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강, 해외서 다시 '한국문학'의 물결

심혜리 기자 입력 2016. 2. 16.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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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소설가 한강(46)이 최근 영·미권에서의 번역·출간을 계기로 현지 평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인간의 폭력을 성찰한 주제의식과 문학적 번역이 만나 “도발적인 문학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해외에서의 ‘한국 문학’ 재조명을 이끄는 분위기다. 출판계는 한강이 신경숙에 이어 해외 독자층을 형성하는 차기 주자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창비 제공

미국 뉴욕타임스와 영국 가디언, 파이낸셜타임스 등 영·미권의 주류 언론과 출판계 저널들은 올해 초부터 한강 작가를 대대적으로 다뤘다. 최근 그의 장편소설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가 번역 출간된 것이 계기였지만 단순 소개에 그치지 않고 상당한 분량과 공을 들여 호평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3일 호가드에서 번역돼 나온 그의 작품 <채식주의자>를 알리며 “영어권 독자들에게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한강 작가가 앞으로 미국 문학계에 파문을 일으키면서도 독자들과 공명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세계 출판계의 ‘글로벌 전광판’ 역할을 하는 미국 평단과 문단에서의 반응은 일단 성공적이다. 기사는 로렌 그라프, 헬렌 오이예미, 아이미어 맥브라이드 등 미국의 소설가들이 그의 작품에 매료됐다고 전했다. 맥브라이드는 “폭력적인 이야기가 서정적인 문장과 만났다”고 평가했다.

퍼블리셔스 위클리 등 미국의 출판 저널에서도 <채식주의자>를 ‘2016년 봄 가장 기대되는 소설’ 중 한 권으로 뽑았다.

영국 가디언도 지난 6일 한 면에 걸쳐 한강 작가를 인터뷰했다. 지난달 포토벨로에서 번역된 <소년이 온다>를 소개하며 “역사와 인간의 본질을 다룬 소설로 충격적이고 도발적인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언론의 호평은 ‘시장’에도 이어질 분위기다. 출판계 관계자는 “아마존 서평을 보면 독자들의 반응도 좋다. 내주쯤 베스트셀러 수위권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2011년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가 해외시장에서 이례적인 성공을 거둔 후 한동안 침체기에 빠졌던 한국문학이 한강의 작품으로 재조명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신경숙의 작품에 이어 한강의 작품을 해외에 소개한 KL매니지먼트 이구용 대표는 “유럽에서 <채식주의자>에 대해 문학적으로나 상업적으로 좋은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며 “18개 나라와 판권을 계약했다”고 말했다.

한강 작가의 해외 조명은 작품성과 완성도 높은 번역, 현지 마케팅 등에 힘입었다는 분석이다. 한강 작가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젊은 영국인 번역가인 데보라 스미스의 문학적인 번역 덕”이라며 “인간이 고민할 수 있는 ‘폭력’이라는 보편적 문제를 다루기 때문인 것 같다”고 자평했다.

한강 작가의 해외 진출이 위축됐던 국내 ‘문학’ 시장에 자극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를 출간한 창비의 염종선 편집이사는 “한강 작가의 번역본이 해외에서 호평을 받은 후 국내 주간 판매부수가 10배 정도 상승했다”며 “한강의 작품을 잘 몰랐던 국내 독자들이 해외의 소식을 들으며 역으로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연세대 국문과 정과리 교수는 “1987년 이후 개인의 감성에 천착해 온 문학의 경향이 최근 매너리즘에 빠지며 국내 문학도 침체됐다”며 “이후 더 큰 주제와 결합하려는 문학의 여러 움직임 중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그 마일스톤이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정 교수는 “탐미주의적 이야기와 욕망에 대한 거부라는 주제를 포개놓은 이 작품은 해외에서 한국문학의 가능성을 열었다고 볼 수 있다”고도 말했다.

<심혜리 기자 gra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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