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연말 각 기업체에서 새해 달력을 나눠주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달력이 바로 은행 달력이다. '은행 달력을 집에 걸어두면 돈이 들어온다'는 속설 때문인데 달력을 받기 위해 연말 은행 객장을 찾아 다니는 고객들 숫자도 적지 않다.

은행 역시 달력을 비용 대비 광고효과가 뛰어난 홍보 수단으로 생각한다. 고객들이 집이나 회사에 걸어두는 달력은 1년 내내 작은 광고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국내 금융시장에서 달력은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올해는 사뭇 풍경이 다르다. 일부 시중은행들이 달력제작을 하지 않거나 제작 규모를 크게 축소하면서 올해는 달력 구하기가 예년만큼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며 경비절감에 나선 은행들의 짠돌이 행보가 매년 달력을 나눠주던 풍속도까지도 바꾸고 있는 셈이다.

올 연말 희망퇴직을 앞두고 있는 한국씨티는 올해 처음으로 달력을 제작하지 않기로 했다. 한국씨티 관계자는 "경비 절감차원에서 벽걸이 달력은 제작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다만 벽걸이 달력보다 제작단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탁상용 달력은 예년 수준으로 제작할 예정이다.

한국씨티의 경우 미국 본사가 달력제작에 부정적인 시각을 지니고 있었던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은행에서 달력을 나눠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미국 본사의 결정에 따라 달력이 한국씨티 경비절감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대형 시중은행 중에서는 신한은행이 올해 165만부 가량 달력을 제작했는데 전년(193만부)보다 14%가량 규모를 줄였다. 우리은행도 전년 보다 20%가량 줄어든 약 130만부의 달력을 제작했다.

'마른 수건도 다시 짜서 쓰겠다'고 할 정도로 긴축경영에 돌입한 은행들의 절박함이 반영된 행보이지만 섭섭함을 토로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달력 제작을 축소해 절감하는 예산은 정작 수 천 만원에 불과할 것"이라며 "달력을 나눠주는 풍습을 단순히 소모성 경비로만 인식하는 풍토가 아쉽다"고 말했다.

이유미기자 yiu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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