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도 실수도 그대로..'막장 예능' 제작진, 이 정도면 '안티'죠?

2016. 5. 23.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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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지상주의’ 자극적 편집 난무
작년 윤리위반 방송심의 신청 3181건
AOA 역사인식 논란은 제작진 책임
‘코빅’ 한부모가정 조롱 콩트도 눈살

‘품위’는 진작에 사라졌다. 막말과 욕설이 난무한다. 웃고 떠들다 벌어지는 돌발상황들은 과장된 방식으로 전파를 탄다. ‘편집의 묘’를 발휘한 장면들로 인해 사소한 말 한마디는 눈덩이처럼 부풀려진다.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는 관찰예능에선 자막과 CG를 더해 자극적인 그림을 채워넣는다.

“예능의 목적은 웃음이기 때문에 재미에 대한 강박”(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이 큰 것이 사실이다. “시청률 지상주의에 빠져 좀 더 자극적인 편집과 연출이 난무하고, 심지어 문제가 된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시청률 지상주의에 매몰된 TV 예능프로그램 제작진들이 최근 자극적인 연출과 편집으로 각종 논란을 빚고 있다. 사진은 부적절한 발언과 역사의식 부재로 비난받은 온스타일‘ 채널 AOA’(왼쪽)와 MBC ‘진짜 사나이’여군특집 방송 모습.

실제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가 올초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윤리적 수준’ 위반을 지적하며 방송심의 신청을 한 드라마·예능·보도 프로그램에 대한 민원은 총 3181건이었다. 전년(2163건)보다 47.0%나 늘었다.

민원이 늘었다는 것은 시청자들 역시 ‘막장 방송’을 보는 것이 불편하다는 의견인데, 제작진은 ‘마이 웨이’다. 제작진이 무개념이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떠도는 요즘이다.

▶ 논란의 원인제공은 ‘무개념’ 제작진=최근 한바탕 파란이 일었던 걸그룹 AOA 논란의 원인 제공자는 제작진이었다. 설현 지민의 역사 지식 부족은 차치하고, 그에 앞서 제작진의 역사 인식 역시 먼저 지적될 만한 일이었다.

케이블 채널 온스타일 ‘채널 AOA’의 최근 방송에선 역사 퀴즈 코너를 진행했다. 당시 방송에서 지민은 안중근 의사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고 ‘긴또깡’이라며 김두한의 일본식 이름을 발음하며 되물었다. 프로그램에선 이 상황을 자막으로 명시하며 예능적으로 풀어 시청자를 불편하게 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걸그룹 멤버들보다 제작진의 양식이 더 떨어진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줬다”며 “웃기기 위해 만들어진 장면인데, 보여줄 수 있을 만한 영상을 만들고 있는지 아닌지에 대한 제작진의 판단 자체가 없었다”고 꼬집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역시 “리얼리티쇼의 출연자들은 정해진 룰이 없이 방송에 임하기 때문에 때때로 무식을 드러낼 수도 있고, 아무 이야기나 막 던지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며 “리얼리티 프로그램 속 퀴즈 코너는 새로운 예능 캐릭터를 제조하는 산실이 될 수 있으나, AOA 논란은 제작진의 무능과 무개념이 빚어낸 사안이다”라고 말했다.

과거 KBS 2TV ‘1박2일’은 퀴즈 코너가 새로운 캐릭터를 만든 대표 프로그램이다. 김주혁이 ‘토사구팽’을 ‘토사구탱’이라고 말하는 순간 배우의 무식은 만천하에 공개됐으나, 이는 ‘구탱이형’이라는 별명으로 이어졌다. 신선한 예능 캐릭터로의 구축이었다. 하지만 역사 문제를 웃음거리로 사용하는 것은 제작진의 올바르지 않은 역사 인식이 빚어낸 참사였다.

과거 케이블 채널을 통해 리얼리티 쇼에 출연한 아이돌그룹의 소속사 관계자는 “서로 좋자고 쿵짝이 맞아 하게 되는 프로그램인데, 제작진이 홍보를 해주기는 커녕 컴백을 앞두고 불미스러운 일을 만든 웃지 못할 사례로 남았다”고 말했다. ‘제작진이 안티’라는 말도 나왔다.

▶‘의도’이거나 ‘실수’이거나…컨트롤타워는 제작진=방송윤리의 실종은 사실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예능 프로그램 안에서 과장된 편집과 자막이 문제가 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지상파의 경우 ‘실수’가 잦고, 비지상파 채널의 경우 의도성이 컸다.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해야하는 제작진은 본분을 망각했다.

최근 새 시즌을 시작한 케이블 채널 엠넷 ‘쇼미더머니’는 지난 시즌 내내 이슈 제조기였다. 새롭게 시작한 시즌은 다행히도 아직까지 논란이 없다. 다만 이 프로그램이 걸어온 지난 과정을 살피면 논란에 있어서는 ‘종합선물세트’와 같다.

특히 지난해 방송한 ‘쇼미더머니4’는 방송통신심위원회의 최고 징계를 받았다. 비속어, 여성비하 랩가사, 출연자 기행 등 막장드라마를 연상케 하는 프로그램의 품격 상실이 문제였으며, 방심위 위원들은 무엇보다 제작진의 태도를 먼저 지적했다. “이미 지난 세 번의 시즌동안 동일한 내용으로 프로그램 고지, 관계자 경고 등 징계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을 방심위 위원들은 문제 삼았다. 논란을 부각시켜 이슈화하는 것은 물론, 개선은 커녕 부추기거나 방관하고 있다는 인식이었다.

MBC ‘진짜 사나이’은 종종 제작진의 과도한 의욕이 논란을 일으키는 방송이다. 지난해 여군특집이 대표적이다. 여성 출연자들이 남자 하사의 몸을 품평하는 장면마다 제작진은 해당발언을 고스란히 복기했고, 컴퓨터그래픽으로 더 부각시켰다. 남자 하사의 여자친구와 누나는 시청자 게시판에 항의글까지 남겼다.

최근 케이블 채널 tvN ‘코미디 빅리그’의 코너 ‘충청도의 힘’에서 개그맨 장동민이 한부모 가정 자녀를 조롱하는 콩트가 방송까지 타게 된 것 역시 업계에선 제작진의 불찰을 먼저 꼽았다.

당시 지상파 방송사의 코미디 프로그램을 연출한 PD는 “코미디는 누구나의 경험과 공감이 바탕한 상태에서 웃음을 줘야한다. 희화를 하려면 권력자, 국가를 상태로 해야 통쾌한 웃음을 줄 수 있는데, 대상이 사회적 약자로 향했다”라며 “녹화현장에서 순간적인 웃음이 나왔다 하더라도 집으로 돌아가며 떠올릴 땐 불쾌한 웃음이었을 것이다. 누군가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걸렀어야 하는 것이 방송이 됐다. 제작진의 실수가 크다”고 말했다.

최근엔 변화도 포착되고 있다. 새 시즌을 시작한 ‘쇼미더머니’ 역시 논란보다는 감동에 초점을 맞춰보겠다는 입장이다. 엠넷의 한 고위 관계자는 “올해부터 엠넷 역시 그간의 논란을 딛고 긍정적인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착한 채널로 변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정노력과 더불어 구조적인 문제 해결도 관건이다. 부족한 인력이 채워지지 않는 상황에선 ‘악순환의 반복’이라는 입장이다.

정덕현 평론가도 이를 지적하며 “리얼리티 쇼가 많아지며 자극적인 편집이 늘어났다. 통제되지 않은 이야기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재미에 대한 강박은 논란이 될 만한 장면도 제대로 확인하지 못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인력 확충을 통해 여러 PD들이 편집본을 크로스 체크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봤다.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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