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무대 가진 신인 걸그룹 '베리 굿', "고된 연습생 생활을 이겨내게 한 건.."

배준용 기자 2014. 5. 22.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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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요? 노는 애들이 아니라 독한 애들이 살아 남는 곳이죠!"

'잘 놀면 되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소녀들이 팔짝 뛰었다. "오히려 평범한 친구들보다 아이돌 연습생이 더 놀 시간이 적어요. 연습실에서 계속 붙어 있으니 친구들 잘 못 만나죠. 정말 독하게 노력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곳이에요."

열여섯 막내부터 스무살 맏언니로 구성된 5인조 신인 걸그룹 '베리굿(Berry Good)' 멤버들은 2년 전부터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건물 지하 2층에 있는 5평도 안되는 연습실에서 매일 13시간씩 춤과 노래를 연습하며 구슬땀을 흘려왔다. 이들은 22일 생방송으로 진행된 엠넷(Mnet) '엠카운트다운'에서 출연하면서 꿈에 그리던 데뷔 무대를 밟았다. 이날 부른 노래는 데뷔곡 '러브 레터(Love Letter)'였다.

베리굿 멤버들의 이력은 제각각이다. 막내 고운(16)은 작년까지만 해도 공부 잘하던 모범생이었다. 전교 상위권 성적을 다퉜고 영어 말하기 대회에서 1등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찰 합창단 지휘자를 맡고 있는 할머니를 따라다니며 장기 자랑을 하다 '가수' 쪽으로 진로를 바꿨다.

"웬만한 연예기획사 오디션은 다 봤어요. 몇 번이나 봤는지 셀 수가 없어요." 매번 2차에서 떨어지는 쓴 맛을 본 고운은 설상가상으로 자신을 애지중지하셨던 할아버지의 눈밖에까지 났다. "공부 잘 한다고 이뻐해주셨던 할아버지가 '가수가 되겠다'는 말을 듣고는 한동안 만나주시질 않았어요. 나쁜 애들과 어울려 그렇게 됐다고 생각하신 거죠. ...그래도 어떡해요? 공부보단 춤이랑 노래가 더 좋은데."

하지만 손녀가 데뷔한다는 소식을 들은 뒤로는 할아버지도 요즘 부쩍 연예뉴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했다. "'요즘은 이런 친구들이 잘 나가더라' 하시면서 넌지시 말씀도 해주세요."

4년 전부터 연습생 생활을 시작한 팀 리더 태하(19)도 부모님이 가수의 길을 만류했다. 태하는 피아노를 독학으로 익히고 기타 코드표를 뽑아 줄줄이 외는 등 부모님의 인정을 받기 위해 노력했다. 직장인 밴드 보컬을 자원해 노래 연습 기회를 갖기도 했다. "그렇게 말리시던 엄마, 아빠도 제가 하는 걸 보시더니 결국엔 '그래, 하고 싶으면 해야지 어떡해' 하시면서 허락하셨어요. 지금은 누구보다 더 많이 응원해주시죠."

초등학교 6학년 때 연습생 생활을 시작한 나연(18)은 '베리굿'으로 데뷔하기까지 7년이 걸렸다. "유명 기획사인 JYP 오디션 본선까지 올라갔어요. 그 때 저랑 같이 본선에 진출했던 분들은 벌써 다 데뷔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죠." 당시 나연과 함께 본선에 올랐던 윤두준은 아이돌 '비스트'의 멤버로, 구하라는 인기 걸그룹 '카라'로 활동하고 있다. 나연은 이들을 따라잡기 위해 혹독하게 연습했지만 번번이 '데뷔조'에 포함되지 못했다.

"데뷔하지 못할 거 같다는 불안감에 결국 연습생 생활을 관뒀어요. 그 뒤 6개월 정도 학교에 다녔는데, 같이 본선에 올랐던 친구들을 TV에서 볼 때마다 저도 모르게 승부욕이 불타더라구요. 결국엔 제 발로 다시 연습실에 돌아왔죠." 나연은 그 뒤로도 데뷔를 위해 3년 간 연습생 생활을 더 했다.

다른 멤버도 크게 다르지 않다. 베리굿의 랩퍼인 이라(19)는 중학교 3학년 때 오디션에 합격해 연습생이 됐지만 한 때 연습생을 그만두고 연기 학교에 입학했었다. "말 그대로 '덜컥' 오디션에 붙어서 멋모르고 시작한 거죠. 저희 집이 교육자 집안인데, 언니들이 다 공부를 잘했어요. '돌연변이'라는 말까지 들으면서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는데, 너무 힘이 들어 관뒀습니다. 하지만 춤과 노래가 생각 나 얼마 못가 다시 돌아왔어요."

베리굿의 맏언니인 수빈(20)은 2년 전 다른 걸그룹으로 데뷔했지만, 위문행사와 지역축제를 전전하다 결국 활동을 중단했다. "몸도 힘들지만 무엇보다 멤버들이 계속 바뀌니깐 마음 둘 곳이 없더라구요." 베리굿 멤버들을 만나고 나서야 비로소 수빈은 마음을 다잡았다.

힘든 시간을 거쳐 데뷔했지만 베리굿에겐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다. 나연은 "그룹명인 '베리굿(Berry Good)'은 최선을 다해서 결실을 맺자는 의미"라면서 "보기만 해도 상큼하고 희망찬 그룹, 그냥 보고만 있으면 행복한 느낌이 드는 그런 그룹이 되고 싶다"고 했다.

베리굿의 데뷔곡은 'Love Letter'다. 과거 인기 아이돌이었던 '클릭비'의 노래를 풋풋하고 밝은 소녀의 느낌으로 리메이크했다. 소녀가 좋아하는 소년에게 수줍게 사랑을 고백하는 내용을 담은 가사에 '부끄부끄 댄스', '잼잼 댄스', '쑥쓰 댄스' 등 순수함과 귀여움을 어필할 수 있는 춤을 곁들인 안무를 선보일 예정이다.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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