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뢰한' 전도연, 24년째 치열하게 사는 여자 [인터뷰]

김진성 기자 2015. 5. 26.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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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김진성 기자] 전도연(42)과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가 생애 네 번째 칸 영화제 초청 일정을 마치고 돌아와 갖는 첫 인터뷰였다.

4박 5일의 빽빽한 스케줄을 소화하고 온 전도연은 "너무 힘들었다"며 특유의 눈웃음, 콧소리와 함께 엄살부터 썼다. 체력적으로도 지쳤지만 못지않게 심적 부담도 컸던 듯했다. "여러 번 다녀왔으니 편할 것 같지만 막상 가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익숙하다거나 적응할 만한 게 없어요. 늘 새롭기도 하고요. 또 이번엔 섹션도 달랐잖아요. 갈 때마다 죽을 것 같아요.(웃음)"

전도연이 이번에 칸에 들고 간 영화는 27일 개봉되는 그의 15번째 주연작 '무뢰한'(감독 오승욱 제작 사나이픽처스). 살인자의 여자와 사랑에 빠지는 형사의 이야기로 올해 칸의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진출해 호평 받았지만 아쉽게도 수상에는 실패했다. 전도연은 영화에서 변두리 단란주점 마담으로 밑바닥 삶을 버티듯 살아가는 여주인공 김혜경을 연기했다.

전도연은 시나리오에 끌려 이 영화에 관심을 가졌지만 출연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고민이 많았다. 전도연은 "아무래도 영화 자체가 너무 어둡고 무거웠다"고 말했다. 앞서 영화 '협녀, 칼의 기억'(감독 박흥식)을 힘겹게 찍었고 이어 만만치 않게 무게감 있는 작품인 '남과 여'(감독 이윤기)의 촬영을 앞두고 있던 시기였다. '전반적으로 밝지 않은 영화들만 계속하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과 함께 무리한 일정을 감수하며 이 영화를 택한다는 게 그에겐 적잖은 부담이었다.

그럼에도 전도연은 '무뢰한'을 쉽게 흘려보낼 수 없었다. 언제나처럼 '사랑을 이야기하는 영화'라는 데 매료됐다. 장르적으론 느와르의 성격이 짙지만 그 안에 담긴 멜로 코드가 좋았다. 전도연은 "보고 싶고, 하고 싶은 사랑만 있는 건 아니지 않느냐"며 "'무뢰한'은 표현방식이 서툴고 솔직하지 못해도 '분명 내가 느끼는 건 사랑이라는 걸' 우직하고 투박하게, 혹은 다소 촌스럽게 말하는 영화다. 그런 부분이 영화적이라 느껴져 더 좋기도 했다"고 말했다.

"전 사랑 얘기가 좋은가 봐요.(웃음) 제 필모그래피를 돌이켜 보면 다 사랑 얘기예요. 장르와 상황, 인물에 따라 달랐을 뿐이죠. 해도 해도 질리지 않는 것 같아요. 사랑이라는 게 한 번 했다고 그걸로 끝인 게 아니잖아요. 다른 사랑으로 또 위로받고 싶은 게 인간이니까요."

'무뢰한'의 김혜경은 전도연을 만나 재탄생됐다. 전도연은 스스로 "여자를 잘 모른다"고 말하는 감독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김혜경의 감정선을 정리해갔다. 감독은 "어떻게든 이용해먹으려는 야비하고 더러운 남자들 사이에 놓인 김혜경을 전도연은 끊임없는 긴장과 불안 속에 자신을 둔 채 연기했다"고 말했다. 김혜경이 영화에서 살아 숨 쉬는 캐릭터로 있을 수 있었던 건 전도연이었기에 가능했다.

"그동안 대다수의 느와르물에서 여성은 대상화된, 남성들이 보고 싶어 하는 캐릭터로 그려졌던 것 같아요. 전 이번 영화에서 이 여자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어필하려 하지 않았어요. 남자들과 부대끼고 부딪히며 살아남는, 그 안에서 사랑도 하는 '여자가 아닌 인간'으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남은 건 감당하기 힘든 빚과 살인을 저지른 채 행적을 감춘 남자뿐인 김혜경. 그런 인물의 고통스러운 상황마저 모자라 전도연은 영화에서 폭력, 욕설, 베드신까지 소화해야 했다. 물론 전도연이 이런 연기를 처음 해본 건 아니다. 그러나 전도연은 이번 역시 "만만한 작업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비슷한 역할을 몇 번 해봤다고 익숙해지는 것도 아니고. 할 때마다 힘든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전도연은 "그래도 극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10여 년째 충무로 최고의 여배우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이지만 전도연의 자세는 24년째 그렇게 한결 같았다.

전도연에겐 승부사 기질이 있다. 스스로도 "치열하게 살고 승부근성도 뛰어난 편"이라며 "뭔가 시작하면 즐기지 못하고 너무 열심히 할까봐 우려될 정도"라고 말할 만큼. 한 아이의 엄마로 살면서 정상의 위치를 유지할 수 있었던 데엔 그만한 욕심과 노력, 무게에 대한 책임감이 뒤따랐다.

그런 전도연은 앞으로는 보다 밝은 작품을 하고 싶단 바람을 드러냈다. "어느 순간부터 자신이 '부담스러운 여배우'가 돼 버린 것 같다"며 "밝은 이야기의 시나리오가 잘 들어오지 않는다"고 머쓱해 하는 그였다. 관객 입장에선 그가 그런 고민을 하고 있단 사실마저 반갑다. 어떤 모습의 전도연이건 늘 기대되고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으니까.

[티브이데일리 김진성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신정헌 기자, CGV아트하우스]

영화 무뢰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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