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커트 입고 하이힐 신은 남성 멋지네요

박현영 2016. 4. 29.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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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성과 여성성이 공존하는 ‘앤드로지너스’ 룩이 요즘 뜨고 있다. 루이비통 여성 컬렉션 광고 모델로 발탁된 할리우드 배우 윌스미스의 아들 제이든 스미스. 민소매 니트에 검은색 주름치마를 입었다. 구찌는 꽃무늬 프린트 수트를 입은 남성 모델을, 마크 제이콥스는 남성적인 느낌의 데님 재킷을 입은 여성 모델을 런웨이에 세웠다. [사진 루이비통, 구찌, 마크 제이콥스]
1980년대에 공연중인 흰색 러플 블라우스 차림의 프린스. [AP=뉴시스]

| 남녀 경계 허문 ‘젠더 플루이드 패션’

올해 초 공개된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의 봄·여름 여성복 컬렉션 광고 캠페인. 흰색 민소매 니트에 검은색 주름치마를 입은 앳된 모습의 소년 제이든 스미스(18)가 여성 모델들과 포즈를 취했다. 할리우드 배우 윌 스미스의 아들인 제이든은 연예계와 패션계가 주목하는 스타 2세다. 18세 소년이 남성복이 아닌 여성복 모델로 발탁되면서 화제가 됐다. 제이든 스미스는 남성(사실은 소년)이지만 패션에 있어서는 그때그때 자신이 자유롭게 선택하는 젠더 개념에 따라 옷을 입는다. 스커트를 입고 다니는가 하면, 화사한 무늬의 스커트 정장을 입고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웃통을 벗고 근육을 드러낸 뒤 검은색 플레어 스커트를 입고 붉은색 꽃을 귀 뒤에 꽂아 남성성과 여성성을 한꺼번에 담기도 한다. 젠더 플루이드(gender fluid) 패션의 대표주자인 그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3만 명을 넘는다.

‘젠더 플루이드 패션’ 트렌드

패션계에서는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적인 성별 구분이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 제이든 스미스는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셀러브리티 중 한 명이다. 할리우드 배우 안젤리나 졸리와 브래드 피트 부부의 딸인 샤일로(9)도 젠더리스(genderless) 패션을 선보인다. 짧은 커트 머리에 검은색 바지 정장을 입고 넥타이를 맨 그의 ‘공항 패션’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같은 트렌드는 점점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삼성패션연구소는 최근 펴낸 ‘젠더 플루이드 패션’ 보고서에서 “2016년에는 남성성과 여성성 등 젠더의 경계를 희미하게 하는 젠더리스 패션 트렌드가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젠더 플루이드란 무엇일까.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에서 젠더학을 가르치는 잭 핼버스탬 교수는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젠더를 확립된 정체성으로 보는 게 아니라 하나의 스펙트럼으로 보는 시각을 젠더 플루이드라고 한다. 스펙트럼 안에 여러 개의 포지션이 있어서 사람들이 자신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여성, 남성, 성적 소수자 등 생물학적 성별의 문제를 떠나서 자유롭게 정체성을 정하거나 남성성과 여성성을 원하는 대로 조합하는 방식이다.

젠더의 경계 허문 데이비드 보위와 프린스

1980년대는 성, 연령, 상황 등에 대한 고정관념이 해체되는 시기였다. 남성과 여성은 모두 남성적 특징과 여성적 특징을 동시에, 함께 지닐 수 있다는 ‘양성(androgynous·앤드로지너스)’의 개념도 확산됐다. 패션에서는 ‘앤드로지너스’ 룩으로 표현된다.

‘앤드로지너스 룩’은 사전적으로는 양성이 공존하는 스타일을 말하지만 현실에서는 주로 남성이 여성의 특징을 차용해서 패션을 즐기는 트렌드를 말한다. 여성은 이미 20세기 초부터 팬츠, 수트, 파자마, 짧은 머리 등 남성의 패션을 수용해왔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유니섹스’ 룩도 크게 보면 앤드로지너스 룩에 포함되지만 조금 다르다. 유니섹스 룩은 옷 자체만으로는 입는 사람의 성별을 구별할 수 없는 남녀 공용 패션이다. 티셔츠, 청바지, 모자 같이 옷 자체에 여성성, 남성성이 두드러지지 않고 성별 개념이 사라진다.

앤드로지너스 룩의 원조로는 최근 사망한 글램록의 대부 데이비드 보위와 팝가수 프린스를 꼽을 수 있다. 프린스의 음악처럼, 그의 패션도 인종과 젠더, 섹슈얼리티 등 고정관념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프린스는 러플이 풍성한 화이트 셔츠, 허리가 드러나는 크롭 톱, 삼각 비키니와 레깅스를 입고 무대에 올랐다. 프린스 패션의 정점은 하이힐이었다. 40여 년간 줄곧, 무대에서나 사석에서나 10㎝ 짜리 하이힐을 신었다. 하이힐을 신는 이유에 대해 그는 “키가 커보이고 싶어서가 아니다. 여자들이 하이힐을 좋아하니까 나도 신는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데이비드 보위는 짙은 화장, 붉은색 머리, 가녀린 몸에 딱 달라붙는 바디수트 등으로 젠더의 경계를 허물었다.

경계 좁혀지는 남성복과 여성복

프린스가 1985년 앨범 ‘퍼플 레인’ 공연을 할 때 입은 진주 재킷과 흰색 블라우스, 핑크색 퍼(fur) 장식은 훗날 패션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주기도 했다. 패션 디자이너 알투자라는 지난해 가을·겨울 컬렉션에서 프린스로부터 영감을 얻은 러플 블라우스를 선보였다. 생로랑의 에디 슬리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최근 남성복 컬렉션을 발표하면서 모델들에게 7㎝짜리 하이힐을 신겼다. 릭 오웬스의 남성복 패션쇼에도 하이힐이 등장했다.

젠더 플루이드 런웨이는 지난해 초부터 활발해졌다.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된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남성복 데뷔 무대에서 여성스러운 리본과 보타이 블라우스를 입은 남성 모델을 등장시켜 젠더 플루이드를 화두로 던졌다. 올해는 여성복 런웨이에 꽃무늬 프린트의 수트를 입은 남성 모델이, 남성복 런웨이에는 드레스를 입은 여성 모델이 등장했다. 마크 제이콥스는 올 봄·여름 컬렉션에서 남성성을 강조한 큰 사이즈 데님 재킷을 입은 여성 모델을 보여줬다.

패션에서 젠더의 구분이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한 브랜드들은 아예 남성복과 여성복 패션쇼를 합치기로 했다. 버버리, 톰 포드, 베트멍은 올 가을부터 남성복과 여성복을 통합한 쇼를 올리기로 했다. 구찌는 내년부터 한 무대에서 남성복과 여성복을 보여주기로 했다. 젠더 중립적인 트렌드와 경영 효율화를 위해서다. 구찌의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남녀 컬렉션을 함께 보여주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내가 세상을 보는 방식이 그렇다”고 말했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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