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공감] '멜론'의 실수로 물거품이 된 어느 걸그룹의 노력

신상민 기자 2017. 3. 6.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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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블리즈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러블리즈’에게 다시 한 번 찾아온 악재는 한 음원사이트의 우연찮은(?) 실수였다. 26일 저녁 10시 정규앨범 ‘알 유 레디’를 발표하고서 27일 자정, 으레 있어왔던 각 음원사이트들의 순위 변동을 기다리던 중이었다. 그리고 ‘멜론’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이트들이 예상했던 대로의 반응을 보였다.

컴백 혹은 데뷔하는 가수들에게 포털사이트나 음원사이트의 순위는 상당히 중요하다. 이번 노래가 좋고 나쁘고를 떠나 대중에게 노출된다는 점에서, 즉 홍보의 측면에서 이보다 더 좋은 통로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약 두 시간이나 되는 시간동안 발표한 신곡이 차트에서 사라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그것도 보통 이상의 영향력을 가진 ‘멜론’에서.

차트 운영 개편에 따른 시스템의 오류였다 해명했지만 수개월을 준비해 큰 맘 먹고 컴백한 가수에겐 초장부터 진이 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왜 하필 이 시점에서 이런 오류가 나타난 걸까. 마치 누군가 일부러 없앤 것처럼 자신들의 이름만 순위에서 쏙 빠졌으니 억울하기까지 했으리라.

일각에선 오래 전부터 암암리에 돌고 돌았던, ‘멜론의 갑질’에 대한 이야기를 조심스레 꺼내고 있다. 왜 하필 실수로 인한 피해대상이, 이번에 유통사를 로엔(멜론 운영사)에서 CJ E&M으로 옮긴 엔터테인먼트사의 걸그룹이겠냐며 부단히 의도적인 상황이 아니냐, 만약 오류였다면 다른 피해자도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며 의뭉스럽단 것이다.

물론 어느 쪽의 입장이 옳고 그른지 우린 알 수 없고 쉽게 판단할 수도 없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사람들은 한 번의 일로, 게다가 실수로 일어난 상황 하나만으로 ‘갑질’이란 단어를 쉽게 입에 올리진 않는다는 사실이다. 한 마디로 이전에도 유사한 일들이 있었고 그것이 아직 꺼림칙한 느낌으로 남아있으니까, 심지어 아귀까지 맞아떨어지니까, 사람들의 은근한 의심이 수면 위로 떠오를 수밖에.

갑과 을, 갑이 자신의 지위와 힘을 이용하여 을의 처지를 마음대로 휘두르며 횡포를 부릴 때, 을을 동등하고 정당한 조건상의 계약자가 아니라 그의 약점을 잡고 있어 자신이 언제든 좌지우지할 수 있는 약자라 여길 때, 흔히 우린 ‘갑질을 한다’고 한다.

매일같이 새로운 트렌드와 새로운 음악이 쏟아지는 시대이기에 발매 당일의 음원사이트 순위가 더없이 중요하단 사실은, 뒤집어 말하면, 아니, 갑과 을의 관계에서 보았을 때 음원사이트는 갑이, 가수들은 을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단 의미이기도 하다. 의도적이었든 실수에서 비롯된 것이었든, 이번 경우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피해를 입는 쪽은 어쩔 수 없이 가수들이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괜한 오해를 받지 않으려면 앞으로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멜론은 ‘카카오’를 소유주로 둔, 그야말로 거대한 몸집을 가진 음원사이트다. 작게 움직여도 보는 이들의 입장에선 큰 행동으로 느껴지고, 본인에겐 별 거 아니다 싶은 일도 ‘갑질’이라는 충분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 그래서 더 공정해야 하고 기업의 이익을 위함이라 할지라도 사사로운 주도권다툼에 함부로 휘둘리거나 휘말려서도 안 된다. 몸집이 큰 만큼 영향력도 큰 까닭이라 하면 위로가 좀 될까.

음원사이트들이 정확한 공정성과 실효성을 갖는 데엔 한계가 있단 점은 인정한다. 대중의 요동치는 마음을, 그것도 실시간으로 제대로 반영하기가 어디 그리 쉽겠는가.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해서도 안 된다. 영향력을 가진 큰 곳이라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우리 가요계가 살고 더불어 음원사이트들도 살아남을 수 있을 테니. 여기엔 갑을이 아닌 상생의 논리가 필요하다. 러블리즈의 순위 누락 사건이 한낱 실수에 불과한 작은 일이 될 수 없는 이유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신정헌 기자]

러블리즈|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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