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 막춤 추게 한 <무한도전>, 예능 베테랑들의 배려를 보라!
[오마이뉴스 글:권진경, 편집:손화신]
요즘 자신이 출연한 영화의 개봉을 앞둔 배우들이 가장 출연하고 싶은 예능 프로그램은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아래 <런닝맨>)이 아닐까 한다. 중화권에서의 <런닝맨>의 엄청난 인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실 한국에서 <런닝맨>은 몇 년째 동시간대 예능 프로그램 시청률에서 고전했고, 비슷한 시간대에 하고 있는 MBC <일밤-진짜사나이>, KBS <해피선데이-1박2일>에 비해 화제도도 높지 않다. 그럼에도 <런닝맨>에 톱배우들이 계속 나오는 것은 중화권에서의 인기를 의식한다기 보다, 나올 수 있는 프로그램이 <런닝맨>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예전 같았으면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 SBS <힐링캠프>와 같은 토크쇼에 출연하여 약간 망가져주기만 하면 됐지만, 이미 그 프로그램들은 폐지된 지 오래다. 이제 시청자들은 TV에서 보기 힘든 유명 배우가 토크쇼에 나온다고 예전처럼 열띤 환호를 보이진 않는다. 차라리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처럼 독한 토크쇼에 나오면 모를까. 예전에 비해서는 그 수위가 현저히 낮아졌다고 하나, 김구라를 위시하여 이것저것 꼬치꼬치 캐묻는 <라디오스타>는 톱스타들이 덥석 출연하기에는 피곤하다. 그렇다고 MBC <복면가왕>에 출연하여 가면쓰고 노래를 부를 수도 없고, 며칠 군대 체험해야하는 <진짜사나이>는 정말로 부담스럽고, 그러자니 안정빵으로 유재석이 이끄는 KBS <해피투게더 시즌3>가 제일 부담없이 방송에 임할 수 있는데 시청률과 화제도가 낮은 편이다.
<아수라> 배우들, <무한도전>에선 망가짐 두렵지 않아
▲ 지난 24일 방영한 MBC <무한도전-신들의 전쟁> 한 장면 |
ⓒ MBC |
물론 지난 24일 <무한도전-신들의 전쟁>에 출연한 <아수라>팀은 <무한도전>에서도 두팔 벌려 환영할 정도로 최강의 라인업을 자랑한다. 정우성, 황정민, 곽도원, 주지훈, 정만식, 김원해 등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이다니, 이것은 그야말로 '대박'이다. 그리고 <아수라>는 화려한 출연진 외에도 <무한도전>에 나올 명분이 있다. 지난해 방영했던 <무한도전-무한드림>에서 막내 스태프의 기지로 단돈 12만원에 영화를 전국의 <무한도전> 시청자들에게 널리 알릴 수 있었으니, 이제는 배우들이 직접 나설 차례다.
<아수라>팀이 이례적으로 <무한도전>에 출연한 만큼, 정우성, 황정민, 곽도원 등 평소 예능에서 보기 힘든 톱배우들이 모두 출연하는 성의를 보였다. 특히 곽도원은 이번 <무한도전>이 첫 예능이라고 할 정도로, 정우성, 황정민보다 TV에서 보기 어려운 배우다. 다른 출연진들도 곽도원보다 예능에 몇 번 더 나왔을 뿐이지, 예능에 친숙한 캐릭터들은 아니다.
하지만 <아수라>팀은 최선을 다했고, 망가짐도 주저 하지 않았다. 그런데 아무 맥락없이 이들이 망가짐을 자처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무한도전-신들의 전쟁>은 배우들의 코믹한 면모보다 그들이 가진 남다른 비주얼과 아우라를 전적으로 부각시키는 특집이었다. 예능이 전혀 익숙하지 않은 배우들을 위해서 예능 베테랑인 <무한도전> 멤버들이 일찌감치 멍석을 깔아주었고, 그러한 배려와 편안한 분위기 하에 <아수라>팀은 마음 놓고 예능에 임할 수 있었다. 그동안 영화에서 보여 줬던 진지하고도 악독한 캐릭터와 달리, 시종일관 수더분한 자세로 연예인 아닌 애청자 모드로 <무한도전>에 임했던 곽도원이 더욱 돋보였던 것은 이 때문이다.
<무한도전> 멤버들, 특히 유재석의 배려 돋보였다
▲ 지난 24일 방영한 MBC <무한도전-신들의 전쟁>의 한 장면 |
ⓒ MBC |
물론 이것은 아무 프로그램이나 되는 것이 아니다. <무한도전>에는 예능 초보도 마음 편안히 예능에 임할 수 있게 배려해주고 이끌어주는 유재석이 있었고, <무한도전-신들의 전쟁>은 이러한 유재석의 장기가 전적으로 빛났던 한 회 였다. 뛰어나게 잘생겼지만, 예능감이 부족한 정우성을 위해 유재석은 평소 잘 벗지 않는 안경까지 얼굴에서 내려놓는다. 이는 그동안 여러 예능에서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외모 비하가 아니었다. 유재석은 수많은 대중들의 호감과 선망을 동시에 받는 이 시대 최고의 스타다. 그런 그가 게스트들을 위해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마음껏 놀 수 있는 판을 짜주니 <무한도전>에 쉽게 어울리지 못할 것 같았던 정우성 또한 마음 놓고 근본없는 막춤을 추며 <무한도전>에 자연스럽게 동화된다.
▲ 지난 24일 방영한 MBC <무한도전-신들의 전쟁> 한 장면 |
ⓒ MB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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