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계 전방위 포진한 '최순실 인맥'

송은아 2016. 10. 30.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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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은택 인맥 광고·문화계 포진 / 보은·낙하산 인사로 문체부 장악 / 문화융성사업·체육인재 육성 등 / 정책 사유화.. 수천억 예산 받아

‘최순실 인맥’이 문화·체육계에 전방위로 포진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관련 의혹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보은·낙하산 인사로 문체부를 장악한 이들은 현 정부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한 문화융성 사업부터 체육인재 육성까지 정책을 사유화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그러나 최순실 인맥으로 알려진 인사들은 모르쇠로 일관하는 상황이다.

◆문화융성 예산 불리고 보은·낙하산 인사

문화창조센터 건립 400억원, 해외문화원 활성화 방안 425억원 등. 최씨와 차은택씨가 주먹구구로 구상한 것으로 알려진 문화융성 사업이다. 이 구상은 문체부로 넘어오면서 수천억원의 정부 사업으로 덩치가 커졌다. 최씨 측근은 TV조선과 인터뷰에서 ‘차씨 등이 만든 서류가 최씨를 통해 어딘가로 전달됐고 정부 예산에 반영됐다’고 밝혔다. ‘문화융성 문건’과 문체부 예산 사이를 이어준 ‘다리’로는 정부 내 최씨 인맥이 지목되고 있다.

30일 사임한 김종 문체부 제2차관은 최씨의 측근이라는 의혹을 받아왔다. 차씨의 ‘은인’으로 불리는 송성각 한국콘텐츠진흥원장도 논란의 중심에 있다. 차씨가 2014년 송 원장을 문체부 장관에 앉히려 했다는 증언까지 나온 상황이다. 2014년 12월 송 원장이 온 뒤 콘진원은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을 주도하면서 700억원이 넘는 예산을 새로 배정받았다. 또 융합벨트의 한 고리인 문화창조벤처단지에는 차씨와 인연을 맺은 업체들이 나눠 먹듯 입주했다. 벤처단지임에도 설립 10년차 이상에 수십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업체들까지 입주 혜택을 받아 의혹이 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무부서인 문화콘텐츠산업실의 역할에도 의문이 일고 있다.

앞서 2014년 8월에는 김종덕 홍익대 영상대학원장이 문체부 장관에 올랐다. 김 장관은 차씨의 대학원 스승이자 차씨가 조감독으로 일했던 광고제작사 ‘영상인’ 대표였다. 김 장관 취임 후 문체부 산하 단체나 관련 사업에는 홍익대 출신들이 속속 기용됐다. 그해 12월에는 차씨의 외삼촌 김상률씨가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에 임명됐다.

박 대통령과 차은택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9일 한국관광공사 서울사옥에서 열린 문화창조벤처단지 개소식을 마치고 강명신 문화창조융합센터장(오른쪽)의 안내로 입주 벤처기업을 방문하고 있다. 왼쪽에 흰색 뿔테안경을 쓴 사람이 이번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인물 중 하나인 영상감독 차은택씨.
청와대사진기자단
◆왜 문화와 체육인가

최순실·차은택씨는 왜 문체부를 노렸을까. 우선 차은택씨의 인맥 대부분이 광고·영상제작 등의 분야에 포진돼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차씨가 주변 인맥을 이용해 낙하산·보은인사를 하기에 문체부와 산하기관이 안성맞춤이다. 최씨 역시 패션·한류 등에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문체부 사업이 논쟁의 여지가 적은 데다 명분을 내세우기 좋은 것도 한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당 관계자는 “문화체육 분야는 최씨처럼 전문성 없는 인사가 개입하기에 상대적으로 편하고, 그럴싸한 명분을 내세우기도 좋다”며 “세계적으로 한류의 위상이 높아져 시류에 맞는 정책을 낼 수 있는 것도 유리한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전 정권에서 워낙 자원외교와 4대강 사업이 논란이 돼 이 같은 분야는 더 개입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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