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송은이 "김준호가 꼬셔서 부코페 총연출..결혼에는 재능없는 것 같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2016. 8. 16.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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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총연출을 맡은 개그우먼 겸 방송인 송은이. 사진 FNC엔터테인먼트
제4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총연출을 맡은 개그우먼 겸 방송인 송은이. 사진 FNC엔터테인먼트
제4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총연출을 맡은 개그우먼 겸 방송인 송은이. 사진 FNC엔터테인먼트
제4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총연출을 맡은 개그우먼 겸 방송인 송은이. 사진 FNC엔터테인먼트

개그우먼 송은이가 처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이하 부코페)의 총연출로 나선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는 약간 의외였다. 물론 송은이는 1993년 KBS 특채 코미디언으로 데뷔해 이제 데뷔 23년차의 구력을 갖고 있는 베테랑이었고, 현 서울예술대학교 연극과 출신으로 공연 무대 연출의 경험은 있었겠지만 지금 개그계의 그의 위치가 전면으로 도드라진 입지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꾸준함으로 따지면 절친한 사이인 유재석이나 이휘재보다는 뜸했고, 여성 예능인으로서의 현재 인기로 따지면 또한 절친인 김숙이 훨씬 나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협지에서 오랫동안 강호의 야인으로 은거하던 고수가 칼을 뽑고 무림으로 뛰쳐나온 것처럼 송은이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코미디페스티벌을 직접 지휘하기 위해 나왔다. 그는 카메라나 무대의 전면으로 나서는 일에는 예전보다 주저할 수 있지만 개그 판의 큰 그림을 그리는데 있어서는 누구보다 혜안을 갖고 있을 인재였다. 벌써 그가 그리는 첫 ‘부코페’의 무대가 기대될 정도다.

- 좀처럼 인터뷰를 안 하는 편인데 이번 선택은 의외다.

“내 이야기가 쑥스러운 편이었다. 내 신상이 기사에 나갈 만한 내용인가 싶은 마음도 있었다. 다른 것은 모르겠지만 인터뷰 사진을 찍는 카메라 앞에 나서는 일이 많이 부끄러웠다. 그래서 잡지나 화보나 다 나서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부코페’ 내용을 많이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 용기를 냈다.”

- 이러한 중책을 맡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김)준호가 오래 일을 혼자 만들었다. 그 밑에 홍인규, 권재관 같은 후배들이 돕고 전유성 선배가 명예 집행위원장을 하고 계셨다. 단순히 페스티벌을 도와서 될 일이 아니라 더 많은 개그맨들이 참여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그렇다면 내가 먼저 할 수 있는 선에서 도와야 한다고 봤다. 그래서 이야기를 하다가 참여하게 됐다. 개그맨들이 개별적으로는 아이디어가 많은데 정리가 잘 안 된다. 그래서 그걸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획이 필요하니, ‘내가 해보마’하고 나섰다.”

- 자원했다는 말인가?

“엄밀히 말하면 준호가 꼬셨다.(웃음) 조직에 들어오는 것을 제안하더라. 하지만 나는 남자에게도 발목 잡히는 사람이 아닌지라 한 걸음 뒤에서 조율해주는 일을 하겠다고 했다. 부코페 사무국이 있고 국장도 공석이긴 하지만 상시 인력이 아니다. 게다가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조직을 꾸리고 공연의 큰 그림을 그리고 대관, 섭외, 홍보, 의전까지 하는 일이다. 내가 마침 회사가 조그맣게 있어 그 친구들과 함께 일을 하게 됐다.”

- 당장 친분있는 예능인들이 많아 개막식이 기대된다.

“개막식 출연자들을 공개하자면 이경규 선배가 MC를 무료로 봐주시기로 했다. 게다가 김용만 선배가 오랜만에 함께 합을 맞춘다. 본인이 부코페 개막식이 KBS부산에서 중계된다는 사실을 알고 ‘나 출연해도 되는 거냐’고 걱정하셨다. 알아보니 이미 출연이 가능하신 상태더라. 그렇게 함께 하게 됐고, <무한도전>이나 <1박2일>의 멤버들을 포함해 순수 개그를 하는 친구들과 예능을 하는 분들이 같이 등장할 예정이다. 유재석은 1순위 섭외 대상자인데 일정 변수만 없다면 참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이전까지 지켜봤던 ‘부코페’는 어떤 행사였나.

“1회부터 지켜봤다. 국제적 행사라고 보기엔 부족한 모습도 있었다. 아직 외국 공연보단 국내 공연 관람자가 많은 부분도 있다. 그래서 큰 행사를 위한 그림으로 개그맨들의 참여를 높였다. 이번에 처음 캐릭터를 개그맨들의 아이디어로 만들었고, 개막식에서는 박명수의 디제잉과 정성화의 뮤지컬 노래도 들을 수 있다. 잘 준비된 공연 코미디 콘텐츠를 대중적으로 알리는 해로 올해를 삼고 싶다. 그리고 홍보도 늘어나야 한다. 다양한 콘텐츠에 외국 공연, 장소를 넘나드는 공연 등이 필요하다고 본다.”

- 서서히 방송보다는 공연 코미디가 살아나고 있다.

“방송사도 물론 코미디의 플랫폼이 되지만 공연 콘텐츠가 있으면 그 목표가 세계 코미디 페스티벌이 되기도 한다. 나는 예전 방송사가 적을 때부터 활동을 해서 인기의 맛을 봤지만 후배들은 적어지고 있다. 결국 코미디 세계화는 한국 코미디의 질적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 베테랑 여성 예능인으로서 최근 여성 예능인들의 활약을 보는 기분은 어떤가.

“너무 좋다. 여기 나오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여자들끼리 있으면 가관이다. 여성 예능인이 모이며 마치 파자마 파티 같은 편안한 느낌이 있는 것 같다. 남자, 여자를 떠나서 본인이 잘 할 수 있는 역할이 다 있다. 지금은 여자들 시너지가 좋아 프로그램이 많이 기획되는 듯하다.”

- 절친인 김숙의 인기도 대단하다.

“내가 예전부터 김숙을 찍어왔다. 김숙이 개그를 그만둔다고 했을 때도 ‘네가 내 주변에서 제일 재밌다’며 말렸다. 이후 박나래, 이국주를 지목했고 안영미도 지목했다. 한 번씩은 인기의 타이밍이 오는 것 같다. 요즘에는 홍윤화가 귀엽다. 능력에 비해 저평가된 여성 예능인이 많다. 김숙처럼 말이다.”

- 팟캐스트 <비밀보장>도 인기가 많다.

“전성기 시절에는 프로그램 7개를 하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감은 떨어지고 만다. 그렇지 않으려면 플랫폼이 필요하다. 팟캐스트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싶어 시작했다. TV를 하면서도 느끼지 못했던 충성심 높은 팬들을 본다. 그래서 후배들에게도 틈날 때마다 아이디어나 좋은 코멘트를 녹음하라고 장려한다. 팟캐스트야 말로 주머니 사정 생각 안 하고 도전할 수 있는 분야다.”

- 23년 활동의 원동력은 무엇인가.

“나는 다 해본 사람이다. 버라이어티도, 콩트도, 진행도 해봤다. 그러니 이제는 여유가 생겨서 욕심 없이 갈 수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방송이 있고 없고에 일희일비를 했다면 지금까지는 못 왔다. 결국 욕심을 버리고 ‘사부작 사부작’ 오래 할 수 있는 일을 스스로 찾았다. 그러다 보니 주변에서 결혼 걱정도 많이 하는데 남 챙기느라 못 한 건 아니고 결혼에 재능이 없는 것 같다.(웃음) 잘 하는 것만 하기에도 시간이 짧지 않나. 코난 오브라이언 같이, 오프라 윈프리 같이 작더라도 내 콘텐츠를 계속 하겠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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