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자본·욕망.. 도시의 풍경 수묵화로 담았죠

이재유기자 입력 2015. 6. 16. 21:13 수정 2015. 6. 16.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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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화가 장재록 7월 11일까지 'Another Place' 개인전

람보르기니· 마세라티·벤틀리…흔하게는 벤츠·BMW·페라리·포르셰 등 수억 원을 호가하는 명품 수입차들이 캔버스를 가득 채운다. 늘씬하게 빠진 차체 위에 거울처럼 비치는 도시, 그 속엔 남자들의 욕망도 함께 번들거린다. 자동차 회사 카탈로그에 나올 법한 도회적인 이미지지만, 가만 들여다보면 모노톤의 수묵화다. 꼬박 10년째 한국화로서는 파격적인 소재, 낯선 풍경을 다뤄온 장재록(38·사진) 작가의 'Another Landscape' 시리즈다.

"동양화에서는 보통 풍경이나 집을 소재로 하죠. 특히 집은 허물어져 가는 한옥을 찾아다니며 그립니다. 하지만 도시에선 건물이 산이고 차가 풍경이죠. 그 속에서 산업사회 속 한 단면, 자본과 욕망, 인간 군상을 그립니다."

동양화를 전공한 그가 자동차를 소재로 한 것은 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칠 즈음. 전시 준비가 대강 끝나고 재미삼아 시작한 작업이다. 신나게 이틀 밤을 새우며 완성한 작품에 친구들은 '너답다' '새롭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한편으론 '이게 그림이냐'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어쨌거나 어릴 적부터 어머니를 따라 잡아온 붓과 먹, 늘 좋아해 온 자동차는 그에게 잘 맞는 옷이 됐다.

"예전 동양화를 그릴 땐 자꾸 남의 작품을 기웃거리고 눈치를 봤습니다. 하지만 좋아하는 차를 그리면서 열쇠가 풀린 셈이죠. 그렇게 초반 3년 정도 차만 가득 그렸지만, 지난 뉴욕 시리즈에서 보듯 요즘 풍경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모든 산업 자체가 (사람이) 만들어낸 것이지만, 결국 모두 자연·땅에서 나온 거죠. 도시에서 자란 제겐 도회적인 것보다는 자연이 이상향입니다. 물론 제 식의 '산수(山水)'겠지만요.(웃음)" 그런 그가 서울 청담동 헬리오아트스페이스에서 내달 11일까지 여는 개인전 'Another Place'에서는 프랑스 파리를 소재로 한 신작 3점도 선보이고 있다. 연초에 다녀온 루브르 궁의 뜰과 샹들리에를 담은 작품이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벽면에 디지털 프린팅 이미지를 입히고, 파초 화분을 함께 배치하는 등 설치작품의 느낌도 살렸다. 또 오는 11월에는 헬리오아트가 '한국 미술의 근원과 현대작가'라는 주제로 프랑스 파리에서 여는 한불 130주년 수교 기념전시에도 참가한다. 가장 한국적인 조선 민화 80여점과 권용래·이이남·이세현·도윤희 등 국내 작가 5명의 작품을 함께 선보이는 행사다.

"지난해 독일 장인들과 콜라보레이션(협업)하는 전시 컨셉을 한국에서도 시도할 계획입니다. 내년에는 독일에서 2번의 단체전, 이듬해는 개인전도 계획되어 있습니다. 현지에서 전시와 강의, 세미나를 함께 진행하면서 한국 미술을 소개할 생각입니다. 회화를 기본으로 설치·영상 등 다양한 영역을 통해 시각예술의 매력을 살리고, 사회·정치적인 함의도 (관객에) 어렵지 않게 담아내고 싶습니다."

이재유기자 0301@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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