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OA 소속사, 이번엔 '안중근' 금지어 설정 시끌

2016. 5. 18.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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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역사인식 논란 사과하던 컴백무대때
네이버 생중계 채팅방선 언급 차단
누리꾼들 “한 나라의 위인을…” 비판

AOA. 에프엔씨 제공

걸그룹 AOA 설현과 지민이 지난 16일 ‘안중근 발언’ 논란에 대해 쇼케이스에서 눈물을 흘리며 사과한 가운데, 정작 이 쇼케이스를 생중계한 네이버 V앱 채팅방에선 ‘안중근 의사’를 금칙어로 설정했던 것으로 드러나 사과의 진정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선 특히 이날 AOA 소속사인 에프엔씨가 홍콩에서 기업투자 설명회를 벌인 점과 연관시켜, 소속사가 투자확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차단하기 위해 제대로 된 사과보다는 ‘안중근 의사’ 논란 확산을 막는 데만 신경을 쓰다보니 벌어진 사고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6일 오후 3시 서울 광진구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이뤄진 에이오에이(AOA)의 컴백 무대는 눈물로 가득했다. 지민은 쇼케이스가 열리자마자 마이크를 잡고 “컴백 전에 좋지 않은 일로 많은 분께 실망시켜 드려서 죄송합니다. 최선을 다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라고 했고, 설현은 마지막 인사 자리에서 “앞으로 더 신중한 모습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열심히 하도록 하겠습니다”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최근 케이블 채널 <온스타일>의 ‘채널 AOA’에 출연해 역사 퀴즈를 맞힐 당시 안중근 의사 사진을 보고 “긴도깡”이라고 말하고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핸드폰으로 검색하는 등의 행동을 보여 역사 인식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은 데 대해 사과한 것이다.

AOA가 서울 광진구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열린 네 번째 미니앨범 <굿럭> 쇼케이스에서 춤을 추고 있다. 에프엔씨 제공

하지만, 같은 시각 네이버 브이앱을 통해 생중계된 ‘AOA 굿럭 럭키가드 쇼케이스 채팅방’에선 ‘안중근’ 또는 ‘안중근 의사’라고 입력할 경우 경고창이 뜨게끔 금칙어가 설정됐던 사실이 드러났다. 이 경고창에는 “작성하신 내용 중 사용이 제한된 문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수정 후 다시 등록해 주세요”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대해 네이버 쪽은 “원래 댓글 비속어, 욕설, 금칙어 등의 필터 기능이 있다. 브이앱 라이브 채팅 서비스에서는 셀러브러티들이 무방비로 당하게 된다. 그래서 금칙어를 추가할 수 있는 기능도 서비스에 넣게 되었다. 이번에 브이앱 방송 전 네이버 쪽과 소속사 쪽에서 합의하에 ‘안중근’을 금칙어로 추가했다”고 말했다. 네이버 쪽은 “이번처럼 금칙어를 추가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운영상의 실수다. 이번 사례를 통해 또 한 번 배웠다. 앞으로 가이드라인을 토론해나갈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많은 네티즌들은 “한 나라의 위인을 금지어로 정하는 것은 잘못된 것 같다”, “사과하지 않았나? 금지어 까지는 오버인듯”, “사과 받을 만한 일은 아니지만 금지어까지 설정할일도 아닌것 같네요” 등의 지적을 쏟아냈다. 한쪽에선 눈물을 흘리면서 사과하고서는, 한쪽에선 ‘악플 방지’라는 명분 아래 ‘안중근’이라는 이름을 금칙어로 설정하는 모순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부에선 같은 시각 AOA 소속사인 에프엔씨가 홍콩에서 투자설명회를 연 점을 들어, 에프엔씨 쪽이 투자설명회에 맞춰 간판 걸그룹인 AOA의 컴백 무대를 마련하면서 동시에 투자설명회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논란의 확산을 막으려다 보니 금칙어 설정 같은 무리한 대응을 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에프엔씨 쪽은 “기업설명회는 1년내내 상시적으로 열리는 것으로, 소속가수의 컴백 일정을 맞췄다는 건 명백한 오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금칙어 설정 등 사과의 진정성에 의혹을 불러일으킨 대응 방식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

AOA가 서울 광진구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열린 네 번째 미니앨범 <굿럭> 쇼케이스에서 춤을 추고 있다. 에프엔씨 제공

소속사에 대한 비판과 별개로 AOA에 대한 비난이 지나치게 과열양상을 빚고 있다는 진단도 한쪽에선 나온다. 김윤하 음악평론가는 “이번 사태는 자극적인 키워드들이 결합하면서 파급력을 지니게 된 경우로 과열양상이 경계된다”며 “설현이 아니었다면 이것보다는 덜 이슈가 됐을 것이다. 이번 일은 역사 인식의 문제라기보다는 아이콘이 소비되는 방식의 문제라는 데 초점을 두고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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