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명의 CEO는 왜 한국을 떠났는가?

김인순 2015. 9. 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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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선 회사 규모 때문에 무시나 차별받는 일이 거의 없다. 회사가 가진 기술력과 제품이 정말 뛰어나다면 가치를 쉽게 인정받을 수 있다.”-홍민표 에스이웍스 대표.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고 인정하며 인수합병(M&A)이 활발하다. 매일 저녁마다 접대에 끌려다녔던 한국 시장과 달리 매우 건설적인 기업 문화를 만들 수 있다.” -허영일 NSHC 대표.

허영일 NSHC 대표

사업을 하던 두 명의 젊은 CEO가 어느 날 배낭하나 달랑 메고 미국과 싱가포르로 떠났다. 홍민표 에스이웍스 대표는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허영일 NSHC 대표는 싱가포르로 사업 본거지를 옮겼다. 그들은 왜 해외로 떠났는가. 두 대표 모두 한국에서 사이버 보안 사업을 한 지 10년 이상 됐다. 젊은 나이에 보안 사업에 뛰어들어 산전수전 다 겪은 그들이었다. 샌프란시스코와 싱가포르에 있는 두 젊은 대표의 도전과 성과를 들었다.

▲한국과 해외에서 사업은 무엇이 다른가?

홍 대표=시장 크기다. 아무래도 스케일이 다르다보니 미국에서 기술력을 검증받으면 해외 어디서든 쉽게 인정받을 수 있다. 국내에서는 스타트업 혹은 중소기업이라면 아무리 좋은 상품이 있더라도 시장에서 인정받기가 정말 쉽지 않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회사 규모 때문에 무시나 차별받는 일이 거의 없다. 기술력과 제품이 정말 뛰어나다면 회사 가치를 쉽게 인정받을 수 있다. 한국에서는 동종 업계 회사들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서로를 찍어 내리려고 하는 사례가 많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서로 도울 일이 있다면 이끌어주며 좀 더 정당하게 경쟁한다.

허 대표=글로벌 시장에 대한 가능성 때문이다. 한국에 있을 때와 달리 다양한 나라에서 온 각양각색의 사람과 만나면서 글로벌 시장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한다. 한국에서 가만히 앉아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은 요원하다. 현장에 와야 실상을 알 수 있다. 해외 기업 문화에서 오는 장점도 많다. 기본적으로 해외는 국내에 만연한 접대나 향응이 상대적으로 적다. 접대를 하더라도 가족 중심적이다. 고객 가족과 피크닉을 가거나 바베큐 파티를 한다.

제품도 제값을 주고 산다. 우선 고객인 실무자가 기술을 잘 알고 평가한다. 기술을 잘 설명할 수 있으면 서비스 요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다. 국내에서 가장 인색한 서비스 대가가 이곳에서는 너무나 당연하다. 한국은 컨설팅이나 모의해킹도 소프트웨어 노임 단가로 계산하는 데 싱가포르만 해도 기술에 대해 이해와 대우를 해준다.

▲왜 한국을 떠났는가?

홍=한국에서 보안 사업을 한 지 정말 오래됐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국내에서 해볼 수 있는 건 거의 다 해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사업에 익숙해지다 보니 웬만한 결과는 다 예측이 가능했다. 사업을 하면서 편안함을 느끼는 건 좋았지만 새로운 도전이 필요했다.

에스이웍스가 가진 뛰어난 기술력은 세계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했고 서비스를 구상할 때부터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고 시작했다. 새로운 곳, 더 큰 시장에서 도약을 하고 싶어 해외로 나갔다. 2년 전 본사를 미국으로 아예 옮겼다.

허=내수시장에만 머무르면 발전에 한계가 있다. 오랜 기간 해외 시장 개척을 준비하다가 몸이 한국에 있으면 본격적인 사업을 만들기 어렵다고 느꼈다. 국내에 머물며 조금씩 해외 시장을 노크해서는 답이 없었다. 아예 가족과 직원을 설득해 싱가포르로 이주했다. 벌써 1년 반이나 됐다.

▲해외 법인설립 과정은 어떻게 되는가? 한국과 비교해 쉽거나 어려운 점은?

허=싱가포르에서 법인 설립은 한국보다 쉬웠다. 특히 싱가포르 공무원은 해외 기업이 자국에 가져다 줄 이득이 많다고 생각해 세금과 고용 등 많은 부분에 지원을 한다. 한국은 법인설립 서류 들고 여기저기 따라 다녀야 하는데 싱가포르는 공무원이 찾아와 필요한 서류를 가져다주고 완성되면 찾아간다. 기업이 고용을 증대하고 나라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라는 문화가 뿌리 깊다. 특히 스타트업 지원 정책이나 세제 혜택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해외 기업을 유치한다.

홍=미국 법인설립 과정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정말 간단하게 말하면 한국과 마찬가지로 필요한 서류를 작성해서 제출하면 법인설립이 가능하다. 하지만 진짜 어려운 점은 오히려 법인설립 이후다. 아무래도 외국인의 입장에서 모든 것을 처음부터 시작하는 셈이니 사소한 부분들, 예를 들어 사무실을 구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다. 신용등급이 없다고 사무실을 임대해주길 꺼려하는 임대주가 수두룩해서 내가 직접 그들을 붙잡고 설득해야 했고 그나마도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해외에서의 성과는?

홍=현재 가장 큰 성과는 실리콘밸리에서 회사이름을 널리 알리고 에스이웍스의 제품을 현지화 시킨점이다. 최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블랙햇 데프콘 콘퍼런스에 출장을 갔을 때, 우리회사 티셔츠를 입고 다니니 많은 사람들이 회사명을 알아보고 말을 걸었다. 모르는 사람들이 에스이웍스 브랜드네임을 알아보고 관심을 가져주니 그 때 몸소 실리콘밸리에서 얼마나 많이 유명해졌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해외 진출 이후 국내에서 제공하던 서비스를 여기서 도입해 계약처로부터 다양한 반응을 얻었다. 이를 바탕으로 제품을 더 글로벌 시장 기준에 맞게 업그레이드했다. 올 가을에 공개할 예정이다. 이미 유명 회사들과 계약을 했지만 가을에 새 서비스를 론칭한 후에는 더욱 더 많은 회사와 일할 것으로 기대한다.

허=아직 미비하지만 교육 사업과 컨설팅으로 매출을 올린다. 이란에서 두 차례나 교육 사업을 했고 아프리카, 르완다에서도 정보 보안 교육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외에 타이완·홍콩·호주·일본 등에서 보안 서비스와 교육 사업을 펼쳤다. 싱가포르는 동남아시아는 물론이고 중동으로 진출하는 교두보다. 싱가포르에서 직원 5명이 일하고 있는데 현지 직원도 뽑고 계속해서 해외에서 발생한 수익으로 재투자하고 있다.

▲앞으로 꼭 하고 싶은 일은?

홍=해외 진출 이후 회사의 현지화를 계속 시도하며 이때까지 왜 많은 한국회사들이 실리콘밸리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는지 배운다. 에스이웍스를 세계 톱3 보안 기업으로 만들고 싶다.

해외진출을 하며 얻은 경험과 지식을 다른 한국 스타트업과 나누고 싶다. 그들이 해외진출을 할 때 우리가 겪은 시행착오를 피할 수 있다면 빠르고 효과적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

모바일 앱 보안을 넘어서서 보안산업내의 여러 가지 다른 부분도 커버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구상 중이다. 아직까지는 대중이 보안에 약간 거리감을 느끼지만 앞으로 에스이웍스의 서비스가 보안을 친밀하게 느낄 수 있게 돕고 싶다.

허=미국시장까지 욕심은 없다. 싱가포르를 택한 이유도 그래서다. 우선 아시아를 대표하는 보안기업이 목표다. 중국은 시장이 투명하지 않고 언어 문제도 크다. 싱가포르는 영어권이며 외국인에 대한 거부감도 적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동에서 성과도 기대한다. 중동은 미국 해킹 공격이 빈번히 발생해 미국 기업에 보안 서비스를 맡기는 걸 꺼린다. 실력 있고 야무진 한국 해커와 보안전문가에 대한 신뢰가 높다. 중동지역 보안컨설팅, 모의해킹, 교육, 정보제공 서비스 사업을 전략적으로 추진 중이다.

◇에스이웍스는

에스이웍스는 2012년 2월 설립된 모바일 보안 스타트업이다. 해커들의 올림픽인 DEFCON에 5회나 본선에 진출한 팀이다. 에스이웍스는 2013년 퀄컴, 소프트뱅크, 패스트트랙아시아에서 총 20억원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선발하는 스마트 그로스 2기 톱5에 선정되기도 했다. 에스이웍스는 모바일 앱 난독화 보안 서비스 ‘앱시큐어’를 개발했다. 앱시큐어는 소스코드 레벨에서 난독화를 적용하던 기존 기술과 달리 바이너리 레벨에서 난독화 기술을 적용한다. 아무나 소스코드를 들여다보지 못하게 돕는다. 개발자는 앱을 개발할 때 난독화를 신경쓸 필요가 없다. 그저 앱을 앱스토어에 올리기 전에 앱시큐어 서비스를 적용하면 된다. 파일 크기 변화가 거의 없이 보안이 강화된다.

에스이웍스는 더 큰 시장에서 새로운 도약을 위해 2년 전 본사를 미국으로 옮겼다. 직원들 표정에도 즐거움과 열정이 가득하다. 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NSHC는

NSHC는 언더그라운드 해커 모임으로 시작해 2003년부터 정보보호 전문 회사로 발전했다. 2010년 정보보호 솔루션개발, 보안취약점 정보 제공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국내와 일본에서 모바일 보안 솔루션 시장을 개척했다. 정보보호컨설팅과 오펜시브리서치도 사업 영역이다. 이 회사 레드얼럿팀(보안 취약점 연구분석팀)은 올해 국내 대표 공유기 보안 취약점 42개를 공개했다. 해당 취약점은 긴급한 보안 패치가 요구되는 매우 위험한 수준이었다. 이외에 중국에서 제조된 CCTV에 숨겨진 ‘백도어’를 발견해 발표했다.

NSHC는 지난 7월 양재동 엘타워에서 `세이프 스퀘어:창과 방패` 행사를 열었다. 전직원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미국(샌프란시스코)=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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