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옥 개조해 사는 빈티지 수집가 부부

매거진 2017. 4. 20.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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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슨홈

대전 시내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외곽의 시골 동네, 빈티지 마니아로 소문난 부부의 손때 묻은 집 이야기.


직접 개조한 빈티지소품 쇼룸 톰슨홈 앞에 앉은 박영근, 최기영 씨 부부  


“이런 건물은 옛날에 사랑채로 썼어요. 여기 바닥이 낮은 곳은 소 우리였다니까 당시에 소가 얼마나 귀한 존재였는지 알 수 있죠. 그 이후에는 창고로 쓰였고요. 옛날 어른들이 이야기하시길 서까래를 보면 그 집의 경제수준이나 그 해의 나무 작황을 알 수 있대요.”

인사를 나누기 무섭게 쇼룸으로 개조한 건물의 역사를 늘어놓는 박영근, 최기영 씨 부부. 가구 만드는 일을 20년 동안 해온 남편 박영근 씨는 눈앞에 보이는 사물 하나를 놓고도 소재와 구조, 역사를 망라하며 100분 토론을 벌인다. 첫 직장이 수입가구점이었던 덕에 해외 인테리어와 가구 책을 보면서 안목을 쌓아왔고, 가구에 대한 이야기라면 누군가 지나가며 흘리는 말도 허투루 듣지 않는다.

BEFORE › 뒷집과 쌍둥이처럼 닮은 이 집은 1970년대 후반 정부에서 지원한 일명 ‘새마을 주택ʼ이다. 주택에 처음 입주했을 당시의 집과 그 옆에 방치되어 있던 창고.  


도배와 장판이 주거문화를 대표하던 90년대부터 아파트 벽지를 다 뜯어내 페인트칠을 하고 살았다는 이 가족. 결혼 후 줄곧 대전의 아파트에서 지냈던 부부는 2013년 11월, 대전 외곽에 자리한 이곳에 정착했다. 1970년대 후반에 지어진 일명 ‘새마을 주택’으로 불리는 40년 가까이 된 주택을 매입해 지금까지 고치며 살고 있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가족의 취향을 반영해 하나하나 자신의 손으로 직접 바꾸고 싶은 남편의 욕심 때문이다.


답답한 철문을 떼어내 나무 문으로 바꿨고, 집 앞은 장작과 소품 작업을 하는 작업장으로 개조했다. 
쇼룸에 진열된 빈티지 가구와 소품    /    나무로 벽체와 바닥을 나무로 두르고, 원목가구들로 꾸민 서재
현관에는 캐비닛을 개조해 만든 신발장을 놓았다.   /   한 평 증축한 거실의 외관도 폐 목재를 재활용해 옛스런 정취가 느껴진다. 


늘 꿈꿔오던 빈티지 인테리어를 실현하기 위해 고재상과 고물상을 많이 찾았다는 두 사람. “나무는 갈라지고, 터지고 울퉁불퉁해야 제 맛”이라는 남편은 심지어 집 근처 흙 속에 파묻혀 버려진 철도침목을 발굴하고 논에 버려진 나무를 주워와 문짝으로 쓰기도 했다. 집 안에 페인트칠을 하고 장판을 걷어낸 뒤, 바닥에는 보일러의 온기를 전달할 수 있도록 얇은 나무를 켜 직접 마루를 깔았다. 벽과 바닥 색이 예쁜 곳은 우레탄을 도포해 오래된 특유의 느낌을 살리기도 했다. 네 식구가 쓰기에 비좁은 거실을 손수 1평 증축하고, 장작 난로도 설치했다.


쇼룸 바깥벽에도 장식한 빈티지 소품들로 부부의 센스를 엿볼 수 있다. 
영근 씨가 직접 증축한 현관에서 티타임을 즐기는 부부. 바닥이 조금 더 높은 한 평 정도의 공간이 증축한 부분이다.  


얼마 전에는 집 앞에 방치된 창고를 개조해 빈티지 숍을 오픈했다. 네 칸으로 나뉜 공간의 벽을 일부 터 낸 뒤 서까래 사이사이를 메우고 샌딩 작업과 회벽 작업도 가족이 직접 다 했다. 쇼윈도우에는 부부가 살면서 수집해온 빈티지 소품을 수리하거나 리폼해 장식했고, 영근 씨가 이전에 일했던 앤틱가구회사 ‘토마스’의 이름을 따 숍에는 ‘톰슨홈’이라는 간판을 내걸었다.

이집으로 이사한 후, 가족은 주말이 되어도 집을 떠나지 않았다. 이전에는 시간을 내 캠핑을 다녔지만, 지금은 집이 정원이고 자연이다. 집 앞 논은 지금처럼 물을 대는 시기엔 바닥에 동네의 산과 하늘을 그대로 담아내고, 때때로 변하는 작물의 성장은 계절의 시계가 되어준다. 밤에는 늘 별이 반짝이는 풍경을 볼 수 있으니 굳이 멀리까지 자연을 찾아다닐 필요가 없다.

요즘 회사를 그만둔 아내는 홈패션과 베이킹 등 집에서 하는 일거리에 푹 빠져있다. 작은 텃밭을 마련해 채소를 길러먹고 있는데 때때로 찾아와 거름도 주고, 조언도 해주는 고마운 이웃들이 있어 그녀의 텃밭 농사는 늘 풍년이다.


➊ 직접 만든 소품    옛 문서와 그림 자료를 고재에 부착해 고풍스럽게 처리한 소품. 벽면에 액자처럼 걸면 빈티지한 무드를 더해준다.

➋ 빈티지 램프   독일 랜턴 회사 ‘포이어한트(Feuerhand)’가 중국에서 만든 초기 모델로 약 100여년은 넘은 램프다. 가장 오른쪽 모델이 대중적으로 정착된 ‘허리케인ʼ이라는 석유랜턴 제품

➌ 틴케이스와 파일첩   빨간색 틴케이스는 밀리터리 수입업자에게 산 영국 잎담배가루로, 장식을 위해 구입했다. 파일첩은 10년전에 코즈니 앳 홈에서 구입한 것을 간직하다 장식용으로 진열했다.

➍ 고재로 만든 문  집 앞 논에서 오랜 세월 비바람 맞은 고재를 발굴해 단조 빗장과 자물쇠를 달아 문으로 완성했다.


예전에 소 우리로 쓰였다는 쇼룸의 한 부분은 빈티지 가구들로 채워졌다.
서까래를 노출한 쇼룸의 한 부분도 소품들을 진열해 꾸며놓았다.    /    거실의 한 부분에는 칠판 페인트를 칠해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
거실과 연결된 서재 겸 다용도 공간. 오른쪽에 열린 문을 통해 다락으로 올라갈 수 있다. 


“전원생활은 모든 게 손이 많이 가요. 특히 이렇게 오래된 집에서는 더욱 더. 장작을 보관하고 손질하는데 밭 하나를 다 쓰니까, 시간도 많이 걸리는데다 공간도 많이 차지하죠. 하지만 일상에서 이런 과정들을 없애고 싶지는 않아요. 건강에도 좋고, 자연적인 방법이잖아요.”

주택으로 이사와 아파트에서는 누리지 못했던 자연과 원초적인 활동을 하는 지금이 너무나 행복하다는 부부. 요즘도 틈나는 대로 해외 자료를 보며 소품을 만들고, 집을 가꾼다는 이 이들에게 집이란 생활터전인 동시에 아지트가 아닐까.


취재_ 이아롬  |  사진_ 최지현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17년 4월호 / Vol.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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