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선의 잠금해제]죽은 아이가 산 어른들에게 묻는다

신혜선 정보미디어과학부/문화부 부장 입력 2014. 4. 24.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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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아이들을 수장시킨 어른들 무엇을 할 것인가

[머니투데이 신혜선 정보미디어과학부/문화부 부장] [[세월호 참사]아이들을 수장시킨 어른들 무엇을 할 것인가]

위 사진은 이번 세월호 사고로 목숨을 잃은 단원고 2학년 양온유 학생이 수학여행을 가기 전 자신 페이스북 담벼락에 올린 글. 온유양은 갑판까지 나왔다가 친구들을 구하러 배 안으로 다시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온유양의 가족들은 22일 온유양의 장례를 치르고 납골당에 안치했다.

버스 정거장엔 올망졸망한 아이들이 빵떡모자를 쓰고 재잘거린다. 도착하는 버스는 서울 시내에 있는 K 초등학교 통학버스. 누가 봐도 1학년으로 보이는 키 작은 아이들은 하나 둘 버스에 올라타고 문도 안 열리는 창밖으로 엄마 아빠에게,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손을 흔든다. "아유, 저기 자리 비었는데 남자애 있다고 그냥 서있네." 앉으라는 손짓을 연신하면서 내뱉는 할머니의 안타까운 목소리에는 서서 갈 손녀에 대한 걱정과 사랑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이 광경을 보는 출근길 주변 어른들 모두 미소가 절로 나온다. 귀엽다. 사랑받는구나. 잘 크면 좋겠다.

요 며칠 이 아이들의 모습은 미소 대신 눈물을 부른다. 너무 예뻐 콧등이 시려온다. 아직 덜 큰 우리의 아이들이 죽다 살아나왔고, 150명이 넘는 아이들이 차가운 물속에서 부모와 생이별했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실종'이란 단어 안에 갇힌 이들이 아직도 그만큼이다.

법을 지키라 가르치면서 법을 지키지 않는 어른들 때문에, 그런 어른들 말을 듣느라 죽어갔다. 1994년도 아니고 1984년도 아니고 2014년 봄에.

머리 속에 떠오르는 아이들은 적어도 수 십 분을, 어쩌면 일박이일 동안 다가오는 죽음을 느끼면서도 우리를 구하러 오겠지, 하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을 슬픈 모습이다. 학생증을 쥐고 죽은 아이, 저네들끼리 구명조끼를 묶고 죽은 아이들. 얼마나 춥고 무서웠을까.

"말이 안되잖아.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했어. 어른 말 들은 애들은 다 죽었어. 선생님도 죽었어. 사고는 어른들이 내고 왜 수학여행을 금지하지? 우리가 까불어서 사고가 난게 아니잖아. 중2 병? 어른들 웃겨. 자기 자식들을 병에 걸렸다고 말하며 웃어. 어른들이 병에 걸린 거 아냐?"

"세계에서 배를 잘 만든다는 나라 아니더냐. 그런데 왜 다른 나라가 버리는 배를 가져다 수리해 쓰는 거라냐? 배를 제일 잘 만드는 나라에서 잊을만하면 배 사고가 나는데 왜 제대로 구조를 못하는 거라냐?" 중학교 2학년 아이와 팔순이 돼가는 노모의 상식적인 질문에 상식적인 답을 할 수 없다.

세월호 사고가 난지 9일째. 절대 입 밖으로 뱉어서는 안 되는 말들이 난무한다. '시체놀이' '좌파종북학부모'. 심지어 언론이 분노를 부채질한다는, '감정팔이'를 그만하라는 충고도 나오기 시작한다. 하지만 많이 참고 있지 않은가. 아이들 수 백 명을 한꺼번에 수장시키는 지경인데도 이 정도라면 우리는 '미개한' 부모답게 너무도 멀쩡하게 잘 참고 있는 거 아닌가.

엄중문책. 유언비어를 유포한 자도 엄중 문책이고, 이번 사고의 책임자도 엄중문책한단다. 책임질 자 책임지는 게 마땅하다. 하지만 지금 필요한 말은 문책이 아니다. "대한민국 시계를 멈추겠습니다. 모두 고통스럽더라도 함께 합시다. 마지막 한 사람까지 가족에게 돌려보내겠습니다. 모두 제 책임입니다." 갈기갈기 찢긴 맘을 위로하고 보듬어줄 그런 말들이다.

"겁내지 마라. 아무 것도 시작하지 않았다./기죽지 마라. 끝난 것은 아무 것도 없다./걱정하지 마라. 아무에게도 뒤쳐지지 않는다./슬퍼하지 마라. 이제부터가 시작이다./조급해하지마라. 멈추기엔 이르다./울지 마라. 너는 아직 어리다."

며칠 전 납골당에 안치된 양온유 학생(단원고 2학년)이 2월 2일 자신의 페이스북 담벼락에 올린 글이다. 온유양은 갑판까지 나왔다가 친구들을 구하러 배 안으로 다시 들어가 끝내 살아오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슬퍼하지 마라.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무엇부터 시작할 것인가." 죽은 아이가 살아있는 어른들에게 묻고 있다.

신혜선 정보미디어과학부/문화부 부장 shin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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