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일본군 찬양 드라마가 방송된다면.." 베트남서 '태양의 후예' 방영 논란

2016. 3. 30.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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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방영 앞두고 베트남 기자 반대글
“한국군, 민간인 학살…방송땐 오욕”
게시 3일만에 9만건 공유되며 시끌

드라마 <태양의 후예>

인기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베트남 방영을 앞두고 현지 기자가 ‘(과거 베트남 민간인을 학살했던) 한국군을 홍보하는 드라마가 방영되는 것은 오욕’이라는 취지로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사흘 만에 9만건 가까이 공유되는 등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베트남의 일간지 <뚜오이째>의 쩐꽝티 기자는 지난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태양의 후예>의 베트남 방영 소식을 알리며 “누가 한국이나 중국의 방송에서 일본군을 찬양하는 드라마가 방영되는 것을 생각이나 하겠는가”라는 글을 남겼다.

티 기자는 한국군이 베트남전에 독립된 지휘권을 지니고 참전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설령 한국군이 베트남에 동맹국의 자격으로 왔더라도 민간인 학살은 부끄러운 일이며 전세계 어떤 군대의 경우라도 그것은 죄악”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언젠가 베트남 방송에 한국군의 이미지를 홍보하는 드라마가 방영된다면 ‘오욕!’이라는 글자 외에는 달리 표현할 말이 없을 것”이라는 말로 글을 마무리했다.

이 글은 게시된 지 사흘 만인 30일 현재 8만7000여건이 공유됐다. 이 게시물에는 “알려줘서 감사하다”는 취지의 댓글과 함께 “오락은 오락일 뿐”이라며 이의를 제기하는 댓글도 더러 달렸다.

30일 <한겨레>와의 전자우편 인터뷰에서 쩐꽝티 기자는 “베트남 가수들이 한국군 복장을 하고 찍은 사진을 본 팬들이 사진을 내리라고 항의하는 일도 있었다”며 “제 글에 대한 베트남 젊은이들의 반응이 저를 놀라게 했다”고 전했다. <태양의 후예>는 국내 방송이 종영된 뒤 베트남에서 정식 방영될 예정이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다음은 쩐꽝티 기자와의 이메일 인터뷰 전문.

-태양의 후예 방영과 관련해 페이스북에 쓴 글이 9만건 가까이 공유되며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는데 어떤 의미라고 생각하나. 공감하는 사람이 많아서라고 보는지 아니면 다른 뜻이 있다고 보는지.

 “이번 글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 중에서도 특히 정말 많은 베트남 젊은이들의 반응이 저를 놀라게 했습니다. 아마도 제가 드라마를 비난하는 태도가 아닌 역사적 의식을 불러일으키는 방법으로 소통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보다 쉽게 제 글을 받아들인 것 같습니다. 게다가 제가 그동안 그들이 몰랐던 역사적 자료들을 알려주었기 때문에 많이 놀랐던 것 같습니다. 저에게 공감해준 수많은 분들이 저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습니다. 제 글 덕분에 드라마 태양의 후예 현상에 대해 더 깊이있게 이해할 수 있었다는 내용의 수많은 감사 메시지가 이어졌습니다. 제가 드라마를 정치화시킨다, 오락은 오락일뿐이라며 저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일부 욕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로부터 유발된 여러 논쟁들과 비교하면 그런 비난들은 별로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글이 널리 알려지면서 베트남 각계의 반응이 궁금하다. 다른 언론, 정부, 일반 국민들까지.. 인상 깊은 반응이 있다면 알려달라.

 “제 글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현재까지 온라인상에서만 폭발적입니다. 제 글과 관련하여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이야기해보면, 제가 이번 글을 올리면서 베트남 가수들이 자신들의 사진에 한국군의 복장을 포토샵한 사진을 올렸습니다. 저는 그들을 비난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이 문제를 다시금 생각해보자는 차원의 의미였습니다. 그 가수들을 옹호하고 싶어한 다른 동료 가수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태양의 후예의 한국군 복장을 포토샵한 사진을 계속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그러자 팬들의 반응이 정말 거셌는데 의식이 없어 보이는 행동이니 당장 사진을 내리라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제기한 문제가 베트남 사회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끼쳤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봅니다. 그러나 베트남 사회의 일반적인 관점이 어떠냐는 문제에 있어서 베트남 방송이 이 드라마를 방영하는 것은 제가 기대하는 바가 아닙니다. 저는 이번 일을 계기로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의 참전이란 과거 역사에 대한 베트남 사회의 의식 수준을 가늠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태양의 후예는 현재 한국에서도 굉장히 인기 있는 드라마다. 한국에서도 쩐꽝티 기자가 쓴 글이 점점 알려질텐데, 과거 한국군의 베트남전 참전 등과 관련해 한국인들한테도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드린다.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의 참전과 관련하여 말씀드리면, 우선 어떤 병사든 자신의 나라에 충성을 다 바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전쟁은 평범한 사람들이 설명할 수 없는 어둡고 불명확한 부분이 있습니다. 20세기 아시아의 역사 속에서 일본, 한국, 중국, 베트남의 관계를 생각해보면, 저는 약자가 강자의 희생자가 된 역사였다고 봅니다. 그러나 그 약자가 강해지면 과거에 자신들이 희생자로서 당했던 것을 다른 약자들에게 되풀이합니다. 이것은 일본과 한국, 한국과 베트남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만약 오늘날 우리 현대인이 과거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할 경우 나타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쟁 당시 한국군에게 학살 당한 베트남 민간인들이 텔레비전에서 한국군의 모습을 보게 된다면 그들은 다시 한번 통곡의 눈물을 쏟을 것입니다. 원통한 영혼들이 평온을 되찾고 환생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잘못에 대한 한국의 인정과 참회, 그리고 사죄의 말이 필요합니다. 그래야만 살아남은 사람들이 과거의 상처를 덮어둘 수 있고 우애와 인류애를 바탕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메일 번역 권현우 한-베평화재단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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