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음원 甲질'에 한국 저작권제도 흔들

서찬동 2016. 6. 21.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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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조하지 않으면 K팝 음원 해외 판로를 막겠다고 합니다. 이게 협박이 아니면 뭡니까?”

이르면 올 하반기 국내 서비스를 시작하는 ‘애플뮤직’으로 국내 음원업계가 벌집 쑤신 것처럼 시끄럽다. 창작자 보호를 위해 그간 정부와 국내 음원업계가 마련해 놓은 저작권 제도가 뿌리부터 흔들릴 것으로 염려되기 때문이다. 음원업계는 “애플이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국내 음원 시장에서 갑질을 하고 있다”며 “창작자의 공동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21일 국내 음원업계에 따르면 애플뮤직은 국내 서비스 개시를 앞두고 한국저작권협회(작사·작곡가), 한국실연자협회(가수·연주자), 음원 유통사(제작자) 등 권리대행 기관을 상대로 음원 저작권 계약을 진행중이다. 문제는 애플뮤직이 요구하는 저작권료(저작권, 실연권, 저작인접권) 산정 방식이 국내 관행과 다른 미국 방식인 탓에 국내 창작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데 있다.

국내 음원시장은 ‘정상가’를 기준으로 작사·작곡가 10%, 가수·연주자 6%, 제작사 44% 저작권을 가져간다. 100원인 음원에 대해 유통사가 50% 할인 행사를 해도 정산은 100원 기준으로 한다. 창작자 집단 몫은 할인 행사와 상관 없이 60원이다. 할인에 따른 비용은 유통사 부담이다.

반면 애플뮤직은 정상가가 아닌 ‘판매가’ 기준으로 계약 체결을 요구하고 있다. 대신 창작자 저작료를 70%로 적용해주겠다고 한다. 하지만 판매가라는 게 정상 판매가가 아니라 ‘할인’ 판매가라는 게 문제다. 50%를 할인하면 100원인 음원에 대해 저작료 70%가 적용돼도 창작자 집단 몫은 35원으로 줄어든다. 할인 비용을 애플뮤직이 아닌 가수 등 창작자에 전가시키는 구조다.

대형 기획사의 한 싱어송라이터 A씨는 “애플뮤직 저작권 정산 방식은 거대 기업의 비상식적 갑질”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내 음원의 해외 유통도 중단하겠다며 압력을 넣고 있다”고 말했다. 애플뮤직은 SM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주요 K팝 음원의 주요 판매처다.

애플뮤직의 이같은 정책은 외국에서도 ‘갑질’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애플뮤직은 지난해 9월 글로벌 론칭 기념으로 미국에서 ‘3개월 무료’ 서비스를 하면서 “판매가가 0원이라 가수 등 창작자에게 저작권료를 지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테일러 스위프트 등 톱 가수들이 격렬히 항의하자 뒤늦게 저작권료 지급을 결정했다. 하지만 애플뮤직은 학생 할인 50% 등 상시 프로모션을 통해 서비스 개시 9개월만에 유료 회원수가 1500만명을 넘어섰다.

음원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콘텐츠 제값주기’ 운동을 통해 어렵게 저작권료 ‘정상가’ 정산 관행이 정착됐다”며 “신규 진입하는 해외 사업자에 국내 관행을 강제할 수 없어 창작자의 손실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음원 서비스 유료 이용자의 50%가 할인상품을 이용하면 창작자 저작권료가 약 840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애플 뮤직이 ‘3개월 무료’ 등 행사로 유료 가입자가 급속히 빠져나갈 경우 저작권 시장 축소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찬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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