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리포트] 커프부터 남과여..공유에 속수무책 무너지는 모성애

김수정 2016. 2. 2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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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김수정 기자] 왜 늘 공유 앞에선 모성애가 무너질까. 특히 사랑에 빠진 공유일 때 더욱 그렇다. 남자인 걸 빤히 알고도 "갈 때까지 가보자"라며 키스를 퍼부을 때도('커피프린스 1호점'), 30살 청년이 된 18살 소년일 때에도('빅'), 심지어는 아픈 딸을 둔 아빠일 때도('남자 여'). 

영화 '남과 여'(이윤기 감독, 영화사 봄 제작)의 남자 주인공 기홍은 소년 같은 남자다. 그렇다고 마냥 천진하단 뜻은 아니고, 어딘가 조금은 어리숙하고 어설픈 남자. 핀란드에서 우연히 꿈같은 하룻밤을 보낸 여자 상민(전도연)에게 "우리 서로 이름도 모르네요"라는 말을 던진다든지, 8개월 뒤 서울로 돌아와 강아지처럼 상민을 따라다니는 모습은 한 아이를 둔 아빠의 모습이라기엔 제법 귀엽기까지 하다.

사실 '남과 여'의 기홍은 시나리오 초반만 해도 꽤 남자다운 캐릭터였다. 이에 대해 이윤기 감독은 TV리포트와 인터뷰에서 "조금은 무게감 있는 인물이었다"고 밝혔고, 전도연 역시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느낀 기홍은 상남자였다"고 전했다.

'상남자' 기홍은 공유가 캐스팅되며 나긋하고 다정한 남자로 질감이 바뀌었다. 배고프다고 어설픈 애교까지 부리고, 달걀을 한 입에 쏙 넣더니 뽀뽀하고 부끄러워한다거나, 밤중에 취중 전화를 걸어 "목소리 듣고 싶었다"는 말을 하는 남자라니. 공유의 눈물 엔딩도 마음을 저릿하게 한다. 이 모습에 모성애가 흔들리지 않기란 쉽지 않다.

상민은 그런 기홍을 내내 응시하다 마음이 흔들리고 마는데, 이러한 상민의 반응은 역시 당초 시나리오에서는 적극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부분. 전도연은 "공유가 연기하며 장면들이 귀여워지고, 기홍에 대한 상민의 반응도 좀 더 잘 표현됐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차곡차곡 쌓인 감정은 이후 결말에 대한 관객의 공감을 얻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공유라는 배우가 지닌 특유의 정서와 이에 반응하는 전도연의 섬세한 연기가 시나리오에 쓰인 것 이상의 결과물을 만들어낸 것. 멜로 장르에 있어 캐스팅과 케미가 왜 중요한지 말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렇듯 공유는 동경과 모성애를 동시에 자극하며 멜로 연기에 있어선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했다. 선이 얇은 꽃미남과는 아닌데도 늘 챙겨주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여기엔, 디지털보단 아날로그, 그럴싸한 자신을 포장하는 것보다 부족하더라도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걸 좋아하는 공유의 실제 성격과도 무관하지 않다. 공유 본인도 스스로에 대해 "상남자처럼 상대를 확 끌어당기기 보다 어설프고, 조금은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20대 예민함 정점을 찍었던 시기에 연기한 '커피프린스 1호점'의 최한결이든, 30대 후반의 멜로를 그리고 싶어 택한 '남과 여'의 기홍이든, 공유는 늘 카메라 앞에서 자신을 무방비 상태로 만들며 연기 동력을 얻었다. 그리고 우리는 늘 그의 연기에 진심으로 마음이 동했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영화 및 드라마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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