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의 법칙] '뮤직뱅크'는 자신도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걸까

2016. 5. 30.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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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닷컴]
이번 사태의 최대 피해자는 AOA다, 사진|동아닷컴DB
순위 집계의 오류로 1위가 뒤바뀌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으나 '뮤직뱅크'의 일련의 해명을 보고 있자면 뭔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듯하다.

KBS2 뮤직뱅크 제작진은 30일 공지를 통해 "지난 5월 27일 생방송에서 순위집계오류로 인해 뮤직뱅크 K차트 5월 마지막주 1위는 트와이스, 2위는 AOA로 정정한다"며 "뮤직뱅크를 사랑해주시는 시청자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 앞으로 이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순위집계의 오류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하지만 해당 공지를 곰곰히 들여다보면 과연 진심으로 죄송함을 느끼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일단 이들은 공지를 통해 "뮤직뱅크의 K차트 순위집계는 공정성을 위해 실제작진과 별도의 KBS 방송문화연구소에서 담당하고 있다. 순위는 음반점수를 집계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생겼으며 방송문화연구소의 담당자가 재검토해 본 결과, 각 판매량의 합산 과정에서 순위집계담당자의 실수가 있었음을 확인했다"라고 설명했다.

즉 '공정성'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제작진이 아닌 제 3자가 일으킨 오류라고 말하며 문제의 발생 원인을 떠넘겨 버린 셈으로, 이는 '뮤직뱅크' 제작진은 순위집계와 관련이 없다며 발을 빼려는 뉘앙스를 지울 수 없다.

물론 '뮤직뱅크' 측의 해명이 모두 사실일 수도 있고, 억울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만드는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순위에 관한 내용을 최소한의 검토도 하지 않고 그대로 내보냈다는 것 자체가 충분히 지적을 당할만한 사안이며, 최종 책임은 그 누구도 아닌 '뮤직뱅크'가 져야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뮤직뱅크'는 자신들도 '피해자'라는 착각을 하고 있는 듯하다.
사진|방송 갈무리
일례로 '뮤직뱅크'의 신미진 PD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AOA에게 건넨 트로피를 트와이스에게 주는 건 아니다. 새로 제작한 트로피를 트와이스에게 줄 수도 있는 것이고, 트로피가 중요한 건 아니다. 이번 일에서 중요한 건 트로피라는 물건이 아니라 트와이스와 AOA의 다친 마음이다. 그들을 다독여주는 게 필요할 것 같다. 물건보다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피해자가 AOA와 트와이스라는 건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상처를 준 가해자는 누구일까. 순위 집계 오류를 낸 KBS 방송문화연구소의 담당자도, 이번 일을 틈 타 악플을 쏟아내는 네티즌도 아닌 바로 '뮤직뱅크'다.

때리다가 실수로 팔이 부러졌어도 때린 사람이 피해자가 되는 게 아니다. 이번 사태는 결국 '뮤직뱅크'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다. 아무리 다른 기관에서 순위를 산정한다고 해도, 최소한의 확인 과정도 거치지 않은 스스로의 허술함을 탓해야지 '우리들도 피해자'라고 코스프레를 하고 있으면 안되는 것이다.

결국 신미진 PD의 말은 마치 폭행 가해자가 쓰러져 있는 피해자를 위로하겠다고 나서는 것이나 다름 없는 것으로, '우리들도 피해자' 혹은 '우리의 잘못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없다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시 말하지만 '뮤직뱅크'는 이번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이고, 또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하는 책임자이다. 이것이 이번 사태의 가장 기본 전제가 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그렇다면 이들이 가장 먼저 했어야 할 일은 이번 일로 상처를 입은 AOA와 트와이스, 그의 팬들, 그리고 실망감을 느낀 모든 시청자들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와 용서를 구하는 태도였어야 한다. 어처구니없는 '피해자 코스프레'가 아니라 말이다.
바뀐 순위표, 사진|KBS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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