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경헌 기자의 형광펜] 지민·설현 사태, 책임질 사람은 과연 둘 뿐인가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2016. 5. 18.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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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AOA(에이오에이)가 지난 16일 서울 광장동 예스24라이브홀에서 네 번째 미니앨범 ‘굿럭’(Good Luck) 발매 기념 쇼케이스를 연 가운데 멤버 설현이 최근 불거진 역사의식 논란에 대해 말하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 경향DB
걸그룹 AOA(에이오에이)가 지난 16일 서울 광장동 예스24라이브홀에서 네 번째 미니앨범 ‘굿럭’(Good Luck) 발매 기념 쇼케이스를 연 가운데 멤버 설현이 최근 불거진 역사의식 논란에 대해 말하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 경향DB

최근 나날이 오르는 기온보다 더욱 열기가 높은 곳이 있다. 바로 걸그룹 AOA에 대한 온라인의 비판 여론이다. 연일 많은 매체들의 연예면을 AOA의 멤버 지민과 설현이 채우고 있다. 이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통해 사과를 하고, 컴백을 앞둔 기자회견에서 다시 한 번 사과를 하며 눈물을 흘려도 분노는 식지 않는다. 종합편성채널의 뉴스 프로그램들도 이 사안을 다루면서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굳이 AOA 지민과 설현의 잘못을 변호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들은 명백하게 잘못했다. 안중근 의사의 항일 독립운동에서의 역할은 대한민국 사람이면 모두 기억해야 할 역사 속 긍지이며 최근 KBS2 예능 프로그램 <해피선데이-1박2일>의 하얼빈 특집에서 그의 일대기가 더욱 화제가 돼 감정적인 격앙은 이해될 만하다.

또한 이러한 비판의 밑에는 지민과 설현의 지금 인기가 100% 실력에서 비롯되지 않았다는 생각들이 깔려있다. 최근 급격하게 커진 인기에 대해 그에 못지않게 적체된 반감 그리고 각종 홍보를 통해 이들의 이미지를 키우는 데만 신경 쓴 소속사에 대한 반감이 날선 비판으로 표출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하지만 급박한 방송 촬영 중에 부지불식간에 드러난 모습이 이렇게까지 비판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생각이 다르다. 그들은 가수 활동을 위해 연습을 하며 자칫 학교수업을 소홀히 했을 수도 있는 학창시절을 보냈다. 그리고 실제로 더 많은 사람들이 그들과 같은 질문을 받았다면 당황했을 가능성이 높기에 그들에게 쏟아지는 비판의 수위에는 100% 동의하지 않는다.

오히려 다른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지금의 예능을 만드는 방송사의 편집 시스템이나 소속사가 위기를 관리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다. 그들의 발언이 문제가 된 <채널 AOA>는 케이블채널 온스타일의 프로그램이다.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을 AOA가 직접 만들어 누리꾼의 선택을 받는 방식이다. 이 사태가 터지자 제작진은 3일 방송 이후 10일이 지난 13일 첫 사과문을 냈다.

제작진은 이 상황에 대해 “제작진의 명백한 실수이며 많은 분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 아티스트에게도 큰 상처가 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라고 했다. 많은 분들이라고 표현하긴 했지만 비판의 주체가 된 시청자를 빼놓은 표현이 문제가 됐다. 오히려 아티스트의 심기를 더 많이 살피는 발언으로 비판 여론을 부채질 했다. 제작진은 17일 방송에 앞서 다시 한 번 사과문을 올렸지만 늦어도 너무 늦었다. 방송사와 소속사는 멤버들이 개인의 이름으로 사과문을 올리기 전까지 그 어떤 초동대응도 하지 않아 논란의 확대를 방치한 셈이 됐다.

잘못의 경중을 따지자면 문제의 발언을 한 지민과 설현도 문제였겠지만 이를 편집이라는 시스템으로 걸러내지 못한 제작진에게도 못지않은 책임이 있다. 오히려 제작진은 지민의 발언인 “긴또깡(김두한의 일본식 발음)”을 자막으로 강조해 비판의 빌미를 제공했다. 과연 편집을 통해 이를 걸러야 하는지의 기본적인 가치판단이 안 된 책임에 대해서는 비교적 온스타일 측은 자유롭다.

이는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 확대해 봐도 비슷하다. 최근 방송가에서 급격하게 늘어난 리얼리티, 관찰 예능 프로그램은 출연자들의 자연스러운 일상을 그대로 남아내 작위적이지 않은 재미를 담아낸다. 하지만 그들의 개인적인 모습을 어디까지 담아내느냐가 항상 관건이 된다. 논란이 되면 여론은 방송사보다는 출연자를 지목하기 때문이다. 이 책임을 방기하면 사태는 돌이킬 수 없다. 또한 이러한 논란을 차분하게 분석하지 못하고 분노만 키우는 일부 연예언론의 태도도 판을 키우는 주역이 된다.

이 사태의 잘못은 무엇보다 출연자들이 잘 알고 있을 테다. 하지만 그들에게만 비판이 쏠리는 사이 방송사, 소속사, 언론 역시도 인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지민과 설현은 또 다시 대중 앞에 나서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다. 그 대상은 누구든 될 수 있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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