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의 시장성공이 알려주는 것 [가요공감]

이기은 기자 2016. 1. 30.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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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 시간을 달려서 음악중심

[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21세기는 콘텐츠 시장이다. 가령 오늘날 미디어는 팩트 전달의 의무뿐 아니라 콘텐츠의 변이와 파생 의무를 부여받게 됐다. 이에 관한 콘텐츠 윤리 강령이라면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알고 ‘정확하고 아름답게’ 표현하는 일일 것이다.

1여년 만에 시장 한복판에서 야심차게 성공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는 신예 걸그룹 여자친구는 정확하고 아름다운 표현에 관한 콘텐츠 원칙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듯 보인다. 지난 2015년 1월 14일 첫 번째 미니앨범의 타이틀곡 ‘유리구슬’로 베일을 벗은 여자친구는 공공연히 알려졌다시피, 일본 애니메이션 스타일을 담보로 한 ‘역동성’에 콘셉트의 주안점을 둔다.

여자친구가 무대 위에서 짧고 강렬하게 선보이는 3~4분가량의 안무는 ‘강-약-중-강-약’의 템포로 보는 이들의 시선을 단숨에 강탈한다. 마치 애니메이션 영상의 하이라이트를 떼어내온 듯한 인상을 주는 이 안무는 달리거나 뛰어넘고 다리를 찢는 일련의 체육 동작들로 구성돼 있다. 실제로 일본 애니메이션 주인공들이 감정의 고조를 겪으며 어른이 되는 과정은 달리기라는 특정행위로 비유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여자친구가 무대 위에서 일사불란하게 선보이는 퍼포먼스는 그 자체로 가속도가 붙은 성장세를 은유한다.

무릇 성장이란 시간을 담보하는 메커니즘이라면, 여자친구가 지난 1여 년 간 선보인 세 가지 미니앨범들은 이들의 성장속도를 고스란히 캡처해낸 일종의 파노라마앨범과도 같다. 여자친구가 ‘유리구슬’로 가장 먼저 고등학교 입학 시기의 풋풋한 설렘을 표현했다면, 같은 해 여름 두 번째 미니앨범 타이틀곡 ‘오늘부터 우리는’은 신나고 재미있는 여름방학의 활기를 담아냈다.

이어 새해인 지난 25일 발매된 세 번째 미니앨범 타이틀 ‘시간을 달려서’(Rough)는 이별을 목전에 둔 10대들의 졸업스토리를 애틋하게 구현했다. 소중한 것들을 포착해내는 사랑의 선구안은 인생에서 우선적으로 중요한 과정일 것이다. 하지만 강인했던 우리들의 육체가 노화하거나 색이 바랜 죽음으로 이어지듯, 인간은 반드시 상실을 배워야 하는 존재다. 그런 점에서 여자친구의 학교 3부작 최종 콘셉트는 필연적으로 졸업스토리로 책정됐을 것이다.

다만 아직 성장이 완료되지 않은 소녀들의 이별이야기엔 희망의 기운(세상사의 순환)이 깃들기 마련이다. 가령 ‘우린 마치 평행선처럼 만나지 못해 맴돌고 있’다는 구절 뒤엔 ‘말도 안돼/우린 반드시 만날’ 것이라는 기약이 따라붙고, 이는 일본 애니메이션이 전통적으로 강조해온 동양생명사상의 연장선이다.

뮤직비디오야말로 그러한 증거물이다. 벚꽃이 휘날리는 바람을 맞아 전찻길을 가로지르며, 말 그대로 ‘시간을 달려서’ 반드시 너를 만나겠다는 이토록 익숙한 스토리텔링은 ‘시간을 달리는 소녀’(2006), ‘초속5센티미터’(2007)로부터 영감을 내려받은 소스들로 구성됐다. 모방은 창작의 어머니라는 관용구는 여자친구에게 더할 나위 없이 긍적적으로 작용된다. 요컨대 ‘시간을 달려서’는 성장스토리에 관한 기존의 성공한 콘텐츠들을 새롭게 조합·배열한 가장 대중적인 결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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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의 소속사 쏘스뮤직은 걸그룹 글램을 키워냈지만 멤버 다희가 지난 해 일명 ‘이병헌 협박 사태’에 휘말리면서, 글램이 암묵적으로 공중분해되는 일생일대의 시련을 겪은 바 있다. 이 가운데 쏘스뮤직은 기획력에 모든 사활을 걸고 여자친구를 육성해냈고 이는 결과적으로 시장에 새로운 걸그룹 형태를 제시했다. 보이그룹에서나 볼 법했던 역동성에 소녀들의 청순매력을 결부시킨 전략은 과연 시장의 수요를 적확히 관통했다. 이는 누구나 한 번쯤 본 듯한 청순 소스들을 잃지 않되 그대로 답습하지는 않는 여자친구만의 영리한 생존방식이었다.

다만 교복이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리는 여자친구에게 교복이라는 무기는 미래의 약이자 독이기도 할 것이다. 이들이 마침내 학교 3부작을 마치고 현재로선 상상할 수 없는 다른 무언가를 입고 대중 앞에 서서 노래를 부를 때, 여자친구와 쏘스뮤직 군단의 기획력과 잠재력 또한 시장 안에서 그 가치를 진단받을 수 있을 것이다. 소녀들은 언젠가 반드시 어른들의 핍진한 세상을 맞을 것이며, 그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정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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