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현·박봄의 공통점은.. 홍보에 오히려 부담주는 홍보대사

류영현 2016. 5. 22.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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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기관이 위촉한 연예인 홍보대사들이 잇따라 구설수에 오르면서 필요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생활과 국가 이미지와 관련된 기관의 홍보대사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경우 오히려 홍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공공기관은 수억원을 들여 연예인 홍보대사를 임명하지만, 효과는 못 본 채 혈세만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 걸그룹 AOA의 설현이 한 방송프로그램에 출현해 안중근 의사를 몰라봐 곤혹을 치르고 있다. 그러자 그 불똥이 설현의 홍보대사 자질 문제로 번졌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방문위원회는 설현과 배우 이민호를 지난해 11월 ‘한국 방문의 해(2016∼2018년)’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한국방문위원회는 한국 관광의 대표 인물로 내세운 홍보대사의 자질 문제가 불거지자 난감해 하고 있다. 한국방문위원회는 최근 인터넷 홈페이지와 SNS(페이스북)에 설현의 이미지를 삭제하고, 이민호만 나오는 사진으로 전면 교체했다. 이 때문에 “설현을 홍보대사에서 해촉하기 위해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앞서 국세청에서 모범납세자로 위촉됐던 배우 송혜교도 물의를 일으켜 논란이 일었다. 국세청은 2009년 송혜교를 ‘모범 납세자’로 지정해 홍보에 이용했다. 모범 납세자로 지정되면 최대 3년간 세무조사가 유예된다. 하지만 송혜교는 모범납세자 기간이 포함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간 25억원의 세금을 탈루한 사실이 밝혀졌다. 국세청은 세무조사에 나섰고 해당 세금을 추후 납부했다.

법무부는 2010년 YG엔터테인먼트 소속 ‘2NE1’을 ‘법질서 캠페인 홍보대사’로 임명했다. 법무부는 당시 “2NE1이 가수 활동은 물론 일상에서도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모범을 보여 홍보대사로 임명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NE1의 멤버 박봄은 법무부 홍보대사로 있던 시기에 의사처방 없이는 복용이 금지된 향정신성의약품 암페타민을 미국에서 들여오다 적발된 사실이 드러났다.

TV드라마 이미지와는 다른 내용의 정책홍보를 해 비판을 받은 경우도 있다. 비정규직의 모습을 그린 케이블방송 tvN 인기 드라마 ‘미생’의 주인공이던 배우 임시완이 고용노동부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임시완은 정부의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자는 내용의 정책 홍보활동을 벌였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정규직을 꿈꾸는 비정규직 역할을 하던 임시완이 오히려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정책을 홍보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사과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또 임시완은 2015년 금융위원회의 핀테크 홍보대사로 임명됐다. 핀테크 홍보대사 임명에 맞춰 금융위원회는 임시완이 주연한 영화 ‘오빠 생각’ 예매권을 금융기관이 대거 구매토록 강조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따른 비난의 화살은 금융위원회와 임시완에게 쏟아졌다.

정부기관과 공공기관은 홍보대사를 위촉하면서 매년 수억원의 혈세를 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예산낭비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 부처 등이 2004∼2014년간 연예인 홍보대사에 지급한 모델료는 70억3000여만원이다. 보건복지부와 산하기관인 국민연금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으로 홍보대사에 22억여원을 썼다. 기획재정부는 홍보대사 4명에게 약 12억원을, 농림축산식품부는 10억여원을 지급했다. 정부기관이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 복권, 농업정책 등을 홍보하기 위해 연예인들에게 수십억원을 투입했지만 홍보효과를 얼마나 거두고 있는 지는 아직 검증된바 없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연예인을 홍보대사로 위촉한다 해도 당일 행사장에 얼굴을 내밀어 미디어에 노출되도록 하고, 차후에 사진을 사업 홍보에 사용하는 것 말고는 특별한 활동을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반짝 홍보라도 하려면 인지도가 높은 연예인을 섭외해야 하지만, 이들이 워낙 바빠 홍보활동에 활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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