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자동차의 딜레마' 당신이라면..
이야드 라환 미국 MIT 교수팀은 무인자동차가 보행자와 부딪칠 경우 탑승자와 보행자 중 누구의 목숨을 구해야 하는지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분석결과 다수를 위해 소수를 희생해야 한다는 응답이 많았다. 사이언스 제공 |
무인자동차 연구자에게 탑승자와 보행자 중 누구를 구하도록 프로그래밍할지 결정하는 문제는 매우 어려운 윤리적 논제다. 이야드 라환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팀은 이런 ‘무인자동차의 딜레마’에 대한 여론을 확인하기 위해 4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대체적으로 ‘다수의 행복이 선(善)’이라는 공리주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응답했다. 예를 들어 ‘무인자동차는 탑승자 1명과 보행자 10명 중 누구의 생명을 구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응답한 182명 중 76%는 탑승자 1명을 희생하는 쪽을 선택했다.
하지만 탑승자와 보행자의 수가 달라지면 대답도 달라졌다. 보행자 1명을 구하기 위해 탑승자 1명을 희생시켜야 하는지 묻자 응답자 451명 중 23%만이 그래야 한다고 답했다. 보행자와 탑승자 수가 1 대 1인 상황에서는 탑승자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 같은 잣대는 누구와 함께 무인자동차를 타는지에 따라서도 바뀌었다. 응답자 대부분은 보행자가 탑승자보다 많을 경우 보행자를 살리도록 프로그래밍된 무인자동차에 가족을 태우지 않겠다고 답했다. 반면 혼자 타거나 직장 동료들과는 이용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탑승자를 보호하기 위해 보행자 10∼20명을 희생시키도록 설정된 무인자동차가 있다면 구매하겠냐고 묻자 응답자 259명 중 절반 가까이가 가족을 위해 구매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탑승자 대신 보행자를 희생하도록 설정한 무인자동차는 타인의 생명 가치를 저평가한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과연 어떤 선택이 윤리적으로 옳은지 결정하고 인공지능에 적용하는 일은 가장 어려운 문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무인자동차 전문가인 이경수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현재는 무인자동차가 자동차 전용 도로에 한해 상용화되는 단계인 만큼 보행자와 관련된 윤리 문제가 당장은 시급하지 않다”면서도 “공리주의를 전제로 하는 도덕적 알고리즘과 규약 등이 세계적으로 논의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사이언스’ 24일자에 실렸다.
이우상 동아사이언스 기자 ido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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