는 "대기업 배급영화에 대한 스크린점유율 제한 (CJ, 롯데)할 것"이라면서 "대기업(CJ/롯데/NEW/직배사 등) 영화 등에 대한 전체 스크린점유율을 일정 비율 이하로 편성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CGV와 롯데시네마가 자율적으로 스크린 점유율 독점을 해결하겠다고 공정위에 제출한 것으로 이들은 "특정기간 동안 일부 영화가 과도하게 스크린을 점유하여 경쟁작의 상영을 제한하는 현상을 방지하는 취지"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약속을 한 지 6개월도 지나지 않았는데 거의 대부분 스크린을 어벤져스 2로 깔고 있는 것이다.

한 한국영화배급사협회 관계자는 "대기업 극장들이 스크린점유율 독점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한 지 6개월도 지나지 않았는데 이렇게 싹쓸이 하는 건 중소배급사나 소규모 영화사들을 고시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대해 CGV관계자는 "어벤져스2가 많은 스크린을 독점한 것은 워낙 대작이다보니 다른 작품들이 경쟁을 피했고 4월이 영화 비수기여서 뚜렷한 경쟁작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평가는?

= 영화를 보면서 이렇게 지루하게 느낀 기억이 별로 없다. 개인적으로 화려한 뷔페식당에 간 느낌이었다. 개별적으로는 성공한 영화의 주인공들을 모두 모았으니 영화에 집중하기도 어려웠고 스토리도 빈약한 때려 부수는 장면 일색이었다.

관객들의 반응은 다양했지만 초등학생 같은 저연령층은 좋아하는 분위기였고, 40대 이상의 중년층에서는 그렇게 좋은 반응은 아니었다.

주변에서 영화를 본 사람들도 대체적으로 돈이 아깝다거나 시간이 아깝다는 반응이 많았다. 한 관객은 "보다가 나왔다"는 글을 올렸고 "킬링타임용'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특히 마블에서 만든 영화시리즈들을 알지 못하면 영화의 흐름을 따라가기 어렵다는 점과 너무나 많은 영웅들이 활약을 하다보니 집중도 안되고 스토리 구성도 허술했다는 비판이 많았다.

CBS노컷뉴스 권영철 선임기자 bamboo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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