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황창규 KT회장 "적자보다 무서운 것은 불통"..계열사 책임회피에 경고

박성우 기자 2014. 4. 25. 14:3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황창규 KT(030200)회장이 그동안 계열사 경영 방식이 접시를 돌리는 서커스처럼 위태롭게 보인다는 평가를 내놨다. 본사와 계열사의 소통이 부족해 자율경영의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취임 이후 KT의 경영 상황 전반에 대한 현황을 파악해온 황 회장이 전임 회장의 경영 방식을 겨냥한 평가를 내놓은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25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황 회장이 이달 17일에 열린 계열사 사장단 회의 내용을 담은 동영상을 사내 인터넷에 공개했다. 약 12분 분량의 이 동영상은 황 회장이 계열사 사장들에게 어떤 발언을 했는지 담고 있다. 다만 일부 계열사의 전략 발표 내용 등 일부 기밀 사항은 제외됐다.

황 회장은 이날 취임 이후 두 달간 가지고 있던 자신의 생각을 조목조목 예를 들어가며 사장단을 질책했다.

황 회장은 "몇 번의 경영회의를 열고 계열사를 방문해 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본사와 계열사, 계열사와 계열사 간의 소통이 없었다"며 "좋게 보면 자율과 자유롭게 경영을 하는 거지만, 열 개의 손으로 열 개의 접시를 올려놓고 돌리는 서커스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이어 "그나마 재수 좋은 회사는 지금까지 경영실적이 나쁘지 않아 그런대로 유지하고 있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그게 여러분의 진정한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잘못된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황 회장은 이날 계열사 사장단에게 전문성을 확보하지 않는다면 재신임을 묻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사장들을 긴장시키도 했다. 황 회장은 "(계열사 사장님들은) KT가 가지고 있는 정보통신기술(ICT)에 대해 공부를 해야한다"며 "지식과 정보를 지혜로 승화시킬 수 없는 사람들은 대표 자리에 앉아 있을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적자가 주는 어려움은 전체 어려움의 100분의 1도 안된다"며 "그동안 소통이 되지 않아 정책, 투자방향, 관습, 사원 사기에 많은 문제가 있었고 이 부분을 말끔히 씻어내고 새로운 KT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회장은 또 "KT가 1등 기업이라고 하기에는 부끄러운 문제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계열사의 '책임 떠넘기'식의 경영에 대해 강력히 경고했다. 황 회장은 "현재 상황에서는 고객으로부터 보안에 관계된 상품문의 전화가 왔을 때 KT텔레캅에 전화해보라고 말하고, 셋톱박스 얘기가 나오면 KT본사로 전화해보라는 식으로 전화를 돌린다"며 "충분히 교육돼 있는 싱글KT조직이라면 고객의 마지막까지 놓치지 않아야 하고, 고객대응부터 품질까지 제로라고 생각하고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 대해 KT의 한 고위 관계자는 "대대적인 구조조정 등 본사에 대한 인적쇄신이 마무리 되가는 상황에서 황 회장이 본격적으로 계열사 단속에 나선 것으로 생각된다"며 "사장단 회의 영상을 공개한 것은 사장단 뿐만 아니라 임직원들이 모두 긴장하라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