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발전 단가가 가장 싸다고? 누가 그래

김학현 2015. 11. 19.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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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뒤안길] 오시마 겐이치의 <비싼 원전 그만 짓고 탈핵으로 안전하자>

[오마이뉴스 김학현 기자]

여보! 많은 국민들이 국가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홍보에 힘입어 원자력 발전이 다른 여타의 발전보다 경제성에서 유리하다고 알고 있소. 또 연료가 깨끗하여 환경 친화적이며, 연료 공급 또한 안정적이고, 고도의 기술을 연마할 수 있어 좋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소.

정말 그럴까요? 그렇다면 더 말할 것 없지 않겠소. 하지만 지난해 2월 국책연구소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의 보고서를 보면, 원전이 만드는 전기를 쓰기 위해 ㎾h당 정부 보조금 2.4원, 위험회피 비용 3.0~203.1원 등의 사회적 비용이 든다고 발표했소.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를 만들기 위해 사업자가 지급하는 사적비용이 ㎾h당 48.8원인데, 여기에 사회적 비용을 더하면 원전의 발전 단가는 ㎾h당 54.2~254.3원에 이르는 것이오. 이 수치는 평균치로 볼 때 에너지경제연구원이 2013년 발표한 석탄 발전 단가(62.3원/㎾h)나 액화천연가스 발전 단가(119.6원/㎾h)를 많이 웃도는 수치요.

원전 발전 단가, 사고비용은 안 따져

 <비싼 원전 그만 짓고 탈핵으로 안전하자>(오시마 겐이치 지음 / 장영배 옮김 / 이매진 펴냄 / 2015. 11 / 240쪽 / 1만 2000 원)
ⓒ 이매진
<한겨레>가 2014년 2월 7일자로 "원전 평균 발전단가 숨은 비용까지 치면 석탄·LNG보다 비싸" 제하에 위와 같은 내용을 보도하자, 한수원은 다음 날 즉각 반박하는 보도 자료를 내고 "현재의 원전단가에도 원자력발전에 필요한 모든 직·간접비용뿐만 아니라 원전해체비용, 사용후핵연료 처분비용 및 중·저준위폐기물 관리비용 등 사후처리비용까지 이미 합리적으로 반영"했다며 ㎾h당 39.52원으로 유연탄의 66.25원, 수력의 180.86원보다 저렴하다고 발표하고 나섰소.
더 나아가 한수원은 "2011년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원전 사고대책비용을 고려하여 원전 발전단가를 산정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이 있으나, 일본을 포함한 어느 나라도 이러한 비용은 미반영 상태"(한수원 누리집 참조)라며 사고대책 비용은 합산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소.

그러나 이런 발상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것이오. 막연한 안전성을 담보로 발전 단가를 계산하고, '안전하고 값싼 전기'라고 선전한다면 '눈감고 아웅'하는 격이지 무엇이겠소.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상황은 전혀 달라졌소. 핵발전소의 사고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로 인류에게 치명상을 입히는 것이오.

여보! 일본이 그렇게 하니 우리나라도 그에 준하여 사고 비용을 안 넣어 환산하고, 그 결과 원전 발전 단가가 가장 경제적이라는 논리는 참으로 우스운 것이오. 오시마 겐이치는 <비싼 원전 그만 짓고 탈핵으로 안전하자>에서 직접 비용 말고 여러 비용이 들어간다고 말하고 있소.

▲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원전 주변에 말로 다할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 ▲ 천문학적인 손해배상 액을 비용에 넣고 ▲ 원자력 발전에 들어가는 정부의 부담액도 넣어야 한다.

사고비용은 물론 개발비용까지... 원전이 비싸

전기를 만드는 데 드는 단순 비용 즉 발전 원가(발전소 건설비, 연료비, 운전 유지비 등)만 따지면 원자력 발전이 가장 싸다는 것은 사실이오. 하지만 다른 발전에 비교될 수 없는 천문학적 비용이 다른 데(개발비용, 사고대책 비용) 들어간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오. 책에서는 일본의 경우를 들고 있지만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 없소.

"1970~2010년 사이에 원자력은 기술 개발 비용으로 ㎾h당 1.46엔, 입지 대책 비용으로 0.26엔이 들어갔다. 반면 화력은 각각 0.01엔과 0.03엔, 수력은 각각 0.08엔과 0.02엔에 지나지 않는다. 바꿔 말하면 원자력은 화력에 견줘 43배, 수력에 견줘 17배의 정책 비용이 들어갔다. 원자력은 다른 전원에 견줘 특별 우대 조치를 계속 받아온 셈이다."- <비싼 원전 그만 짓고 탈핵으로 안전하자> 124쪽

친환경이다, 비용이 싸다, 연료공급이 쉽다, 고도의 기술 발전이 이뤄진다 등등. 원자력 발전은 장점들만 부각되면서 정부도 적극 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소. 40%의 전기를 원전에서 공급한다는 원대한(?) 목표 아래 노후 원전을 수명 연장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원전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소.

여보! 영덕에 발전소 건설을 둘러싼 국민 갈등은 정부의 이런 대책이 빚어낸 참상이라고 할 수 있다오. 지난 11일, 영덕핵발전소 유치찬반 주민투표관리위원회는 원전 유치 신청을 둘러싼 주민 투표를 실시했소. 정부·한수원·선거관리위원회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60.3%의 주민이 찬반투표에 참여하여, 91.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핵발전소 건설을 반대하고 있소.

이에 앞서 2014년 강원도 삼척은 주민 투표를 통해 84.97%가 원전 유치에 반대했소. '가장 안전하고, 가장 값싼 원자력 발전'이라는 정부의 홍보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은 원전의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기 때문이오. 그런데도 위험 비용을 쏙 빼고 '가장 값싼 원전 발전 단가'라는 말을 입에 올리는 것은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나 다름이 없소.

한수원이 누리집에서 원전 발전 단가에 사고 비용을 포함하지 않은 것에 대하여 "일본을 포함한 어느 나라도 이러한 비용은 미반영 상태"라고 변명하고 있어도 국민은 그런 비용 산정에 동의하지 않고 있소. 독일과 스위스는 이미 사업자에 무한책임을 부과하면서 일본이나 우리나라처럼 정부가 지원은 하지 않고 있소.

여보! 일본의 경우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안일한 사고 대처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소. 사고에 관련된 비용, 즉 손해배상 비용, 사고수습과 폐로 비용, 완상 회복 비용 등에 대한 산정기준과 배상책임을 두고 빚어지는 문제점들이오.

한수원의 말처럼, '일본이 사고 비용을 발전 단가에 넣지 않으니 우리도 안 넣는다'는 식의 안일한 대처는 만약에 사고가 일어나면 일본과 똑같은 혼란을 야기할 것이고, 핵 발전을 둘러싼 지금의 문제가 갈등 차원이라면, 그때는 국가 존폐위기에 처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하지 않겠소.

우리의 원전 정책에서 최상의 정책은 있는 원전은 단계적으로 폐하고, 새로운 원전 건설 계획은 백지화함으로 가능하오.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가능한 일이오.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길만이 유일한 원전 대책이라고 말할 수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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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뒤안길은 뒤쪽으로 나 있는 오롯한 오솔길입니다.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생각의 오솔길을 걷고 싶습니다. 함께 걸어 보지 않으시겠어요. 이 글에서 말하는 ‘여보’는 제 아내만이 아닙니다. ‘너’요 ‘나’요 ‘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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