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식자' 캐릭터와 비호감은 종이 한 장 차이

우동균 2016. 5. 15.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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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안재현과 지민-설현, 욕을 먹고 안 먹고는 '태도'와 '맥락' 차이

[오마이뉴스 글:우동균, 편집:손화신]

지민과 설현의 역사의식 부재가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AOA의 컴백 홍보를 위해 기획된 예능 프로그램 온스타일 <채널 AOA>에서 안중근 의사의 사진을 알아보지 못하고 '긴또강' '도요토미 히데요시'등의 발언을 한 것에 대한 논란이 일파만파 커진 것이다.

무지를 잘못이라 할 수 없다. 알 권리가 있는 것처럼 모를 권리도 있어야 한다. 흔히 상식이라 여겨지는 사안들조차도 누군가에게는 상식이 아닐 수 있다. 모두 자신이 생각한 대로 생각할 권리가 있고, 남에게 피해주지 않는 선에서 자신만의 상식을 만들어 갈 수 있다.

역사 인물 모를 수도 있지만... 가벼운 태도는 문제

그러나 문제는 그 상식을 어떻게 표현하는가다. 사진을 보고 누군지 알 수 없었다면, 그저 '모른다'는 한마디로 충분했을 것이었다. 안중근 의사의 사진 앞에서, 김두한의 일본식 발언인 긴또깡이라든가 임진왜란을 일으킨 일본의 전쟁 영웅 도요토미 히데요시 등의 이름들을 쏟아낸 것은 독립운동을 위해 힘썼던 안중근 의사에 대한 모독처럼 느껴졌다. 물론 지민과 설현이 이런 논란을 예상했을리 없다. 이번 일만큼은 단순한 실수라고 보는 게 옳다.

 지민과 설현이 안중근 의사를 알아보지 못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들의 무지도 문제지만, 역사 인물을 대하는 가벼운 태도가 더 문제였다.
ⓒ 온스타일
그러나 문제는 그런 원인보다는 벌어진 일 안에서의 태도다. 하필이면 안중근 의사의 사진을 못 알아본 것은 둘째치고라도 그 무지를 대하는 그들의 태도가 너무 장난스러웠다는 점이 실망스러웠다. 그들이 사진만 보고 역사적 인물들의 이름을 맞춘다는 콘셉트를 이해하고 있는 상황이다. 역사적 인물들이 누구이든 간에 그들은 역사에 이름을 남긴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그들에 대한 존중을 기본적으로 가지는 태도가 필요했다. 단순히 모른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 무지에 비춰진 그들의 가벼움과 장난스러움은 역사 인물 이전에, 타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

안재현의 무지가 호감일 수 있는 이유

이것은 무지 자체보다는 그 무지가 예능에서 어떻게 다뤄지느냐가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tvNgo <신서유기2>에서 모델 출신 배우 안재현은 '춘하'라는 단어를 듣고 '신년'을 외칠만큼 상식이 부족하다. 상식이 풍부한 편이었던 이승기에 비할 것도 없이 기존 멤버들의 지식수준에 비교해도 안재현의 상식은 다소 부족해 보였다.

그러나 안재현의 '무식자' 캐릭터는 예능적으로 승화되며 프로그램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안재현이라는 인물이 그려지는 방식이 달랐기 때문이었다. 단순히 무식한 것에서 그치지 않고 열심히 맡은 바를 수행하려는 모습, 다른 멤버들의 강한 캐릭터 속에서도 부드럽고 따듯한 심성을 보이는 등 호감도를 높이는 맥락이 선행되었던 것이다.

호감을 바탕으로 한 안재현의 무지는 웃음이 필요할 때마다 터지는 폭탄이 될 수 있었다. 여기에 구혜선과의 결혼 사실이 더해지며 화제를 일으킨 안재현은 <신서유기2>의 최대 수혜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주목 받았다. 이것은 안재현 본인의 역량과 성격 때문이기도 하지만 <신서유기2> 제작진의 섬세한 터치가 주효했다. 웃음을 터뜨리는 포인트로 안재현을 적절히 활용하고, 그의 성격과 캐릭터를 세심하게 설명해 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안재현이 욕 안 먹는 '무식자'가 캐릭터가 될 수 있었던 건, '맥락'을 부여한 제작진의 노력 덕분이다.
ⓒ tvNgo
지난해 4월 종영한 SBS <룸메이트>에서 서강준은 'n분의 1'을 'm분의 1'로 쓰는 바람에 단숨에 상식 부족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여기에 웃음보다 비판이 쏟아졌던 까닭은 예능의 흐름에서 서강준의 캐릭터가 부각되며 웃음포인트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숙고 없이 출연자들로부터 제대로 된 웃음을 만들지 못한 <룸메이트>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웃음이 만들어지는 '맥락' 필요

이런 맥락을 만들지 못한 까닭에 지민과 설현의 농담은 웃음보다는 불쾌감을 자아냈다. 더군다나 역사 문제는 무식한 캐릭터로 승화되기에는 한계가 있는 소재다. 역사적인 사실은 많은 사람들에게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그 역사를 모르는 것은 차치하고 그 역사에 대해 지나치게 가벼운 태도를 보인 것은 많은 사람들의 심기를 건드릴 수밖에 없었다.

웃음 포인트나 캐릭터가 아닌, '상황' 속에서 역사를 가지고 장난스러운 농담을 던진 지민과 설현이 비난의 중심에 선 것은 당연하다. 이는 그들의 아쉬운 행동도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이를 그려내는 제작진의 손길에도 섬세함이 부족했다.

'대한민국 방문의 해' 홍보대사로 활동하는 '대세' 설현에 대해 홍보대사를 하차하라는 요구까지 빗발치고 있다. 이 상황에서 그들은 진중한 사과문을 올리기에 이르렀다. 논란을 진화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위기는 언제나 기회일 수도 있다. 그들이 이번 일을 계기로 좀 더 성숙한 태도를 갖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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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우동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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