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패디즘의 선동 아직도 믿나요

정용인 기자 2015. 9. 19. 13:1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먹거리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 과대평가… 음식에 대한 잘못된 상식 많아

“대충 2005년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저질 중국산 천일염이 들어오니까, 국산 천일염이 좋다는 논리가 만들어지고, 그 좋다는 것을 과장해서 말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해요. 청정 갯벌에서 만든다, 저염나트륨이다, 미네랄이 풍부하다는 말이 만들어지는데, 일부 학자들이 주도해 엉터리 자료를 만들어 강조한 것을 정부도 받아다 쓰기 시작한 겁니다. 의심을 하게 된 것이 2008년 무렵부터로 생각하는데, ‘질 좋은 천일염을 구해보겠다’는 생각으로 염전에 가서 취재를 해봤습니다. 청정갯벌이라고 하는데 시궁창 냄새가 나서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염전 장판을 들춰서 밑의 갯벌을 보니 썩어 있는 거예요. 청정갯벌이라는 말이 거짓말이라면, 다른 자료도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의 말이다. 국산 천일염 유해성 논란. 황씨의 문제제기에서 시작한 논란은 지상파 방송에까지 번졌다. 논란의 공개검증은 국산 천일염 옹호 쪽의 완패로 잠정 결론이 나는 것으로 보인다. 국산 천일염은 ‘미네랄이 풍부해 건강에 좋은 것’도 아니었고, 전통방식도 아니었다. 일제강점기 시기 대량의 소금 생산을 위해 대만으로부터 들여온 방식이었고, 현재는 대만이나 일본에서도 배척받는 생산방식이다. 궁금한 것은 이것이다. 왜 우리는 ‘천일염은 정제염에 비해 미네랄도 풍부하고 건강에 좋다’고 별 생각 없이 믿었던 것일까.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의 문제제기가 발단이 돼 벌어진 천일염 유해성 논란의 결론은 황씨의 문제제기가 대부분 사실로 인정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사진은 충남 서산의 한 염전에서 이뤄지고 있는 천일염 제조작업. / 김창길 기자

검증되지 않았던 천일염 ‘상식’천일염뿐 아니다. 올해 초 <주간경향>이 다룬 MSG를 둘러싼 논란도 마찬가지다. MSG 즉, 글루탐산나트륨이 유해하다는 속설은 1960년대 이른바 ‘중국음식점 증후군’이라는 가설로부터 시작했는데, 현재는 기각된 가설이다. 중국음식점 증후군 이후 등장한 이른바 ‘흥분독소’ 가설 역시 현재 학계에서 통용되는 가설이 아니다. (<주간경향> 1115호 관련 보도 참조) 기자는 이 기사를 쓴 이후 한 모임에서 “혹시 대상 같은 기업에서 광고를 받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특정 대기업의 ‘로비’에 의해 쓴 기사가 아니냐는 불신이었다.

푸드 패디즘(food faddism)이라는 말이 있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본격적으로 소개되지 않은 개념이다. 오늘날 회의주의(skepticism)의 출발점으로 평가되는 과학저술가 마틴 가드너의 책 <과학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변덕과 궤변(Fad & Fallacies in the Name of Science)>의 한 장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에 붙인 이름이다. 푸드 패디즘은 ‘먹거리가 건강과 병에 미치는 영향을 과대평가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가드너는 책에서 하나의 예로 당시까지 상식처럼 언급되던 플레처의 건강법을 들었다. ‘많이 씹어 먹어야 한다’는 것이 플레처 건강법의 핵심이다. 심지어 물이나 우유조차 침과 골고루 섞이기 위해서는 “씹어 마셔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그의 주장은 당대 유명인사들의 지지도 많이 얻었다. 업튼 싱클레어, 헨리 제임스, 록펠러와 같은 당대의 명사들이 그의 건강법을 지지하고 실천했다. 플레처는 입속에 든 음식물을 많이 씹으면 씹을수록 음식물 속에 있는 비타민이나 영양분이 늘어나기 때문에 음식물을 효율적으로 먹는다면 국가적인 부의 낭비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소위 ‘플레처리즘’으로 불리는 이 건강이론은 오늘날은 거의 기각됐다. 저작운동은 소화를 도울지언정 비타민이나 영양분을 늘리지는 않는다. 푸드 패디즘은 일본 군마대학의 다카하시 구니코 교수가 마틴 가드너의 개념을 빌려와 발전시킨 이론이다. 푸드 패디즘의 전형은 이것이다. 먹거리를 나쁜 음식과 좋은 음식으로 나눠 그 효과를 과장시키는 것이다. 천일염 또는 ‘자연소금’은 다카하시 교수가 푸드 패디즘이 과장하고 있는 ‘좋은 음식 목록’에 유정란, 올리브오일, 각종 보충제(비타민, 클로렐라, 키토산), 은행나무 추출물, 프로폴리스 등과 함께 거론돼 있다.

그렇다면 푸드 패디즘으로 분류돼 과장되고 있는 나쁜 음식은? 약 2년 전부터 SNS 상에 인기리에 공유되고 있는 동영상이 있다. ‘우유에 대한 불편한 진실’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동영상이다. 동영상에서는 1998년부터 1993년까지 2700개의 의학논문을 검토해보면 우유를 훌륭한 음식으로 다루는 것보다 장출혈, 소백혈병, 천식, 소아당뇨, 심장병, 빈혈, 관절염, 알레르기, 암과 상관성을 연구한 논문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유에 대한 불편한 진실>이라는 이름으로 국내에도 SNS를 중심으로 공유되고 있는 다큐멘터리의 포스터. 우유가 심장질환, 뇌졸중, 유방암, 알레르기 등의 원인이라는 등의 주장을 담아 논란을 일으켰다.

우유에 대한 불편한 진실?영상에서는 몇몇 충격적인 주장들이 나온다. 이를테면 영상에 출연한 한 전문가는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우유를 분석해보면 1㏄당 35만개에서 45만개의 고름세포와 2만5000여개의 박테리아가 발견된다”고 말한다. 미국 정부는 이 정도의 수치는 “괜찮다”고 허용하고 있다며 영상은 자막으로 “여러분이 마시는 1잔의 우유에는 1억800만개의 고름세포가 들어 있는데, 그래도 상관없다는 게 미국 정부의 주장”이라고 전하고 있다. 영상에는 실제로 우유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다는 사람들의 ‘증언’도 나온다. 영상에 출연한 나바조 인디언 원주민은 “정부가 제공하는 바우처 제도로는 달걀이나 우유와 같은 제품만 구입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바로 이어 출연한 전문가는 채소나 과일과 같은 다른 괜찮은 먹거리 대신 ‘쓰레기 같은 유제품’이 강제로 배급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영상의 주장은 사실일까. 고름우유 논란은 한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1995년 당시 파스퇴르유업의 ‘우리는 고름우유를 팔지 않습니다’라는 광고로 촉발된 논란은 다른 우유업체들과 이전투구 싸움으로 번졌다. 논란 직후 당시 보건복지가족부가 우유 잔류 항생물질 기준치를 마련했지만 한 번 각인된 ‘고름우유’ 이미지의 여파는 상당 기간 지속됐다.

지난 6월 발매된 <코리아 스켑틱> 2호는 ‘무엇을 먹어야 하는가’라는 제목의 커버스토리로 ‘먹거리에 대한 12가지 오해’를 다루고 있다.(박스기사 참조) 기사는 우유나 유제품이 해롭다는 주장과 반대로 유제품 섭취량이 늘어나는 것이 뇌졸중, 당뇨병 발병 위험의 감소와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인용하면서 “실제 조상들의 경우 아기들이 모유를 소화할 수 있도록 락타아제를 만드는 능력을 성인이 되면 잃어버리기 때문에 젖당을 소화하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인류가 젖소에서 얻는 ‘우유’를 새로운 영양원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진화하면서 이제는 대부분의 인구가 평생 동안 락타아제라는 효소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일본 응용노년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시바타 히로시 교수는 장수하는 사람들의 생활습관을 다룬 책 <고기 먹는 사람이 오래 산다>라는 책에서 “일부에서는 쌀 문화권에 있는 사람들이 락타아제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젖당 불내증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지적을 하지만, 실제 일본 사회의 평균수명이 높은 지역과 우유 섭취량 사이의 상관관계가 뚜렷이 나타난다”고 적고 있다. 다시 말해 특이체질로 젖당 분해효소가 없는 일부의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우유는 긍정적인 기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식약동원(食藥同源), 음식이 곧 약이라는 말이 있다. 이와 관련, 흔히 “조상은 그렇게 먹지 않았다. 당뇨나 비만, 암 등은 현대병이다. 조상이 먹는 음식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이 있다. 옛날로 돌아가 옛날 방식으로 먹으면 무병장수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 주장은 사실일까.

옛 조상은 얼마나 살았을까. 우리의 경우 그나마 확실한 것은 조선왕조실록 등에 기록돼 있는 임금의 기록이다. 조선시대 임금의 평균수명은 47.5세다. 일반 백성들의 평균수명은 30살 내외였던 것으로 추론된다. 한국의 평균수명은 최근래에 이르러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해방 전 45세 미만이었던 평균수명은 1960년 52.4세로, 2003년에는 77.44세가 됐다가 2013년 81.94세로 늘었다.(같은 자료에서 일본은 83.1세이고, 북한은 69.5세에 머무르고 있다) 미국 동양사학자 W E 그리피스가 1882년에 쓴 책 <은자의 나라 한국>에는 현재와 많이 다른 한국 사람들의 식습관을 묘사하고 있다. 일단 대식(大食)이다. 많은 사람들이 2~3인분은 거뜬히 먹어치우며, 복숭아 50개와 참외 30개를 먹어치우는 사람들에 대한 목격담이 게재돼 있다. 조선시대 후기의 밥상을 찍은 사진도 돌아다닌다. 밥그릇이나 국그릇이 지금보다 2~3배는 큰 사진이다.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실제 우리나라가 먹을거리가 풍부한 나라는 아니었기 때문에 영양섭취의 대부분을 밥에서 취했을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이른바 ‘대식’은 평소 습관이었다기보다 잔칫날과 같은 기회가 주어졌을 때 행해졌을 확률이 많다는 것이 주 교수의 추정이다.

서점의 건강 관련 코너에 꽂힌 책들. 각종 민간요법 들이 책으로 출간돼 있지만 엄밀하게 과학적으로 검증된 주장이 아닌 내용을 담은 책들도 많다.

발효식품은 건강식이었나“돌이켜 생각해보라. 냉장고가 없던 시절에는 걸핏하면 상한 음식을 먹거나 과식을 해 아픈 경우가 많았다. 그렇게 해 탈이 나 설사를 하게 되면 면역력이 떨어져 다시 감기나 폐렴으로 죽는 경우가 많았다. 오히려 지금은 그런 것이 줄어든 것이 아닌가.”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부 교수의 말이다. 그는 최근 식품상식의 허와 실을 다룬 책 <음식의 발견>을 펴냈다. 하 교수는 책을 펴낸 이유에 대해 “워낙 잘못된 음식정보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잘못된 정보는 이른바 ‘음식전문가’ 내지는 ‘의사’라는 타이틀을 걸고 TV 등에 출연해 잘못된 정보를 전하는 사람들에 의해 전파된다고 주장했다. “나는 ‘쇼닥터’라는 말을 쓴다. 음식의 위험성을 과장해 공포를 조장하는 데 적극 나서는 이유는 시청률을 의식한 방송사의 선정주의도 한몫을 하지만, 건강기능식품을 팔기 위해 선전하는 약장수들도 역할을 하지 않는가.” 하 교수는 특히 식품첨가물에 대한 잘못된 오해가 마치 진실인 양 널리 퍼져 있다고 덧붙였다. “대한민국에서 현재 허용된 식품첨가물은 605종이다. 허용하는 절차는 상당히 엄격하다. 식품 안전성을 검증하고 연구하는 절차는 거의 약에 준해서 까다롭게 한다. 그러다 보니 식품첨가물에 대한 동물실험에서 주사기로 직접 투여하거나 고용량 투여를 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렇게 이뤄진 실험을 왜곡해 잘못된 건강정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글루텐 프리’라는 말이 유행하면서 밀가루가 안전하지 않고 인체에 유해하다는 주장이 상식처럼 돌지만 이 역시 잘못된 정보라고 하 교수는 밝혔다. “밀가루와 그 주성분인 글루텐이 셀리악 병이라고 일부 특이체질인 사람들에게 설사나 영양장애, 장염증 질환을 일으킨다고 하는데, 셀리악 병은 밀을 주식으로 하고 있는 미국에서도 발병률이 1% 미만인 희귀질병이다. 밀은 인류가 1만년 가까이 검증해온 식재료인데, 사실 그렇게 따지면 쌀도 문제가 많다. 비소와 같은 중금속이 비축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쌀의 문제는 지적하지 않나. 그건 우리나라에서 주로 먹는 식품이기 때문이다.”

발효식품이 건강에 좋은 식품이라는 것도 역시 미신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발효가 조상의 지혜라고 말을 하지만 그래서 발효식품을 먹고 건강해졌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 조상이) 발효식품을 만들어 먹은 기본적인 이유는 부패를 막기 위한 것이다. 발효과정에서 ‘맛’은 정확히 말하면 덤으로 주어진 것이다. 몸에 좋으라고 발효식품을 만든 것은 아니다.” <주간경향>은 이 발효식품의 딜레마를 1년 전 한식 기사로 다룬 적이 있다. 단백질을 함유한 식품은 발효든 부패든 그 과정에서 ‘바이오제닉아민’이라는 부산물이 만들어진다. 바이오제닉아민은 식품 알레르기의 원인이 될 수도 있고, 체내대사를 통해 발암물질로 전환될 위험까지 보고되고 있다. 젓갈류의 발효과정에서 생기는 식중독 유발물질 히스타민 역시 학계에서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발효식품의 어두운 면이다.(<주간경향> 1062호 ‘한식, 정말 최고의 건강식일까’ 기사 참조)

미국 정부가 지난 2월 발표한 콜레스테롤이 많이 든 음식 경고 폐지 조치도 종전의 음식과 관련한 ‘상식’과는 배치되는 결정이다. 당시 폐지 방침을 발표한 식생활지침자문위원회는 발간한 보고서에서 “계란 노른자나 새우, 가재 등 콜레스테롤이 많이 든 음식을 먹는 것이 혈관 내 콜레스테롤 수치를 올리거나 심장질환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과 상관관계는 그리 높지 않다”고 발표했다.

얼핏 보면 비상식적인 발표처럼 보이지만 천일염 논란처럼 하나씩 따지고 들어가 보면 이 역시 ‘상식’에 부합한다. 콜레스테롤이 많은 음식을 먹는다고 그것이 그대로 혈중 콜레스테롤로 전환되는 것이 아니다. 혈중 콜레스테롤을 만들어내는 것은 간이다. 같은 원리가 다른 먹거리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콜라겐을 많이 먹는다고 피부 노화를 막는 콜라겐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과학적 회의주의에서는 이런 사고를 ‘동종요법’이라고 부른다. 이를테면 해구신이나 뱀을 먹는다고 정력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게이트키핑’ 역할 방기한 언론“이 표를 보라. 1910년대부터 쭉 이어져온 미국의 설탕 소비량이다. 1980년대 이후 설탕 소비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지만 비만율은 폭발하고 있다. 여러 원인이 그동안 지적돼 왔다. 동물성 마가린이 나쁘다고 하니 마가린 섭취 비율이 대폭 줄었다. 콜라와 같은 탄산음료의 문제가 지적되니 콜라 소비량 역시 줄어들었다. 다이어트의 역사를 다뤘던 역사를 보면 지금까지 나오지 않은 해법이 없었다. 모두 다 과거에 시도됐던 것이다. 비만율을 높이는 데 유일하게 늘어난 것은 무엇일까. 총칼로리 섭취량이다. 문제의 해법은 간단했다. 적게 먹으면 되는 것이었다.” 음식과 식품첨가물에 대한 ‘오해’를 다룬 책을 펴낸 최낙언 시아스 이사의 말이다. 그는 무엇을 먹어서, 또는 안 먹어서 건강하게 오래 산다는 비법은 없다고 단언했다. “흔히 식품첨가물을 적게 먹고 친환경적으로 살면 장수한다고 하는데, 단적으로 북한을 보라. 그렇게 살고 있는 북한 사람들이 오래 살고 건강하게 살고 있나를 보면 답은 명확하지 않는가.”

사실, 음식과 건강 관련 정보는 지금도 매일매일 쏟아져나오고 있다. 포털뉴스에서 ‘콜레스테롤’을 검색하면 지금도 ‘콜레스테롤 충격, 뱃살 만드는 식품’과 같은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황교익 칼럼니스트는 “일반인들이 과학공부를 해 올바른 지식과 틀린 지식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사실상 무리”라며 “검증되지 않은 지식을 일차적으로 걸러내고 확인하는 작업을 해야 하는 것이 언론인데, 오히려 거꾸로 공포를 조장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먹거리에 대한 대표적 오해와 ‘진실’

먹거리에 대한 오해는 지금도 재생산되고 있다. 예를 들어 소식을 한다든지 채식을 하면 장수한다는 주장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다. 과학적 회의주의 잡지를 표방하는 <코리아 스켑틱> 2호는 이 주제를 커버스토리로 다루고 있다. 다음은 이 잡지가 소개한 먹거리에 대해 ‘아직’ 검증되지 않은 12가지 사실들을 요약한 것이다.

1. 식습관으로 모든 병을 예방할 수 있다? 불가능하다. 미국 암협회에 따르면 건강식으로 예방할 수 있는 암은 모든 암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유전성 암의 5~10%, 흡연으로 인한 암의 25~30%, 감염에 의한 암의 15~20%, 발암물질 등 환경적 요인에 따른 암의 10~15%는 식습관으로 예방할 수 없는 것으로 결론나고 있다. 영양가 높은 음식은 건강 유지에 꼭 필요하지만 식이성 영양결핍증을 치료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음식은 약이 아니다.

2. 수렵채집기의 식생활이 가장 건강하다? 이른바 구석기시대 조상의 음식이 우리 몸에도 가장 좋다는 주장이지만 구석기 시대의 식생활은 여러 방식이었다. 고고학적 증거에 따르면 인간은 매우 다양한 식생활을 하면서도 잘살 수 있었다.

3. 우리 몸은 농경시대의 식품을 소화시키지 못한다? 구석기 시대에도 이미 곡물을 먹고 있었다. 인간의 적응력은 매우 강했다. 구석기 시대 이후에도 계속 진화해 왔다. 여행자들은 새로운 음식과 미생물에 접하면서 배탈이 나는 경우가 많지만, 새로운 지역에 오래 거주하면 장내 세균이 변하면서 그 지역에 적응한다.

4. 요리는 영양소를 파괴한다? 어떤 사람들은 요리를 하면 영양분과 천연효소가 파괴되거나 독소가 생긴다고 주장하나 근거 없다. 생식이 건강에 더 좋다는 증거는 없다. 요리를 발명한 덕분에 인간은 날로 소화하기 힘든 먹거리를 이용할 수 있게 됐고, 음식을 씹는 데 에너지를 덜 쓰게 됐다. 식품 가공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5. 윤리적으로 ‘옳은’ 식단이 있다? 식문화는 처음에는 안전한 음식에 대한 시행착오로 얻은 지식을 기호화하는 실용적인 방법으로 시작됐다가 집단 결속에 대한 차이점 때문에 인간의 행동양식으로 굳어졌다. 채식이든, 할랄(이슬람 율법으로 허용된 음식. 알라의 이름으로 도살된 고기는 허용되지만 돼지고기나 동물의 피, 알코올성 음료는 금지된다)이든 스스로는 이런 식생활을 합리적인 방식으로 선택했다고 믿을 수 있지만, 실은 사회적·감정적 이유로 선택한 후 사후 정당화하는 것일 수 있다.

6. 효과적인 다이어트는 따로 있다? 체중감량 다이어트는 대부분 단기적으로 성공하지만 감량된 상태를 오래 지속할 수 없다. 모든 다이어트는 본질적으로 열량을 더 적게 섭취하면서 견딜 수 있도록 자기 자신을 속이는 것이다. 살은 빼는 데 특정 다이어트가 다른 다이어트보다 더 효과적인 것은 아니었다. 식단보다 더 중요한 것은 동기부여다.

7. 탄수화물은 다이어트의 적이다? 고탄수화물 식단은 비만이 만연하게 된 원인으로 지탄을 받았지만, 연구 결과에 따르면 탄수화물을 많이 먹는다고 해서 과체중이 될 가능성이 큰 것은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총섭취열량의 제한이지 주된 열량원이 무엇인가가 아니다.

8. 건강에 좋은 음식은 따로 있다? 어떤 음식은 다른 음식보다 특정 영양소를 더 많이 함유하고 있지만 ‘슈퍼푸드(superfood)’라는 개념은 허황된 통념이다. 모든 영양소를 완벽하게 공급하는 음식은 없다.

9. 유기농 식품은 건강에 이롭고 맛도 좋다? 흔히 유기농식품은 건강에 이롭고 유전자변형식품(GMO)은 건강에 해롭다고 믿지만 증거는 그런 믿음을 뒷받침하지 않는다. 유기농식품을 먹으면 잔류농약이나 항생제 내성균에 덜 노출될 수 있지만, 이것이 인간의 건강에 어떤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10. 물은 많이 마실수록 좋다? 물은 생명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하지만, 너무 많으면 너무 적은 것만큼이나 해롭다. 사람은 물 중독으로 죽을 수 있다. 날마다 물을 8~10잔씩 마셔야 한다는 통념도 잘못된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갈증이 느껴질 때만 물을 마셔도 충분하며, 어떤 경로로 물을 섭취하는지도 중요하지 않다. 커피나 수분 함량이 많은 고형식에서도 물을 얻을 수 있다.

11. 식이보충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식이보충제 산업은 비합리적 공포를 이용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의료적인 이유로 식이보충제가 반드시 필요한 사람들도 있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일반대중이 건강관리를 위해 여분의 비타민을 복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2. 단식하면 장수한다? 동물의 수명을 늘리는 한 가지 요인으로 엄격한 열량 제한은 보고된 적이 있지만 인간에 대한 연구에서는 수명연장 효과가 입증된 적이 없다. 여러 종교들에 의해 시행해온 ‘간헐적 단식’은 전반적으로 섭취 열량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지만, 단식이 끝난 후 갑자기 많은 음식을 먹게 되면 체중감량에 아무런 효과가 없다. 단식이 특정 질병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지만, 사실상 단식은 영양결핍을 초래하며 면역체계를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