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찾은 해외 전문가의 조언 "미국판 꽃할배 성공 땐 세계가 한국 주목할 것"

이후남 입력 2016. 6. 6. 00:11 수정 2016. 6. 7.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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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방송포맷, 중국서 잘 나가지만글로벌서 통할 콘텐트 고민해야"
미국 NBC에서 오는 8월 23일 방송을 시작할 ‘베터 레이트 댄 네버’. 할아버지 스타들이 배낭여행을 떠나 큰 인기를 모은 tvN 예능 프로 ‘꽃보다 할배’의 포맷을 바탕으로 미국 스타들이 출연한다. [사진 각 방송사]
tvN 예능 프로 ‘꽃보다 할배’. [사진 각 방송사]
중국에서 큰 성공을 거둔 ‘달려라 형제’. 2014년 1시즌 이후 현재 4시즌까지 이어지고 있다. SBS 예능 프로 ‘런닝맨’의 포맷을 바탕으로 중국 저장위성TV와 SBS가 공동 제작했다. [사진 각 방송사]
SBS 예능 프로 ‘런닝맨’. [사진 각 방송사]

일반인들이 제과제빵 솜씨를 겨루는 ‘그레이트 브리티시 베이크 오프’는 요즘 영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TV 프로다. 지난해 가을 방송한 6시즌 최종회는 1300만 명이 넘게 시청, 2014 브라질 월드컵 최종전 이후 영국 최고의 시청 기록을 세웠다. 흔히 ‘베이크 오프(Bake Off)’로 불리는 이 프로는 포맷을 수출, 호주·독일·브라질·미국 등 약 20개국에서 현지판이 방송됐다. 언뜻 요리 경연의 아류인 듯 싶지만 BBC가 그 자매격으로 내놓은 프로를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바느질 솜씨를 겨루는 ‘그레이트 브리티시 소잉 비’다. ‘소잉 비(Sewing Bee)’로 불리는 이 포맷도 유럽 6개국에 현지판이 방송됐다.

글로벌 포맷 전문가 개리 카터는 “요리에 이어 제빵·바느질·도예 등 공예에 기반한 ‘만들기’ 프로는 글로벌 포맷 산업의 새로운 트렌드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세계적 포맷 기업 엔데몰-샤인그룹의 공동대표를 지낸 그는 지난달 문화체육관광부·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한콘진)이 마련한 ‘2016 글로벌 포맷 개발 워크숍’ 강사로 한국을 찾았다. 그를 비롯, 해외 전문가들을 통해 세계적 흐름과 한국에 대한 도움말을 들었다.

특히 포맷 컨설팅 기업 더포맷피플의 대표 미셀 로드리그는 “중국에만 집중하지 말라”고 조언했다.중국은 포맷 산업에서도 전세계가 주목하는 새 시장이자, 한국산 포맷이 약진하는 곳이다. 한콘진에 따르면 중국 예능 포맷은 한국산 점유율이 미국산(26.5%), 영국산(20.4%), 네덜란드산(16.3%)에 이어 14.3%에 달한다. 하지만 로드리그는 “중국에 맞춰진 포맷은 중국 너머로 진출하는 발판이 되기 힘들다”며 “장기적 안목에서 다른 옵션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라 말했다.이런 점에서 그는 tvN ‘꽃보다 할배(이하 꽃할배)’의 미국판 ‘베터 레이트 댄 네버(Better Late than Never)’를 주목했다. 미국판은 ‘스타트렉’ 시리즈의 커크 선장으로 이름난 배우 윌리엄 샤트너를 비롯해 미국인이 다 아는 할아버지 스타 네 명이 한국 등 아시아를 여행하는 내용이다. 이서진 같은 짐꾼 역할은 젊은 코미디언 제프 다이가 맡았다. 이미 촬영·편집을 마치고 미국 대형 방송사 NBC에서 8월 말부터 방송한다.로드리그는 “포맷을 산 다른 나라들도 미국판을 지켜보고 있다”며 “미국판이 성공하면 ‘꽃할배’만 아니라 다른 한국 포맷의 창의성에도 관심이 쏠리는 전기가 될 것”이라 내다봤다. CJ E&M에 따르면 ‘꽃할배’는 프랑스 등 8개국에 포맷이 판매돼 그 중 중국판만 이미 방송됐다.해외 전문가들은 창의성에 더해 제도적 지원, 특히 방송사가 아니라 포맷을 개발한 제작사의 수익을 보장하는 법적 뒷받침도 강조했다. 더포맷피플 부대표 저스틴 스크로기는 “영국은 포맷 수익을 방송사가 15%, 제작사가 85% 갖도록 약 20년 전 법으로 정했다”며 “영국의 포맷 산업이 발달한 이유”라고 말했다.

영국은 방송시간 기준 전세계 포맷 시장의 45%를 차지하는 최강국이다. 그 다음은 드라마에 강한 미국이다. 방송 포맷은 프로의 핵심을 담은 구성안·스타일·컨셉트 등을 아우르는 개념으로, 리얼리티·오디션프로 같은 언스크립트 포맷만 아니라 드라마(스크립트 포맷)도 포함된다. 오리지널 프로와 달리 출연진 등을 현지화할 수 있는 포맷 판매는 1990년대부터 방송 산업의 중요 부분으로 급성장했다.

한콘진 이준근 본부장은 “해외 방송시장 전체 성장률이 3~5%정도라면 포맷 시장 성장률은 10%를 웃돈다”고 전했다. 개리 카터는 “산업 발달 등으로 현재 특정한 거대 트렌드를 꼽기는 힘들다”면서도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동영상 업체가 드라마만 아니라 리얼리티(실베스터 스탤론과 손잡고 만드는 ‘얼티밋 비스트마스터’) 제작에 뛰어든 것도 주목할 기회”라고 덧붙였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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