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모바일게임 산업, 노키아 빈자리 채운다

채민기 기자 2013. 11. 2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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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아몰락 후 벤처기업활성.. 게임산업 매출 8억유로 넘어 작년보다 3배 이상 급증 핀란드정부 벤처기업 적극육성.. 법인세율도 20%로 낮출 예정

'국민기업' 노키아가 무너진 자리를 소규모 모바일 게임사들로 대신하는 산업 구조의 전환이 핀란드에서 진행되고 있다. 대표 기업 하나에 의존하던 전략에서 작지만 강한 벤처기업 여러 개를 키우는 방향으로 선회하는 것이다. 주요 외신들은 노키아 매각 이후 활력을 잃은 경제를 모바일 게임으로 일으키려는 핀란드의 노력을 잇따라 조명하고 있다.

◇"대기업 쓰러진 자리에 기업가정신 살아나"

노키아는 핀란드 경제의 상징이었다. 한때 핀란드 국내총생산(GDP)의 4%, 수출의 25%를 혼자서 차지했다. 연 매출이 핀란드 정부의 1년 예산보다 많았던 해도 있다. 하지만 한 기업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구조적 취약점이기도 했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노키아의 실적이 급속히 악화되자 외신들은 "노키아의 고통이 곧 핀란드의 고통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키아의 부진에 따라 핀란드 경제도 곧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노키아는 지난 8월 마이크로소프트(MS)에 팔렸다. 모바일 게임은 노키아가 쓰러진 자리를 채울 새로운 산업으로 떠오르는 중이다. 핀란드의 게임산업 관련 비영리 연구기관 '네오게임즈'에 따르면 올해 핀란드 게임산업의 매출액은 8억유로(1조1451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2억5000만유로)보다 3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2020년에는 게임산업 매출이 14억9000만유로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는 이런 상황을 두고 "대기업이 몰락한 자리에 기업가정신이 싹튼다"고 했다. 노키아는 회사 매각 직전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퇴직자들에게 창업자금 등을 지원했다. 고급 기술 인력이 쏟아져 나오면서 결과적으로 핀란드의 벤처 창업이 활발해졌다는 것이다.

◇속속 등장하는 성공 사례

300억유로의 연 매출을 올렸던 노키아에 비하면 게임 산업은 여전히 소규모다. 핀란드 인구 550만여명 중 게임산업 종사자는 2200여명 정도다. 업체 수도 아직 200여개에 불과하다.

하지만 세계시장에서 가능성을 인정받는 모바일 게임사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앵그리 버드'를 만든 로비오(Rovio)가 대표적이다. 2009년 처음 나온 앵그리 버드는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20억건이 넘는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슈퍼셀(Supercell)은 최근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이 회사 지분 51%를 15억3000만달러(1조6187억원)에 인수하면서 화제가 됐다. 기업 가치가 3조원 이상이라고 평가받은 것이다.

프로그마인드(Frogmind)는 지난해 게임 개발자 2명이 차린 회사다. 이 회사가 내놓은 게임 '배드 랜드'는 지난 6월 애플 개발자 대회(WWDC)에서 기술력·혁신성이 뛰어난 11개 앱에 수여하는 '애플 디자인 어워드'를 받았다. 핑거소프트(Fingersoft)가 지난해 출시한 게임 '힐 클라임 레이싱'은 지금까지 1억건이 넘는 누적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한국의 대표적 모바일 게임 '애니팡'이 지난해 7월 출시부터 기록한 누적 다운로드 수(2800만여건)의 4배 가까운 실적이다.

핀란드 정부도 벤처 기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2009년부터 대기업이 사용하지 않는 연구개발(R&D) 성과를 벤처기업이 사업화할 수 있도록 연결해 주는 '이노베이션 밀(innovation mill)'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창업·투자 활성화를 위해 내년부터 법인세율도 북유럽에서 가장 낮은 수준인 20%로 낮출 예정이다. 최근 소프트뱅크 계열의 게임사 '겅호온라인'이 본사를 일본에서 핀란드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조금씩 성과도 나오고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동생인 손태장 겅호온라인 회장은 "일본의 법인세율은 40%"라며 "낮은 법인세율을 감안해 본사를 핀란드로 옮기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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