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테크놀로지] "난 머리만 쓰면 된다" 바이오닉 맨

이영완 기자 2013. 10. 7.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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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인간 시대, 현실로.. 다리·팔·눈이 망가져도 걷고 들고 본다] 美 최근 로봇 다리까지 개발 성공 팔·손도 이미 개발, 로봇 눈은 시판 생체전자공학, 2년內 20조원 시장

30대 이상이라면 어린 시절 TV에서 '600만불의 사나이'를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주인공 스티브는 로봇 다리와 팔, 눈을 달고 초인적인 힘으로 악당을 물리쳤다. 골목마다 개구쟁이들은 스티브가 엄청난 괴력을 발휘할 때 나오던 '뚜뚜뚜뚜'라는 효과음을 입에 달고 다녔다.

600만불의 사나이가 현실로 다가왔다. 지난달 26일 미국 시카고 재활연구소는 의학 분야 권위지인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을 통해 "사람이 착용하면 생각대로 움직이는 로봇 다리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전에 생각대로 움직이는 로봇 팔과 시각장애인에게 빛을 찾아준 로봇 눈이 개발됐는데, 또 한 단계 진전을 이룬 것이다.

◇생각대로 움직이는 로봇 다리

로봇 다리의 혜택을 본 사람은 미국 워싱턴주에 사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자크 보터(32). 그는 2009년 오토바이 사고로 오른쪽 다리 무릎 이하를 절단했다. 의료진은 수술 당시 절단 부위의 신경을 잘라내지 않고 남은 넓적다리 근육에 연결했다. 몇 달이 지나자 이 신경이 살아났다. 보터가 사라진 다리를 움직이겠다고 생각하면 넓적다리 근육이 대신 움직였다.

내장 센서와 소프트웨어는 근육 움직임을 포착하고 분석해 보터가 어떤 동작을 생각하는지를 알아냈다. 이어 두 개의 모터를 작동시켜 로봇 다리의 무릎과 발목 부위를 생각대로 구부리고 폈다. 연구진은 "로봇 다리의 센서는 근육 움직임으로 보터의 생각을 87% 정확도로 재현할 수 있다"며 "뇌 신호까지 따로 분석하면 정확도는 98%까지 높아진다"고 밝혔다.

덕분에 평평한 길을 걷다가 계단을 올라가도 동작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보터는 작년 11월 로봇 다리를 장착하고 시카고의 103층 건물을 걸어서 오르기도 했다. 미 육군은 이번 연구에 800만달러를 지원했다. 육군은 로봇 다리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다리를 잃은 군인들에게 새 삶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로봇 눈은 최근 미국서 시판 시작

로봇 다리는 생체전자공학 '바이오닉스(bionics)'의 성과다. 1958년 미 공군의 예비역 대령 잭 스틸이 만든 용어로, 간단히 말해 인간과 기계의 결합이 목표다. 바이오닉스는 먼저 2015년 20조원 이상 규모가 될 세계 의수(義手)·의족(義足) 시장에서 큰 힘을 발휘할 전망이다.

시카고 재활연구소는 2001년 생각대로 움직이는 로봇 팔을 먼저 선보였다. 역시 잘린 팔에 있던 신경을 가슴근육 아래로 옮겼다. 뇌가 팔을 움직이려 하면 가슴근육이 수축하고, 이에 맞춰 로봇 팔이 작동했다. 2006년 한 해병대원이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로봇 팔을 달았다. 그는 600만불의 사나이에 나왔던 여성 주인공의 이름을 따 '살아 있는 소머즈'로 불렸다.

최근 영국 터치 바이오닉스(Touch Bionics)사는 신발끈을 맬 정도로 정교한 로봇 손까지 발표했다. 사용자는 스마트폰으로 상황에 맞는 24가지 손동작을 선택할 수 있다.

로봇 눈은 최근 상용화를 이뤘다. 미국 사우스캘리포니아대의 마크 후마윤 박사는 20년 연구 끝에 망막색소변성증(RP) 환자를 위한 로봇 눈 '아르구스(Argus) 2'를 개발했다. 지난 2월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으며, 7월부터 시판에 들어갔다.

RP 환자는 빛을 받아들이는 망막세포가 망가져 있다. 대신 신경은 살아 있다. 아르구스 2는 카메라가 촬영한 영상을 전기신호로 바꿔 망막에 이식한 전극을 통해 신경에 직접 전달한다. 호주 모나시대는 이보다 더 진전된 전자 눈을 개발 중이다. 신경마저 손상된 환자를 위해 뇌 시각 중추에 바로 전기신호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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