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발암물질이 암을 막는다..커피의 두 얼굴

조동찬 기자 입력 2013. 9. 7. 14:27 수정 2013. 9. 7.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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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전원교향곡은 어떻게 썼을까?

"나는 아침식사에서 나의 벗을 한 번도 빠트린 적이 없다. 나의 벗인 커피를 빼놓고서는 어떤 것도 좋을 수 없다. 한잔의 커피는 나에게 60가지의 영감을 준다" 루트비하 판 베토벤의 말입니다. 베토벤은 커피 마니아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반신욕을 하면서 베토벤의 6번 교향곡 전원을 틀어놓고 따뜻한 커피를 마시고 있노라면 '정말 이 곡 만큼은 베토벤이 커피를 마시면서 썼겠구나' 하는 걸 실감할 수 있습니다. 커피는 이제 정말 우리에게도 일상이 되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일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2009년 기준 1.93kg입니다. 이를 실제로 커피를 마시고 있는 15세 이상 연령층으로 좁혀서 계산해 보면 하루에 1.4 잔의 커피를 마시는 셈입니다. 저도 원두커피 라지 사이즈를 기준으로 하루에 3잔에서 4잔 정도를 마시고 있습니다.

커피의 집중력과 진통효과

커피는 집중력을 향상시킵니다. 그리고 카페인은 통증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TV 광고에 등장하는 두통약, 생리통약에는 카페인이 섞여 있습니다. 하지만, 예쁜 장미에는 가시가 있기 마련입니다. 카페인은 심장 박동과 혈압을 상승시키기도 합니다. 그래서 일정량 이상의 혈중 카페인 농도가 넘어버리면 사망할 수 있습니다. 물론 치사량의 카페인 농도에 도달하려면 10g의 카페인을 섭취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70잔에서 100잔 정도의 커피를 마셔야 하니까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심장박동과 혈압을 높이는 효과 때문에 커피를 마시면, 안절부절 못하고 어지러운 증세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커피는 만성 위염의 위험인자이기도 합니다. 빈 속에 커피를 마시면 속이 쓰립니다.

"커피는 내 삶의 위대한 원동력이다. 커피의 위대한 효과를 몸으로 느끼고 있다."는 말은 프랑스 소설가 발자크의 하소연 입니다. 커피 마니아였던 그는 속 쓰림으로 꽤나 고생을 했나 봅니다.

발암 물질이 암을 막는다

최근 커피가 이렇게까지나 각광을 받는 건, 커피가 건강식품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인식은 커피의 항암효과, 즉 암을 예방해준다는 연구결과들이 속속 알려지면서부터 입니다. 하지만 커피는현재 WHO, 세계보건기구가 규정한 3단계 발암물질입니다. 커피에는 벤젠, 스타이렌, 포름알데히 등과 같은 유해 발암 물질이 소량이긴 하지만 들어 있습니다. 이런 물질들이 몸 안, 특히 소변이 저장되는 방광에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겁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커피가 방광암같은 암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확실이 말할 근거가 없다는 겁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커피가 암 예방 효과가 있다는 연구들이 훨씬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먼저 하버드 대학이 지난해 12월에 발표한 연구결과를 보면 하루에 커피를 3잔 이상 마신 남성은 커피를 한 잔 이하로 마신 사람보다 전립선암 위험도가 36% 감소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이탈리아 연구팀이 커피와 간암의 관계를 살펴본 16개의 연구결과를 분석했더니 하루에 세 잔 이상 커피를 마시면 간암의 위험도가 평균 40%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뿐만 아니라 여성의 자궁내막암은 25%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 됐습니다. 커피 안에 있는 폴리페놀과 클로로겐산 이라는 항산화 물질 때문입니다. 폴리페놀과 클로로겐산은 암을 억제하는 기능이 있는 게 실험에서 밝혀졌는데, 클로로겐산 같은 경우에는 혈당을 조절하는 기능까지 있어서 당뇨병 환자에게도 도움을 줍니다. 그래서 최근엔 커피가 당뇨병에도 도움을 준다는 연구결과들이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커피는 일찍이 그것도 세계보건기구에서 발암물질로 규정되었으면서도 항암효과가 속속 밝혀지고 있는 두 얼굴을 가진 식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셔야 하나? 끊어야 하나?

커피에 들어 있는 성분은 수천 가지가 넘습니다. 그 성분들에는 발암 물질도 있고 항암 물질도 있어서 커피의 두 얼굴이 만들어진 겁니다. 관건은 '그 종합적인 효과가 과연 어떨 것이냐?'일 겁니다. 최근 미국 국립 암 연구소는 50세 이상 성인 40만 명을 13년간 추적한 아주 막강한 규모의 연구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하루에 커피를 4,5잔 마시는 사람은 커피를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사망률이 12% 낮았습니다. 커피를 마신 사람은 호흡기질환이나 뇌졸중, 감염병에 적게 걸려서 사망률이 낮아졌다는 설명입니다. 이 정도 권위의 이 정도 규모의 연구결라면 커피가 건강에 도움을 주는 식품이라고 단정지어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의외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지금까지 커피가 암을 예방한다는 연구결과들이 속속 등장한 것과는 다르게 이 연구에서는 커피가 암으로 인한 사망률에는 별 영향을 주지 못했습니다. 사실 이 연구에서 커피가 암 사망률까지 낮췄다면 아마 세계보건기구도 커피를 발암물질 항목에서 삭제하지 않았을까하는 예상을 했었는데, 아직 그럴 수 없게 됐습니다.

꼭 기억해야 하는 것

여기서 꼭 기억해야 하는 게 있습니다. 커피가 사망률을 낮추거나 암 위험성을 감소시킨다는 연구들 모두 설탕이나 프림 같은 첨가물은 빼고 커피만 마셨을 때의 얘기입니다. 설탕이나 프림같은 첨가물은 비만을 유발하고 비만은 당뇨병, 고혈압, 뇌혈관 질환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유방암, 대장암의 위험요소입니다.

얼마나 마셔야 할까?

저도 정답을 찾아내지는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아래와 같은 말씀은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카페인에 대한 반응은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한 잔만 마셔도 잠을 못 자는 분들은 간의 카페인 분해 효소가 적거나 천성적으로 카페인에 예민한 탓입니다. 그리고 커피 한잔으로도 생활이 매우 불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잠을 못 자면 자율신경계의 균형이 깨지고 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그렇게 오랜 기간 살다보면 생기지 않아야 할 암도 생길 수 있습니다. 막심한 스트레스를 참아가면서 억지로 커피 드실 이유는 없다는 겁니다. 반면, 커피에 그렇게 예민하지 않다면 기분 좋게 즐기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커피의 항암 효과 연구는 논란이 없는 건 아니지만 많은 연구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고 잇따른 연구에서 커피가 암 위험도를 높인다는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으니까 최소한 손해 볼 건 없습니다.

그리고 커피 마니아에게 반가운 소식이 있습니다. 커피 마니아였던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을 틀어 놓고 반신욕을 하면서 커피를 마시면 좋다는 것과 관련 있습니다. 바로 커피와 반신욕의 만남이 다이어트 효과가 뛰어나다는 국내 연구결과가 최근 발표됐습니다. 커피와 반신욕을 같이 하면 단순히 반신욕만 했을 때보다 지방 분해 효소와 식욕 억제 호르몬 분비가 늘어난다는 게 혈액 검사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하루에 3잔 이상의 커피는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커피가 암 예방 효과가 있다는 연구들에서 하루 커피 3잔과 5잔은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하루에 한, 두잔 정도가 좋습니다.

조동찬 기자 dongchar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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