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비판 예술가 '정치검열' 확인.."리스트 방대" 증언도

2016. 10. 10.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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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예술인 블랙리스트’ 사실로
박근형 연출에 이윤택 작가까지
지난해 ‘표적검열’ 주장했지만
정부문건으로 확인된 건 처음
문화계 블랙리스트 반발 거셀듯

정부에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소문은 수년 전부터 떠돌았다. 하지만 첫 공식적인 문제제기는 지난해 9월18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나왔다. 당시 유기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예술위가 1월 다원예술창작지원사업에서 심의위원에게 요구해 윤한솔 연출의 <안산순례길>을 선정작에서 제외했다”며 문화예술인에 대한 광범위한 블랙리스트 존재 가능성을 주장했다.

유 의원은 “(예술위 직원이) 심사 자리에서 ‘세월호와 관련돼 곤란하니 빼줬으면 좋겠다. 위에서 윤한솔을 정치적 인물이라고 생각해 중간에서 힘들다’더라”는 한 심의위원의 문자메시지 내용을 전했다. 해당 작품은 예술위가 주관하는 다원예술창작지원사업에서 1차 심사를 통과한 상태였는데 ‘윗선’의 정치적 반대 탓에 배제됐음을 시사한 것이다. 그동안 설만 무성하던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10일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예술위 회의록은 ‘블랙리스트’ 존재를 정부 문건으로 처음 확인한 것이다. 이제 ‘블랙리스트’ 파문은 정치검열로 상징되는 현 정부 문화예술정책의 뇌관을 건드리게 됐다.

이날 도 의원이 공개한 2015년 5월29일 예술위 회의록을 보면, 블랙리스트에 의한 문화예술인 길들이기 시도는 좀더 명확해진다. 회의록에서 권영빈 당시 예술위원장은 “(기금 지원) 책임심의위원을 선정해놓고 보니까 여러 가지 문제 중에 지원해줄 수 없도록 판단되는 리스트가 있는데 거기에 대해서 아무도 책임을 안 진다는 겁니다”라고 발언했다.

현 정부 전직 고위 관계자도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제기한 바 있다. 지난해 이 관계자는 <한겨레>에 문화예술계 등 각계를 망라한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언급했다. 그는 “리스트 명단이 1만명이 넘어갔다고 들었다. 한 문화체육관광부 간부는 이 리스트를 대조해가며 일했지만 윗선을 핑계로 댄다는 말이 나와 얼마 전 산하단체로 밀려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정도 리스트라면 안 걸릴 사람이 없다”며 블랙리스트의 규모가 방대하다고 전했다.

블랙리스트와 정치검열은 서로 톱니처럼 맞물려 있다. 리스트에 오른 문화예술인은 정치성향을 이유로 예술위의 지원 대상에서 배제되는 불이익을 당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예술위의 지원 대상에 대한 정치적 배제는 놀라운 수준이다. 박근형 연출가의 연극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는 대본 공모 지원, 우수 작품 제작 지원 사업 등에 이미 선정된 작품임에도 지원 사업에서 배제됐고, 예술위 직원으로부터 지원금 포기를 직접 종용받았다. 연극계는 박 연출가가 전작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하했기 때문에 표적 검열을 당했다고 주장한다.

또 이윤택 작가·연출가는 ‘아르코문학창작기금’ 희곡 분야 심사에서 작품 <꽃을 바치는 시간>이 100점을 맞아 1순위를 기록하고도 선정 대상에서 탈락됐다. 심사위원들이 반발하자 문예위는 직접 심사위원이 선정한 지원 대상 102명을 70여명으로 대폭 줄여 발표했다. 이 작가는 지난 대선 때 고교 동창인 문재인 후보 지지 연설을 한 바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도종환 의원은 예술계 정치검열 문제를 내부 증언 녹취록을 통해 폭로한 바 있다. 지원 사업 선정 과정에서 정부에 비판적인 예술계 인사들이 선정되고도 탈락되는 일이 여러차례 일어났음을 공개했었다. 이번에 블랙리스트의 존재가 정부 문건으로 확인되면서 ‘문화계 블랙리스트’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게 됐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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