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들 목소리 강해졌다..악스트-듀나 인터뷰 사태 본질은

권영미 기자 2016. 3. 4.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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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스트와 듀나 팬 사이의 불협화음을 일으킨 문제의 인터뷰가 실린 악스트 1,2월호 © News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SF소설 독자와 순문학 잡지 사이의 대결 양상으로까지 번진 소위 ''악스트'(Axt)의 듀나 인터뷰 사태'에 대해 두 달만에 사건 당사자인 격월 소설전문 잡지 악스트의 편집부가 공식사과했다.

악스트 편집부는 4일 발간된 악스트 3, 4월호 편집후기인 'outro'에서 사과의 말을 전했고 아울러 듀나의 인터뷰가 실렸던 문제의 악스트 1, 2월호에 대한 SF작가 김보영의 서평을 통해서도 재차 '존중없었던 인터뷰'에 대한 반성의 뜻을 보였다.

악스트는 "악스트 4호 듀나 인터뷰에서의 질문들을 떠올린다. (중략)본질을 놓치고 자신의 방향과 목적만을 탐색하던 아둔한 그 모습 말이다. 그건 ‘듀나’라는 작가에 대한 근원적인 몰이해에서 기원했다"고 썼다.

이어 "인터뷰로 인해 야기된 논란들을 마주하며 책임자로서 깊은 반성과 많은 자책을 했다. (중략)지면을 통해 말할 수밖에 없어 시기를 놓치고 늦었지만, 듀나 작가님과 한국 SF팬들을 비롯한 독자에게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한편 SF작가인 김보영 작가의 악스트 1, 2월호에 대한 서평인 '악스트(Axt) 4호 듀나 인터뷰에서 드러난 타자화에 대하여'는 "인터뷰어들이 듀나를 철저한 '타자'로 본 데 대한 분노가 사태의 본질"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누군가가 익명을 고수한다면 존중하고 신상을 밝히고 싶지 않다면, 그가 SF를 쓴다면, 그것이 당신의 생각과 다르다면 존중하라"며 악스트의 듀나 인터뷰에서 결핍됐던 상대에 대한 '존중'을 따끔하게 꼬집었다.

◇'악스트'(Axt)의 듀나 인터뷰 사태'는 무엇

사건은 악스트가 지난 1.2월호에서 SF소설계의 중견작가인 '듀나'를 인터뷰한 데서 시작됐다. 듀나는 익명으로 20년 이상 SF와 영화 비평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다. 악스트는 주로 20~30대의 젊은 층을 독자로 두고 있는 소설전문 문예지로 지난해 창간된 후 참신하고 독립적인 시각으로 문단의 화제를 주도해왔다.

천명관, 박민규, 공지영 등을 인터뷰해온 악스트는 장르소설에 대한 이해를 넓히려는 의도하에 SF소설계의 인기작가인 듀나를 인터뷰했다. 하지만 순문학 소설가들인 편집위원 백가흠, 배수아, 정용준 등은 익명으로 활동해온 듀나의 특징에 대한 과도한 질문, 장르문학에 대한 몰이해로 인한 '장님 코끼리 만지는 식'의 표피적인 질문을 던졌다. 아울러 이들은 인터뷰에서 듀나의 작품 한편도 언급하지 않았다.

악스트 1,2월호가 배포된 후 듀나의 팬을 중심으로 인터넷 상 대대적인 비판의 여론이 형성됐다. 트위터에선 "지구인이 외계인과 퍼스트콘택트를 하는 것을 보는 듯했다" "유신론자가 무신론자를 보는 공포감과 닮아 있다" "여자와 한 번도 못 만나본 남자가 가상의 여자를 상상하는 것 같았다"라는의견들이 올라왔고 백가흠 소설가에 대해서는 인신공격성 의견들이 줄을 이었다.

그 와중에 1인 SF웹진인 '알트SF'가 백가흠 소설가에 대한 강력한 비난과 인터뷰 내용에 대한 긴 인용을 담은 글을 올렸다. 은행나무 출판사는 '과도한 양의 인용이 저작권 침해'라며 법적 제재를 암시하는 메일을 알트 SF에 보냈고 알트 SF가 휴간을 선언하면서 반발해 논란은 '표현의 자유' 영역으로까지 확대됐다.

여기에 인기 소설가 장강명 씨가 악스트를 옹호하는 글을 한 매체에 발표하면서 사태는 더욱 복잡해졌다. 장강명 소설가는 "SF 독자로서 악스트 4호를 둘러싼 논란을 보고 있기가 너무 괴로워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면서 '악스트가 과도한 비난을 받고 있으며 이같은 사태는 SF가 다른 문학과 융합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장강명은 '인터뷰가 무례했던 면이 있는 것으로 느껴지지만 ‘소설가와 소설가의 대화’라는 자의식이 강한 인터뷰 스타일로 볼 수 있고 악스트가 듀나나 SF팬을 모욕하려는 의도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아울러 그는 "지금 출판계, 문학계 사람들은 ‘역시 SF는 건드리면 안 될 물건이다, 한국 SF 작가 인터뷰는 가급적 하지 말자’고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그런 역풍에 미약하나마 맞서고 싶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장강명의 글은 사태를 진화시키지 못하고 다시 SF팬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악스트의 듀나 인터뷰에 대한 트위터 반응. 악스트가 3,4월호에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한 후에도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트위터 캡처)

◇장르문학 대 순문학 대결? 더 세진 독자의 힘?

두달에 걸친 이번 논란은 SF소설 팬, 인터뷰를 실시한 백가흠 등의 소설가, 장강명 소설가, 악스트 발간사인 출판사 은행나무 등 이 논란에 연관된 모든 이들에게 생채기를 남겼다.

이 사태가 일어나게 된 이유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중견 소설가는 "한국문학에서 완충역할을 할 대중문학이 사라져서 순문학과 장르문학의 맞부딪치게 된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소설을 읽는 독자들의 주류는 대중문학 향유자들이고 이중 일부가 순문학, 또 다른 일부가 장르문학을 읽는 것이 바람직한데 지금 한국문학엔 베르나르 베르베르나 히가시노 게이고 같은 대중문학 작가와 작품이 없다. 이런 이유로 각각 문학의 양 극단을 형성하는 순문학과 장르문학이 충돌하면서 그 파괴음이 컸던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홍식 SF판타지도서관장은 "작가들은 자신의 이야기만을 하는 경향이 있는데 작가가 작가를 인터뷰하도록 한 것이 기본적으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존에 악스트가 했던 인터뷰들도 인터뷰어들이 자기들 얘기를 하는 건 마찬가지였지만 색깔이 비슷했기 때문에 충돌이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가 된 이번 인터뷰는 전혀 생소한 SF소설 작가를 다룸으로써 서로 다른말 하는 것이 두드러져 보였다"고 설명했다.

또한 전 관장은 "이 인터뷰를 진행한 작가들은 장르문학에 대해 '허황되다' '어렵다' 등의 부정적인 인식을 보였다. 이는 일반대중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고도 했다. 이어 "판타지 등의 다른 장르문학과는 달리 SF는 강한 팬덤과 독특한 영역의식이 있다. 그런데 악스트 인터뷰에서 이런 부정적인 인식이 확인되자 강한 반발이 일어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이번 사태의 긍정적인 측면에 착안했다. 그는 "최근 신경숙 표절사태에서 독자는 배제되고 문학인들만 논란을 벌였는데 이번 악스트-듀나 사태에서는 독자를 중심으로 한 논란이 벌어졌다"면서 "누가 잘못했고 잘했고를 떠나서 공공의 장에서 활발한 논란이 일어난 점은 고무적이다. 기존 (순문학) 문단보다 훨씬 건강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문학권력이 해체되고 교체되는 과정에서 누가 문학의 흐름을 주도하게 될 지의 한 사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ungaung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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