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총학생회장 후보 공약 논란.. "학기 초나 신입생 대상 외부인의 전도 막겠다"
서울대 총학생회장 선거에 단독출마한 후보가 ‘캠퍼스 내 전도 제재’로 읽힐 수 있는 공약을 내걸어 논란이 일고 있다.
18일 서울대 총학생회에 따르면 서울대 제58대 총학생회장 후보 김보미(여·아동가정학 전공)씨는 최근 선거운동 과정에서 학기 초나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외부인의 전도를 제재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러닝메이트인 부총학생회장 김민석(정치외교학부) 후보와 함께 내놓은 김씨의 공약정책 자료집에는 ‘새맞이/학기 초 전도 제재’라는 제목으로 “관악의 전도인이 등장했다! 새내기인은 당황하였다”는 글이 그림과 함께 실렸다. 이어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한 학내 구성원의 전도에 대해서는 “불쾌감을 주는 건 지양하자는 캠페인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학기 초 외부인의 기숙사 전도에 대해서는 “청원경찰과 협력, 기숙사 입주 시기에 무단침입하는 전도인을 제재하겠다”고 공약했다.
김씨 선거운동본부 측은 이날 국민일보와 전화통화에서 “투표기간이기 때문에 외부 언론과 접촉하는 것은 어렵다”며 인터뷰를 거절했다. 이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아니다. 선거가 끝난 후에 다시 연락해 달라”고 밝혔다.
김씨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커밍아웃’(성소수자가 스스로 자신의 성정체성을 드러내는 행위)을 해 주목을 받고 있다. 학생인권조례를 학칙에 반영하기 위해 학생·교사 대표단으로 활동했고 학생·소수자 인권위원회를 발족시켜 운영위원으로 일하는 등 동성애 친화적인 활동을 했다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이번 선거의 슬로건도 ‘다양성을 향한 하나의 움직임’이다.
서울대학교회 석종준 목사는 “지난주 기독동아리 관계자들이 모여 기도제목을 공유했는데, 우리가 먼저 회개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공약이 나온 것 자체가 우리 기독인, 넓게는 한국교회가 거룩함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며 “우리가 예수 사랑을 잘못 전한 게 부메랑처럼 돌아오고 있는 것”이라고 자성했다.
서울대의 한 기독교수는 “그 학생의 말 중에 타당한 것도 있다”면서 “이번 일은 하나님이 전도할 수 있는데 왜 전도를 안하고 있느냐고 우리한테 책망하시는 소리”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대 기독교수와 학생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 부흥을 꿈꾸며 기도를 드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용희 에스더기도운동 대표는 카카오톡을 통해 하루 한 끼 금식기도를 요청하면서 “전국 각 대학마다 올바른 학생회장이 선출돼 하나님을 경외하는 캠퍼스 문화가 세워지게 하소서라고 기도하자”고 권면했다. 서울대 총학생회장 선거 투표는 16일 시작돼 19일까지 진행된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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