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째 담임목사 없는 서울 세움교회의 설 연휴 기도제목은? "설교 목사님께 기름값이라도.."

2014. 2. 2.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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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전 서울 도봉구 도봉로. 서울에서 의정부로 이어지는 국철 철길 옆 비좁은 골목으로 들어서자 찬송가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나는 곳은 지은 지 30년은 족히 넘어 보이는 낡은 상가건물. 돌계단과 돌바닥에서 한겨울 한기가 고스란히 올라오고, 벽면에 작은 창 하나만 덩그러니 나 있다. 이곳에 66㎡(20평) 크기의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세움교회의 예배당이 있다.

성도들은 예배 시간 30분전인 오전 10시30분부터 의자에 자리를 잡고 찬송을 불렀다. 주일 예배 때 흔히 볼 수 있는 양복 입은 예배 인도자도, 피아노 반주자도 없었다. 대신 반주기에서 나오는 전자음과 가사를 띄운 강단 앞 모니터만이 성도들의 찬송을 도왔다.

설 연휴 마지막 날 성도 21명이 모여 드리는 예배였지만 결코 초라하지 않았다. 초등학생들을 데리고 나온 부모들은 저마다 집에서 준비해 온 헌금봉투를 자녀들 손에 쥐어주었다. 고사리 같은 손을 모은 어린이들은 "거룩한 복음을 위해 수고하는 목사님과 성도들에게 성령께서 함께해 달라"는 이영애 전도사의 기도에 "아멘"이라고 대답했다. 메시지를 전한 이수찬(39) 목사는 5㎡(1.5평) 남짓한 작은 강단에 구두를 벗고 올라섰다.

지난해 설립 30주년을 맞은 세움교회는 한때 성도 200∼300명이 모이는 교회였다. 하지만 1989년 무렵 내부 갈등이 불거져 교회는 갈라지고 말았다. 이후 세움교회에서 성도 30여명이 매주 예배를 드려 왔지만, 목회자 사례비는 거의 지급할 수 없었다. 2011년 개인사정으로 담임목사가 사임하면서 교회는 결국 2년여를 목회자 없는 교회로 지내야만 했다.

지난해 세움교회 성도들의 기도제목은 '부활절에 아이들에게 세례를 주는 것'이었다. 갓 태어난 아기를 포함해 9명의 유아와 어린이들이 교회에 새로 출석했지만, 목회자가 없어 세례를 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교회의 딱한 사연을 접한 육순종(성북교회) 목사가 기장 총회에 연락했고, 총회 문서선교부에서 사역하고 있던 이수찬 목사가 집례를 위해 교회를 방문했다. 이후 이 목사는 매주일 이곳을 찾아 예배를 인도하고 있다. 물론 사례는 없다.

부활절 세례, 목사님의 설교와 축도라는 기도 응답을 지난해 받은 세움교회 성도들은 올해 새로운 기도제목을 놓고 함께 기도하고 있다. 창립 때부터 교회를 섬겨 온 김평화(69) 장로는 "올해는 목사님에게 기름값이라도 드릴 수 있을 정도로 교회가 안정됐으면 좋겠다"며 "성도들이 하나가 돼 교회가 안정되고, 좋은 담임목사님을 모시고 예배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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