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LG전자]① 성과급 대신 'G패드' 지급..예전 명성은 어디에

설성인 기자 2014. 2. 2.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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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함께 한국의 전자산업을 이끌어온 LG전자(066570)가 성장정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휴대폰, TV, 가전 사업의 수익성은 과거에 비해 낮아졌으며, 무섭게 1등을 위협하는 2등 기업의 저력도 찾아보기가 힘들다. LG전자의 현재 상황과 문제점은 무엇인지 진단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2014년은 위기를 뛰어넘어야 하는 절체절명의 시기"라고 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 등 불안한 경제 상황과 지속되는 원화 강세로 올해 경영환경이 만만치 않을 것을 예고하는 발언이다.

LG전자가 급변하는 글로벌 IT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필생의 각오로 맞서지 않으면 '내일의 LG전자'는 없다는 위기감도 배어있다.

지난해 농사를 돌이켜보면 위기가 빈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27일 LG전자가 발표한 지난해 실적에 따르면 매출은 58조1404억원, 영업이익은 1조2847억원을 달성했다. 2012년과 비교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소폭 성장했지만, 영업이익률은 2.2%에 불과하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도 TV 매출 감소와 스마트폰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정체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 계단식 성장하던 옛날이 그립다

LG전자는 2000년대 말까지만 해도 전자업계에서 성장률이 높은 회사로 불렸다. 2006년 36조7000억원 수준이었던 글로벌 매출이 2007년에는 40조800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2008년에는 49조3000억원의 매출을 달성, 50조원에 근접했다. 이후 2009년부터 2011년까지는 글로벌 매출이 54조~55조원선을 오르내렸다. 2012년에는 글로벌 매출이 55조원대에 머물다가 지난해 5.5%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과거 LG전자는 매출성장과 함께 이익도 잘 내는 회사로 불렸다. 2009년만 해도 영업이익이 2조9000억원에 달해 한 분기에 7000억원 이상의 이익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2010년부터는 실적이 곤두박질치면서 이익규모 보다는 적자탈피 여부가 관심인 기업으로 전락했다. 2010년에는 연간 영업이익이 1764억원으로 바닥을 쳤고, 2011년에도 2802억원에 머물렀다. 2012년과 지난해는 1조원대 초반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이는 지난해 시설투자액(2조5000억원)에도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 나아갈 길 못찾는 '휴대폰'…중국서 'LG' 로고 찾기가 힘들다

LG전자는 2008년 1억대 이상의 휴대폰을 팔아치우며 노키아·삼성에 이은 세계 3위업체로 부상했다. 당시만 해도 미국의 자존심 '모토로라'를 꺾었다는 환희와 함께 기세등등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2007년에 애플이 선보인 아이폰이 휴대폰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면서 피처폰에 안주하던 기업들이 하나둘씩 흔들렸고 LG전자도 예외가 아니었다.

LG전자 임원 출신의 한 인사는 "LG전자의 컨설팅을 맡았던 매킨지가 '스마트폰은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고, 이 말을 믿고 스마트폰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것이 가장 큰 실책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10년 9월 당시 LG전자의 대표이사였던 남용 전 부회장이 물러났고, 스마트폰 위주로 대대적인 사업전략의 변화가 있었지만 오늘날 MC(휴대폰)사업은 매분기 적자와 흑자를 반복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LG전자의 또다른 문제점은 세계 최대 시장으로 불리는 중국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2012년 기준 중국 지역 매출은 전체 매출의 4%에 불과하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과거 가전제품을 위주로 중국 시장 공략을 짰었는데, 현지기업들의 약진에 속수무책으로 밀렸다"면서 "스마트폰은 삼성·애플을 제외한 다른 외산 브랜드는 존재감이 없다"고 말했다.

◆ 성과급 축소에 직원사기 '바닥'…뚜렷한 성장동력이 안 보인다

요즘 LG전자 직원들의 분위기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우울' 그 자체다. 지난해 성과를 기준으로 지급될 성과급이 기본급의 최대 100%로 전년(250%)의 절반 이하로 줄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가정용 에어컨(RAC)사업담당만이 기본급의 100%를 받을 뿐, 상업용 에어컨(CAC)담당, IT사업담당, 세탁기사업담당, 한국영업사업담당 등은 기본급의 50%밖에 받지 못한다. 성과급을 받지 못하는 부서는 LG전자가 만든 태블릿PC 'G패드'를 지급받는데, MC(휴대폰)사업부 등이 대상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요즘도 성과급 대신 자사 제품을 직원들에게 주는 회사가 있다는 것에 놀랐다"고 말했다.

LG전자는 미래 성장동력으로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태양광, 수처리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동차부품(VC)사업부까지 만들었다. 하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는 사업은 아직 없다. 스마트폰이 이미 성장정체기에 접어들었고, TV나 가전 역시 예전과 같은 영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뚜렷한 탈출구가 안 보이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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