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석의 this is it] 여자친구가 소녀시대에게 배운 것

아이즈 ize 글 강명석 2015. 7. 29.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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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글 강명석

걸 그룹 여자친구의 ‘오늘부터 우리는’은 데뷔곡 ‘유리구슬’의 속편처럼 보인다. 6명의 소녀들이 학교에 들어가는 뒷모습으로 시작하는 ‘유리구슬’ 뮤직비디오의 도입부는 학교 밖에서 어딘가를 걷는 ‘오늘부터 우리는’의 앞모습 오프닝으로 연결된다. 그 사이 춤을 추는 공간은 ‘유리구슬’의 학교를 벗어나 야외로 나갔고, 후크(hook)는 ‘유리구슬’처럼 록을 바탕으로 강하게 치고 나오되, “Me gustas tu gustas tu...”로 이어지는 후크를 하나 더 배치한다. 두 곡은 이야기와 설정을 공유하되 조금 다른 것을 보여주고, 그것은 이 팀을 데뷔 당시와 조금 다르게 만든다.

여자친구는 ‘유리구슬’에서 “못 이룰 것 없어요 그대만 있어준다면”이라며 짝사랑 중임을 암시했지만, ‘오늘부터 우리는’에서 “한발짝 뒤에 섰던 우리는 언제쯤 센치해 질까요”라며 관계의 진전을 바란다. 멤버들의 긴 팔다리는 ‘오늘부터 우리는’에서 뜀틀을 하는 도입부와 팔을 쭉 뻗어 한 바퀴 도는 하이라이트가 있는 안무를 통해 더욱 부각됐고, ‘유리구슬’에서 잠깐이나마 등장했던 남자는 ‘오늘부터 우리는’에서 아예 사라졌다. 대신 멤버들은 종종 카메라를 바라보며 뮤직비디오를 보는 사람과 눈을 맞춘다. 밝고 활달한 성격에 긴 팔다리로 성큼성큼 뛰며 몰려다닌다. 하지만 사랑에 대해서는 쉽게 마음을 표현하지 못한 채, 그들끼리 수다를 떤다. 1편과 속편과도 같은 두 곡을 통해, 여자친구는 말로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소녀들의 정체성을 만들어 나간다. 


‘유리구슬’은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를 모델로 삼았다. 후크 멜로디 전개, 운동복을 연상시키는 원피스, 여성적인 동작을 활기차고 정확한 군무로 소화하는 퍼포먼스 등은 모두 ‘다시 만난 세계’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여자친구는 ‘오늘부터 우리는’까지 ‘유리구슬’과 비슷한 스타일로 만들면서 역설적으로 그들만의 세계를 만들어 나간다. 같은 스타일이 유지되면서 전편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속편으로 연결됐고, 캐릭터는 이전의 결과물을 바탕으로 더욱 디테일해졌다. 흔히 청순한 이미지로 분류되는 걸 그룹은 많다. 멤버들끼리 있는 모습을 보여주며 케미스트리를 강조하는 팀도 많다. 하지만 여자친구는 그들보다 좀 더 역동적이고, 그들을 보는 사람과 눈을 맞추며, 좀 더 직접적으로 그들과 함께 놀자는 신호를 준다. 노래와 춤, 뮤직비디오 곳곳에 소녀시대를 비롯한 여러 걸 그룹들이 연상되지만, 합쳐 놓은 결과는 미묘하게 다른 소녀의 탄생이다. 

씨스타, AOA, 걸스데이, 소녀시대, 에이핑크 등 기존의 인기 걸 그룹은 올여름 비슷한 시기에 나왔다. 신인이거나 인지도가 낮은 그룹이 시선을 끌기는 더욱 어려웠다. 스텔라는 ‘마리오네트’에 이어 ‘떨려요’에서 노출이 심한 의상과 다양한 방식으로 성을 암시하는 뮤직비디오를 들고나왔고, 순간적으로 대중의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좋은 반응을 얻은 것은 두 번째 곡으로 실시간 음원차트 1위를 기록하기도 했던 여자친구였다. 소녀시대 전체도 아니고 노래 중 하나를 가져와 시작한 것은 여자친구와 그들의 소속사의 현재일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두 곡에 걸쳐 여자친구가 어떤 여자 캐릭터인지, 왜 좋아할지에 대해 일관되게 설득한다. 그들은 소녀시대가 단지 다양한 콘셉트가 아니라 몇 년에 걸쳐 팀 전체는 물론 멤버들까지 명확한 캐릭터와 서사를 가진 팀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 하다. 어떤 걸 그룹이나 회사가 소녀시대나 그들의 소속사 SM 엔터테인먼트처럼 될 가능성은 극단적으로 낮다. 하지만 그들이 정말로 해 온 것이 무엇인지 이해한다면, 많은 그룹들 사이에서 살아남을 수는 있을 것이다. 기막힌 아이디어를 동원할 필요도 없다. 스스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그 방향대로 열심히 만들면 된다. 더도 말고, 딱 두 곡이면 충분하다.  

글. 강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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