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레이디스코드, 다시 부르는 부활의 노래 "마르지 않는 눈물이지만.."

강수진 기자 kanti@kyunghyang.com 2016. 10. 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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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스코드
소정
애슐리
주니

“조금씩 밖으로 나아가는 과정일 것입니다.”(소정)

3인조로 거듭난 걸그룹 레이디스코드는 나지막했다. 앨범을 이야기할 때도, 그 사이 근황을 이야기할 때도 시종 자분자분했다.

최근 인터뷰차 스포츠경향을 찾은 멤버들은 다행히 건강한 모습이었다.

비가 온 뒤 땅은 더욱 단단해지는 법, 다시 부르는 부활의 노래는 그래서 빛날 것이다.

그때가 2014년 9월3일이었다.

티없이 맑고 환했던 동료 멤버 고은비, 권리세를 떠나보냈던 당시의 사고는 평생토록 회한의 순간으로 다가선다. 무심케도 하늘은 지금처럼 이렇게 푸르렀다.

“가끔씩 꿈을 꿔요. (떠난 멤버들과)아무 일 없었다는 듯 함께 놀러다니는 꿈이요.”(애슐리)

멤버들은 지난 달 2일 2주기를 맞아 권리세와 고은비의 유골이 안치된 경기도의 한 추모공원을 함께 다녀왔다고 한다.

멤버 주니는 아직도 마음이 열리질 않는 모양이다. 2주기 때에 대한 질문에 미처 말문을 열지 못하더니, 이내 눈물을 떨궈버린다. 급히 손수건을 들여야했다.

“함께 조용히 다녀왔습니다. 잘 있냐 물었고, 새 앨범이 나온다고도 했고요. 추모관에서 참으려 애썼는데, 애슐리 언니 때문에 결국 다 울어버리고 말았고요.”(소정)

2년간의 공백 뒤 애슐리, 소정, 주니 3명은 팀을 다시 일궜다. 몸과 마음을 추스렸던 이들은, 5인조에서 생긴 빈 자리를 새로운 멤버 충원없이 그냥 두기로 했다.

지난 4월 컴백을 선언하며 재기를 알렸던 멤버들은 당시 소개한 ‘갤럭시’ ‘마이플라워’ 등의 노래와 성숙한 변화로 호평 받았다. 아팠던 이들의 새로운 발걸음에 사람들은 아낌없이 응원의 목소리를 보내 주었다.

한 달 여간의 짧은 활동 뒤 멤버들은 새로운 마음으로 이번 음반을 준비해왔다고 한다. 대중 앞에 다시 선다는 부담감을 한 차례 털어내자 앨범 준비에 속도감이 붙었다.

주니는 “추석 명절을 빼고선 연습실에서 매일 연습을 하며 이번 활동을 대비해왔다”고 말했다.

그 사이 좋은 일도 있었다.

멤버 소정은 JTBC <걸스피릿>에 출연해 빼어난 솜씨를 드러내면서 팀의 건재를 알렸다. 소정은 “힘들면서도 행복했던 순간”이었다며 “경연인데다가, 팀에게 누가 되면 안되는 만큼 최선을 다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파이널 현장에는 애슐리와 주니도 함께 자리했다. ‘믿고 듣는 이소정….’ 멤버들이 들고 있던 플래카드는 전날 밤 소정 몰래 멤버들이 직접 만든 것이다.

원래부터 두터웠던 팀워크는 상흔을 함께 이겨내느라 더욱 돈독해졌다. 애슐리는 “(소정이가)당연히 잘할 것이라고 여겼고, 생각보다 더 잘해냈다”고 칭찬했다.

소정은 “사실 (사고 이후) 입이 벌어지지 않아 평생 노래를 못부를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며 “아직 예전만큼 회복되지 않았지만, 다른 쪽으로 더 성숙해지고, 소리가 바뀐 것 만은 분명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앨범 준비와 연습 외에 애슐리는 잠시 복싱을 배웠고, 주니는 캘리그라피를 독학으로 익혔다. 정신없이 바쁜 일과를 부러 짠 모양이다.

정성스럽게 준비해온 앨범에는 ‘더 레인’, ‘제인 도’(Jane Doe·무명녀), ‘로렐라이’ 등 3개의 노래가 수록됐다.

‘더 레인’은 감성적인 댄스곡이다. 전작 앨범에서의 몽환적이고 신묘한 느낌을 이어간다. 뮤직비디오에서 멤버들은 내내 비를 맞는다.

일종의 짝사랑을 노래한 수록곡 ‘제인 도’에 대해 소정은 “팝적인 영역이 강한 노래”라고, 애슐리는 “몸을 저절로 움직이게 돼 해외 팬들이 좋아할 노래”라고 각각 설명했다.

또 다른 수록곡 ‘로렐라이’에 대해 주니는 “좋아하는 사람과 이별을 해서 겪는 아픔을 독일 전설인 ‘로렐라이’ 에 빗댔다”고 설명했다. 떠난 전 멤버들을 떠올리게 한다.

“퀄리티가 좋다고 자부합니다. 수록곡 모두를 다 들어주셨으면 해요.”(소정)

멤버 애슐리는 “예정대로라면 더 빨리 나와야 했었는데 완성도를 높이느라 시간을 더 소요했다”면서 “오랜만에 팬들을 만나 설레면서도 좋다”고 말했다.

팀은 요즘의 걸그룹과 뚜렷한 구별을 꾀한다.

애슐리는 “예쁘고 어린 친구들이 많은 요즘”이라며 “저희들만의 색깔을 각인시키기 위해 남과 다른 음악을 추구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노래를 듣고 ‘음악성이 좋다’고 말해줄 때가 가장 기분이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많은 일이 지나간 사이 가장 고마웠던 것은 팬이다.

주니는 “오랜 공백기 동안 꾸준히 기다려준 팬, 그리고 ‘밥 잘챙겨 먹으라’며 남겨주는 팬들의 사소한 글 하나 하나가 모두 감사하다”며 “얼마나 힘이 되는지 모를 것”이라고 했다.

멤버 소정은 떠난 멤버 두 사람의 휴대폰 번호를 아직 지우지 않았다고 말했다.

“앨범을 거의 다 준비한 뒤 (떠난 멤버들이) 생각이 나서 예전 번호로 문자를 보냈어요. 보고 싶다고….”

이들의 노래와 무대엔 우애와 사랑, 이별과 아픔 등 만가지의 감정이 두루 교차한다. 크게 아팠지만, 그만큼 깊어진 것도 레이디스코드다.

<강수진 기자 kant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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