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 무도'로 다시 한 번 증명된 '무한도전'의 브랜드가치

윤지혜 2015. 8. 17.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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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오래된 만큼,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지속되는 데엔 하등 문제가 없는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저력은 그만의 브랜드 가치에 존재한다. 대한민국 평균 이하(임을 자처하는)의 사람들이 평균 이하는 물론 이상의 사람들도 감히 상상할 수 없는(때론 상상조차 하기 싫은) 도전을 하는 것, 하릴없기도 의미 있기도 하던 그들의 행보가 10년 넘게 진행될 수 있었던 이유다.

지난 15일에 방영된 '무한도전'은 멤버 각자가 사연이 담긴 음식을 해외로 배달해준다는 내용이었다. 언젠가 내뱉은 멤버들의 말이 10주년을 맞아 현실이 되어 돌아온 것으로 '배달의 무도'란 타이틀을 달고, 이번 편은 우선 정준하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박명수와 유재석은 해당 나라까지의 여정만 보여 준 상태다.

솔직히 '무한도전 가요제'를 목 놓아 기다리고 있는 시청자들에게 '배달의 무도' 편은 큰 관심사가 되지 못했을 게 분명하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무한도전'이 가진 브랜드 가치가 진하게 녹여진, 구체적으로 형상화된 편이라, 시청한 이들마다 '내가 이래서 무한도전을 좋아하지'라는 마음을 가졌으리라 예상해도 과언이 아닐 테다.

정준하에게 배당된 사연은, 멀고 먼 곳에 살고 있는 아들에게 보내는 어머니의 마음이었다. 아프리카 대륙에 위치한 나라 '가봉', 가는 데에만 수십 시간이 걸리니 노령의 몸을 이끌고는 절대 갈 수 없는 곳이기에, 정준하가 대신 어머니가 아들을 위해 직접 만든 음식을 들고 배달의 여정을 떠난 것이다.

상당히 감동적인 연출이었다. 연출이란 단어가 끼어 있어, 얼핏 부정적인 의미로 들릴 수 있겠지만 그게 아니다. 이왕 받는 것, 상대방이 최대한으로 감동을 받을 수 있도록, 보내는 이의 마음을 최대한으로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의 준비를 다 했다는 의미다. 이때는 정준하의 다소 과해 보이는 행동이나 반응도, 평소엔 웃음을 유발하는 포인트로 활용되지만, 감동을 배가시키는 요소가 되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아들은 그저 정준하란 연예인이 위로와 격려 차 방문하여 고국의 음식을 대접해주는 이벤트로 생각한다. 그러나 자리에 앉아 몇 숟갈 입에 떠 넣은 음식은 단순한 고국의 것을 넘어, 어머니와 어머니의 손맛이 떠오르게 하는 것이다. 뭔지 모를 코끝이 찡해지는 느낌에 어머니 생각이 난다고 내뱉자 들려오는 말이, "어머님이 해주신 겁니다"란다. 이 때 밀려오는 감동을 어느 누가 도로 물러낼 수 있을까.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아들과 함께 눈물을 흘렸다. 멀리 떨어져 있는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마음이 브라운관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졌기 때문이며, 그로부터 우리네 어머니들이 가지는 공통적인 마음이 연상되었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이 해외 음식 배달 서비스라는 기상천외한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멤버들을 고생시키는 것엔 한 없이 우직한 제작진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이런 점들이 오랫동안 쌓여 '무한도전'의 브랜드 가치를 이루지 않았다면 경험하지 못했을 것이리라.

우리는 우리의 것들을 소비할 때(그것이 시간이든 돈이든 마음이든), 대상이 그럴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가를 고려한다. 생각만큼 쉽게 곁을 내주진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여기에서 말하는 가치란 게 그리 거창하지도 않다. 그냥 삶의 일부분으로 삼고 싶을 만큼 좋으니까 대상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라 할까.

그렇다면 우린 어떨 때 '내 삶'의 일부분으로 삼고 싶을 만큼 좋다는 감정을 가질까. 그 대상이 '내 삶'에 따뜻함과 풍요로움(정신적, 행복이라고도 한다)을 불러올 것이란 확신이 들 때다. 즉, 우리는, 아니 시청자라 불리는 사람들은 '무한도전'과 그의 현실적 조건을 넘어서는 아이디어와 도전을 통해 웃다 울다 하며 삶의 위로와 힘을 얻다가 마음을 빼앗기고, 종국엔 10년이 넘는 장수프로그램이 될 만큼의 가치를 부여하게 되었다 볼 수 있겠다.

'배달의 무도'가 건넨 또 하나의 감동은, 제작진과 멤버들이 먼저 두 손을 드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지 않는 이상 계속되어야 하고 계속될 수밖에 없는 또 하나의 이유를 만들어냈다. 이젠 '무한도전'이 없는 주말 저녁을 상상할 수가 없다. 이것이 바로 브랜드 가치를 보유한 존재의 힘일 테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 사진=MBC 화면캡처]

무한도전| 배달의무도| 정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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