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해서.. 차라리 직접 만들어 쓴다

2016. 5. 24.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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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에 부는 '천연제품' 열풍
#1. “앗, 또 여기에 흘리면 어떡해!” 반려견 몽이를 키우는 정고은(31)씨는 요즘 고민이 많다. 강아지가 뛰어다니다 주스가 담긴 컵을 쏟거나, 가끔 침대 위에 올라가 오줌을 눌 때마다 쓰던 탈취제가 안전한지 의심이 들기 때문이다. 최근 P&G가 제조한 ‘페브리즈’마저 유해성 논란에 휩싸이면서 정씨는 인터넷 등을 통해 화학 제품 대신 어떤 제품을 써야 하는지 알아보는 중이다.

#2. 지난 주말 이정은(29·여)씨는 서울 양재역 근처의 꽃시장을 방문했다. 로즈메리 등 허브(herb)류 화분을 구입하기 위해서다. 집안 곳곳에 방향제를 놓을 정도로 ‘향’ 마니아였던 이씨는 화학제품에 대한 위해성 논란이 커지자 아예 화분을 집 안에 들여놓기로 결정했다.

‘안방의 세월호 참사’라는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이후 이전과 같이 화학제품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없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 중에는 차라리 화학제품을 아예 쓰지 않고 직접 만들어서 쓰자는 ‘노 케미(No-chemi)’족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온라인 쇼핑사이트 G마켓에 따르면 지난달 15일부터 한 달간 천연 세정제로 사용되는 베이킹소다·구연산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증가했고 식초 판매는 69% 늘었다. 습기 제거 효과가 있는 통 숯과 천연 제습제로 사용되는 염화칼슘도 각각 25%, 16% 증가했다. 소금도 먼지와 습기를 빨아들이는 효과가 있다고 소문이 나자 판매량이 64%나 늘었고, 천연 주방세제로 활용할 수 있는 밀가루 역시 18%가 늘었다. 

노케미족들은 이같이 구입한 베이킹소다·과탄산소다·구연산 ‘3총사’만 있으면 집에서 쓰는 웬만한 화학세제도 부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베이킹소다는 유해한 산성물질을 알칼리성 성분으로 중화시키는 천연 미네랄 물질이다. 빵, 과자가 부풀어 오르게 만드는 식품 첨가물이기도 하다. 또한 기름때 등을 벗겨내는 연마 기능, 각종 불쾌한 냄새를 중화시키는 탈취 기능, 산성과 알칼리 비율의 균형을 맞춰주는 중화 기능을 가지고 있다. 또한 천연 성분이기 때문에 많이 사용하더라도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는 ‘착한 세제’이기도 하다.

구연산 역시 식초와 유사한 역할을 하는 천연재료다. 귤이나 레몬 등에 들어있는 염기성 결정체다. 이 때문에 구연산 속에는 산성 성분이 포함돼 있는데, 벌레 물렸을 때, 피부에 염증이 생겼을 때 사용하면 진정 효과를 볼 수 있다.

과탄산소다는 물과 만나 산소를 발생시켜 얼룩을 분해, 제거하는 작용을 한다. ‘락스’와 같은 염소계 표백제와는 다른 성질이다. 화학적 잔여물이 전혀 남지 않아 아기를 둔 엄마들에게 선호도가 높다. 이 과탄산소다는 오래 입거나 찌든 때가 남은 의류나 행주, 걸레 등을 표백·세척할 때 유용하다.

예를 들어 가스레인지 주변의 끈적거리는 기름때를 제거하고 싶으면 베이킹소다 가루를 골고루 뿌린 뒤 철수세미 등으로 문지르면 간단하게 지울 수 있다. 남은 흔적은 구연산으로 만든 구연산수를 뿌리고 닦아주면 해결된다.

개수대나 세면대에 낀 하얀 때 역시 천연 세제만 있으면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적당한 농도의 구연산수를 뿌리고 20∼30분 기다린 뒤 수세미나 칫솔 등으로 문지르면 간단히 없앨 수 있다. 담배나 생선 구운 냄새도 구연산을 사용하면 금세 사라지는 효과가 있다. 숯 역시 천연 제습제인 동시에 악취를 없애는 용도로도 쓸 수 있다. 냉장고 안이나 분리수거함 옆 등에 두고 지내면 일상에서 접하는 악취를 제거할 수 있다. 커피를 내리고 남은 원두 찌꺼기 역시 숯 못지않은 제습제 겸 방향제 역할을 한다. 망사 주머니나 스타킹에 담아 신발장, 옷장, 화장실 등에 두면 냄새와 함께 습기까지 제거해준다. 

천연 재료를 구입해 직접 세정제를 만들어 쓰는 사람 중에는 화학성분이 담긴 방향제, 화장품 등 몸에 직접 닿는 제품도 함부로 못 쓰겠다며 천연 화장품 등으로 눈을 돌리기도 한다. 특히 여름철, 땀과 자외선으로 피부가 상하기 쉽기 때문에 피부에 조금이라도 부담을 덜고자 천연제품을 쓰기도 한다.

천연화장품 마니아들은 샌들 착용으로 맨발을 드러내는 일이 많은 여성들에게 레몬으로 만든 천연 각질제거제를 제안한다. 여름철, 하얗게 일어난 각질은 골치다. 이럴 때에는 베이킹소다 2∼3큰술에 굵은 소금 1큰술, 레몬 오일 3∼4방울을 따뜻한 물에 섞은 물에 10분간 발을 담가 놓는다. 발바닥과 뒷금치를 각질 제거용 도구를 이용해 각질을 제거하면 일반 시판 스크럽 제품 못지않은 효과를 볼 수 있다.

김민순 기자 s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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