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추기경 "4대강 종교인의 영역 아니다"

2010. 12. 8.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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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국 가톨릭 최고지도자인 정진석 추기경이 8일 서울 명동성당 집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하느님의 길, 인간의 길>(가톨릭출판사 펴냄)이란 책 출간에 즈음에서였다. '성경을 토대로 살펴본 이스라엘 예언자들과 임금들'이란 부제를 달아 성서 속의 예언자들에 대한 이 책에 대해 정 추기경은 "스스로 경고하기 위해, 저 자신을 위한 책"이라고 밝혔다. 정 추기경은 "성서 속엔 예언자들이 임금님들수보다 많고 임금님들과 대결하는 양상도 다양하다"면서 "하늘의 뜻인 천심에 따르면 성군이 되고 그렇지않고 개인적 욕망에 따르면 폭군이 되는데, 지도자는 많은 사람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자리에 있기 때문에 하느님의 뜻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정 추기경은 이 자리에서 4대강에 대한 가톨릭의 반대 정서와는 전혀 다르게 "4대강 개발도 파괴가 안된다는 것이지 발전을 위한 개발은 무난하다"면서 개발 찬성조로 발언했다.

이날 정 추기경의 발언 가운데 공감할 부분도 적지않다. 특히 목적을 위해선 수단을 정당화하며 기독교인들을 싹쓸이한 공산당의 행태는 히틀러의 유대인 싹쓸이에 다름 아니다. 하지만 그는 우리나라 가톨릭의 최고지도자다. 남북이 이성을 잃고 싸우려할 때 개인적 감정을 내세워 싸움을 부추기기보다는 싸움을 말려 평화를 이끌어야하는 어른의 위치에 있다.

두아들이 여순반란사건 당시 공산당원들에 의해 살해됐는데도 살해범을 구명하고 자신의 양아들로 삼아 돌봤던 손양원 목사(1902~1950)와 같은 '성자적 풍모'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또 변호사였던 자신의 아버지가 큰아버지(백병원 설립자 백인제 박사)와 함께 6·25때 북으로 납북돼 생사를 모르는데도 "아버지를 잃은 아픔도 우리 민족이 겪은 수많은 아픔 가운데 하나"라면서 개인적 분노를 넘어서 평생 분단체제 극복과 화해를 일해 앞장서온 '창작과 비평'의 백낙청 박사의 역사적 안목을 기대하는 것도 아니다. 그의 입에서 '평화'를 위한 어른스런 말 한마디를 기대한 것이 잘못이었을까.

그토록 차별없는 세상을 만드는게 예수님의 뜻임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사회적으로 가장 차별받는 동성애에 대한 아무런 인간적 연민 없이 동성애를 '감기'에 비유한 것도 큰 차별이었다.

더구나 이날 인터뷰의 백미는 4대강 문제에 대한 언급이었다. 건축과 토목공사라면 쌍수를 들어 환영할 토목공사 전문가들에게 4대강 문제에 대한 판단을 맡겨야 한다고 했다. 또 정치는 몰라서 말하지않은 자신을 내세우며, 4대강문제는 종교인이 나설 영역이 아니라고 못박기도 했다. 이날 간담회는 자신의 목숨을 걸고 임금들에게 진언한 예언자들에 대해 얘기하는 책 출간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다음은 추기경과 기자들이 한 인터뷰 내용의 전문이다.

- 건강이 잠시 좋지 않았는데 어김없이 올해도 책을 냈다.

"주님의 은총으로 괜찮아졌다. 하루 1시간 반에서 2시간씩 복도에서 걷기 운동을 하는 덕에 건강을 잘 유지하고 있다. 이번 책은 이스라엘 통일국가의 왕 3분, 분열된 후 남쪽 왕 20분, 북쪽왕 19분 등 총 42명의 이스라엘 왕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들은 하느님의 백성을 이끌어야할 하느님의 대리자였지만 하느님 뜻보다는 자신의 뜻을 우선시한 경우가 흔했다. 그럴때 하느님께서 당신 뜻을 직접 전달할 예언자들을 파견했는데 이들은 왕의 귀에 거슬리는 말을 할 수밖에 없어 왕들과 협조하기보다는 대결하는 모습이 많았다. 이런 상황을 정리하면서 하느님 백성을 이끌어야하는 지도자의 자리에 있는 나 스스로를 돌아보려했으나 쓰다보니 참고할만한 분들이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가의 지도자나 기업체, 학교 등에서 많은 사람의 인생을 좌우하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이야기들이다."

- 성경 속의 왕들처럼 현대의 지도자들은 예언자의 목소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나.

"동양에서 황제는 '천자'라고 해서 하늘의 뜻을 받들어 실천하는 사람이었다. 하느님의 뜻은 백성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다. 지도자들도 다 백성들을 위해서 일한다고 한다. 구체적인 실천이 그 말과 같아야 한다. 민심이 곧 천심이라고 했다. 백성의 일치된 소리가 하느님의 뜻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민주주의가 민심을 받드는 제도다. 민심이 프리즘을 거치면서 옳바르게 가지않는 경우도 있다. 민심도 굴절이 되는 수가 있다. 어디서 굴절이 됐는지 올바른 파악을 하는게 올바른 지도자의 자격 요건이다."

- 종교간 갈등이 종종 발생하는데, 갈등 해소를 위해 어떻게 해야하나.

"긴장이 된다. 저도 종교인의 한사람으로. 종교는 영생을 지향하는 것이다. 불교의 극락도 천당도 영원한 세계다. 예수님이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고 했다. 예수님이 길이고, 그 길을 가면 진리에 이르고, 진리를 얻으면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는 것이다. 천주교에선 생명문화를 가장 중요시하는 이유가 생명이 없으면 이 우주가 이유 없어지기 때문이다. 생명이 있어서 세상에 가장 존쥐한 가치를 깨우칠 수도 있다. 진리를 인간에게 있어서 생명 다음으로 소중한 가치다. 진리는 인간에게만 의미가 있따. 진리를 인간이 동물의 수준으로 타락한다. 허위로 일생을 보내는 것은 동물로 사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런 사람이 적지않다. 영향력이 큰 사람이 허위로 살면 어두어지고, 지도자가 허위에 얽매이면 백성들이 불행에 빠진다. 진리의 광명을 흐리게 하는게 인간의 욕망이다. 각자의 욕망이 진리를 흐리게 하는 것이다. 그릇된 욕망을 극복하고 초월하면 왜 영생을 지향하는 종교계에 다툼이 있겠는가. 우리나라는 다행히 종교간 화합이 모범을 보이고 있다. "

-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해주고 싶은 말은.

"인류공동체라는 점을 자각했으면 싶다. 성탄 때 예수님이 만민을 위해 왔는데 소외받는 사람, 장애인, 차별사람들이 없어지는 때가 오는 것이 구세주가 임하는 때가 아니겠는가. 앞으로 오실 구세준느 모든 인간이 다 행복한 그런 세상을 만들 것이다. 예수님은 진리를 가르쳐주러왔다. 이사야 선지자는 사자와 사자에게 잡혀먹는 동물들이 함께 어울려 노는 세상, 이게 평화라고 했다. 차별받는 사람이 없어야한다."

- 지도자에게 필요한 예언자의 말은.

"백성을 행복하게 해야한다. 생존을 보장해줘야한다. 우선 먹고 사는 것, 생명을 보존할 수 있는 물질적인 혜택이 필수적이다. 사람이 살아야돼서 그렇다. 사람이 사람다우려면 진리를 알아야 한다. 진리를 알려주는게 언론매체다. 이를 차단하면 행복할 수 없다. 진리는 자유를 요구한다. 생존, 진리, 자유, 이 세가지의 가치를 가능한대로 실현시켜주는 지도자가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지도자다."

- 연평도 사태로 인해 남북 긴장이 고조되고, 생계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이 나오고 있는데 해주고 싶은 말은.

"생존, 진리, 자유가 필요하다. 그러나 북쪽은 어떤가. 생존과 진리와 자유가 보장되는가. 비관적이다. 지도자는 얼마나 부합되느냐. 백성은 어떤 상황 속에서 살고 있느냐. 북엔 종교의 자유가 없다. 1949년 북에 가톨릭 신자가 5만5천명이 있었다. 오늘날은 몇명인지 알 수 없다. 가톨릭엔 주임신부가 상주하는 본당이 있고, 각 본당엔 신부가 순회 사목을 하는 공소다 5개 정도씩 딸려 있었다. 신자는 본당에 500명, 면소재지에 있는 공소에 100명씩 있어서 한 본당당 1천명의 신자들이 있었다. 그런데 1949년 5월 성직자 수도자들이 일시에 행방불명됐다. 개신교에서도 목사들이 안보이게 됐다. 1980년 적십자를 통해 그 때 성직자 수도자들이 생사를 알려달라고 했다. 대답이 없어 두번을 물었다. 그러나 오늘날까지 대답이 없다. 그 이후 북엔 성직자나 수도자가 한명도 없다. 신자들이 어떻게 사는지 파악할 수 없다. 개신교를 몰래 세례주려고 노력한다. 북은 생존하려 양식을 얻으려 손을 벌린다. 그러면서도 진리를 차단하고 있다. 자유가 없다.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가. 백성의 탓은 아니다. 연평도에서 하느님의 자녀들을 위로해주시도록 기원하고 있다. 시련을 극복하라는 말을 하고 싶다. 선의의 자원봉사자들은 하느님이 보내준 천사들이다."

- 4대강 개발에 대해 가톨릭에서 앞장서 반대하고 있는데, 예언자가 온다면 4대강에 대해 어떻게 말할 것인가.

"주교단이 4대강 사업이 자연을 파괴하고 난개발의 위험을 보인다고 했지 반대한다는 소리는 안했다. 위험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개발하라는 적극적인 의미로도 볼 수 있다. 반대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느님이 지구를 하나만 만들었다. 창세기에 보면 사람이 자연을 이용하고 다스리라고 했다. 이름을 지어준다는 것은 생물을 지배하는 권한을 준 것이다. 지구를 개발해서 활용해라는 것이다. 자연을 100% 보존하는 것과는 다르다. 개발을 하는게 파괴냐, 그것은 같지않다. 사람이 갖고 있는 재물, 지구자원을 활용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후손들도 지구 자원을 활용해나가야하니까 지구환경을 보존하면서 활용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4대강 개발도 발전을 위한 개발은 무난하다. 파괴를 위한 개발은 안된다는 것이다. 그건 자연과학자들이 다르는 문제다. 토목 공사하는 사람들이 전문적으로 다룰 문제지 종교인들의 영역은 아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기계는 발명품이다. 노벨이 화약을 개발할 때 폭탄을 만들라는 뜻으로 만든게 아니다. 모든 발명품은 선용하기 위해서 만든다. 원자력도 성인이 활용하면 좋고,, 악인이 사용하면 지구를 파괴한다. 식칼도 요리사에게 필수도구지만 강도가 가지면 살인도구가 된다. 반대하는 것은 악용할 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4대강 개발은 믿음의 문제지 그 자체가 선이나 악이 아니다. 4대강이 올바로 개발되느냐 안되느냐는 결과를 보고 판단할 수 밖에 없지않느냐. 영산강은 제대로 간다고 하지않느냐. 그게 한가지 결과다.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 결과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

- 추기경님이 대사회적 발언을 자제하는 이유는.

"제가 전문가가 아니다. 정치분야는 정치가들이 밤을 세우고 한다. 그래서 정치문제는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제가 알 수 없으니 말할 수 없는 것이다."

- 사회적으로 동성애에 대한 차별이 문제시되고, 논쟁이 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하느님이 생명을 창조할 때 암수로 만들었다. 암수가 정상이다. 동성애는 정상이 아니다. 감기가 들었다고 모든 국민이 검기에 걸려야하는 것이냐. 정상으로 돌아오도록 해줘야 한다. 하느님의 뜻을 받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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